여행다닐 때 읽는 책 
책이 주는 무게감이라는 게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다. 대학교 졸업까지 나의 학창시절 내 어깨를 짓누르던 무게감은 대부분 불투명한 미래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책가방에 짊어진 여러 권의 책이었다. 내 주변에서도 책 좀 좋아하고 읽는다는 사람들은 대부분 어딜 가나 책을 한 두권 씩 들고 다녔는데, 그렇게 들고다니는 책들이 대부분 얇은 시나 에세이보다는 적어도 300페이지는 나가는 책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그 무게가 상당했다. 특히 한국에서 나온 책은 두껍기 짝이 없다. 한국 사람들이 애초에 책을 독서의 목적으로 구매하기보단 장식장을 채우려는 목적으로 구매하는 이들도 상당해서 책이 두껍고 예쁘고 무거운 경우가 많았다. 양장판이 그런 책이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종류의 책이다. 내 방에도 그런 책이 꽤 있다. 애드거 앨런 포의 소설집이랍시고 대략 1000페이지는 넘는 소설을 한 권에 때려박아 넣고, 멋진 검정색 표지로 마무리한 책이 있다. 솔직히 이런 책은 읽으라고 내놓은 책인지, 아니면 장식하라고 내놓은 책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교보문고에서 나온 전자책을 처음 접했을 땐 이게 뭔가 싶었다. 솔직히 조그만 핸드폰 어플을 통해서 책을 보는 것이 내겐 습속적으로 익숙하지 않은 행위였다. 새로운 전자책이 나올 때마다 여러 번 다시 시도해 봤는데, 그 때마다 실패했다. 제대로 된 어플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리디북스를 처음으로 접하게 되었고, 이 정도 완성도면 이젠 전자책을 본격적으로 읽어볼 만 하다고 마음먹게 되었다. 

전자책이 종이책보다 압도적으로 우월한 이유는 그 편리한 이동성에 있다. 내 어깨를 짓누르는 무게가 사라졌다. 

국내든 해외든 예전엔 여행갈 때마다 적어도 1~2권의 책은 꼭 들고 가곤 했다. 여행지에서 책을 다 읽으면 이걸 어떻게 처리하지, 헌책으로 교환해야할까, 고민도 많이했다. 실제로 유명한 여행지에는 좋은 헌책방이 있기 마련이다. 물론 한국어 헌책은 그닥 없다.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아서인지, 영어로 된 원서만 잔뜩 있다. 

근데 전자책이 생기면서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비행기에서도 눈을 감고 책을 들으면서 갈 수 있다. 멋진 풍경을 보면서 모히또 한잔 마시면서 책을 듣는 것도 가능하다. 여행지 카페에 앉아 타블렛이나 모바일로 책을 읽는 건 기본이다. 물론 읽을 수 있는 책의 수도 제약이 없다. 내게 필요한 건 단지 핸드폰 배터리와 책을 읽고 싶은 의지 뿐이다. 후후후 


Posted by 스케치*
독서/역사2017. 11. 18. 21:00

저자 : 주경철 
출판사 : 21세기북스 
초판 1쇄 발행 : 2017년 2월 24일 

1. 문명화에 관하여 
현대로 올수록 개인은 이렇게 폭력을 포기하도록 '문명화'되는 반면 국가가 그 폭력을 독점하는 양상이 펼쳐집니다. 문명화의 동인으로서 국가가 등장합니다. 국가는 일반인들의 사사로운 폭력을 통제하는 대신 그 힘을 모두 자신에게 집중하였습니다

흥미로운 이야기다. 저자는 '스티븐 핑거'의 여러 수치자료들을 제시하면서, 인류가 어떻게 야만적인 사회에서 문명화된 사회로 변모되었는지 설명한다.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죽었다고 알려진 1, 2차 세계대전조차도 과거에 벌어진 여러 전쟁과 비교하면 실상 거대한 폭력에서는 한 발 물러나 있는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한다. 전체 인구 대비 죽어간 사람의 숫자로 살펴보자는 주장이다. 

물론 이 책에 나와 있는 수치가 전쟁에 대한 수치만으로 한정되지 않았다. 10만 명당 연간 살인 건수의 비율이라던가,  영국 귀족 중에 폭력으로 사망한 귀족의 비율 같은 개인의 사소한 사건들에 대한 수치도 함께 다루고 있다. 수치만으로 끝내는 건 아니다. 폭력과 문명화 사이에서 역사적으로 각 개인들은 어떤 결정을 내리는 식으로 변모되었으며, 우리가 결과로만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이 사실 이런 전체적인 문명화 흐름 속에 녹아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그해, 역사가 바뀌다>는 세밀한 주제로 들어갔다가도, 다시금 사회 전체 혹은 세계 전체에 대한 경향으로 범위를 자유자재로 변경한다. 읽다 보면, 어딘지 모르게 똑똑해진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역사라는 게 대부분 그런 것 같다. 세밀하기보단 큼직큼직한 경향을 갖는 것 같다. 처음 역사를 배울 땐 다 그런 식인 것 같다. 막상 석사나 박사나 혹은 그보다 더 깊게 파고든 전문가들을 바라보면 세밀한 곳으로 파고드는 것 같긴 하지만. 어떤 블로그에서 그런 글을 본 적 있다. '박사가 되려면 파리 전체가 아니라, 파리의 발에 묻어 있는 때를 볼 수 있어야 한다'라고. 

그 말에 한 마디 덧붙이고 싶긴 하다. 그 파리 발바닥에 붙어있는 때를 보려면, 적어도 그 전 단계에 걸친 파리의 몸통, 파리의 발, 파리의 발바닥에 이르는 단계까지는 조망할 수 있어야 한다고. 

2. '그해, 역사가 바뀌다' 3줄 평 
- 내가 갖고 있던 몇 가지 역사 상식이 살짝 교정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 과거를 바라볼 때, 내가 너무 현대중심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 역시나 주경철 교수가 쓴 글은 읽어볼만하다. 역사 관련 대중서 중엔 정말 재밌고, 남는 게 있다. 


Posted by 스케치*
잡문/기타 잡문2017. 11. 17. 23:56
TV보는 시간 
요즘엔 거의 대부분 유튜브를 본다. 저녁 10시 혹은 11시에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나 뿐 아니라 꽤 많은 사람들이 이 때 유튜브를 본다. 회사에서 야근하거나 혹은 밥 먹고 가볍게 술 한잔 하더라도 이 땐 유튜브를 볼 여유가 생긴다. 학생 때도 이 때는 유튜브 보는 건 크게 무리가 없다. 학창 시절 야자가 끝나는 시간이 10시였던지라 집에 와서 씻고 컴퓨터를 켜서 재방을 볼 때도 보통 그 시간이 11시였던 것 같다. 

대략 5~10년 전과 달라진 게 있다. 컴퓨터나 모바일로 영상을 보는 건 그 때나 지금이나 똑같은데, 지금 달라진 건 콘텐츠다. 옛날엔 TV에서 나오는 지상파 영상을 보곤 했다. 가장 인기 있는 건 아무래도 예능이었다. 무한도전이나 1박 2일, 패밀리가 떴다 같은 방송들이 가장 좋은 다운로드 영상이었다. 이걸로는 부족하다 싶으면 일본 드라마, 일본 애니, 미국 드라마 같은 방송들도 시간 때우기 좋은 영상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지금은 보통 5분에서 30분 이내에 진행하는 영상들이 내가 보는 가장 좋아하는 영상들이다. 유튜브에서 보는 영상들의 대부분이 이 정도 시간 구간에서 방송된다. 그래도 나름 긴 연속물을 보고 싶을 땐 시리즈 영상으로 보면 된다. 20분짜리 영상이어도 이 영상이 20편, 30편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엔 충분히 몇 시간 짜리 영상이 될 수 있다. 

그래도 역시 영상은 짧은 게 좋다. 호흡은 갈 수록 짧아진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감정 좀 잡겠다고 질질 끄는 건 못 버텨주겠다. 요즘 사람들은 이미 이것저것 보는 게 많다. 그 어떤 세대보다도 영상에 익숙한 세대이다. 클리셰라는 말이 유행을 탔다. 왠만한 화면 구도는 이미 죄다 봤던 것이다. 젊으면 젊을 수록 영상은 익숙하다. 세련된 기법, 멋진 영상, 자극적인 스토리는 갈 수록 흔한 것이 되고 있다. 

사실 5~10년 전에 긴 영상을 볼 때도 그랬다. 곰플레이어 같은 동영상 기기로 끊어치며 영상을 봤다. 지루한 부분은 알아서 편집하며 뛰어서 보았고, 맘에 드는 부분은 내 맘대로 반복해서라도 봤다. 그래도 역시 긴 건 싫어서, 1시간 짜리 영상이 있으면 보통 20~30분으로 줄여서 보는 게 일상이었다. 

이제 요즘 영상들은 그걸 알아서 해주는 느낌이다. 뭐, 완전하진 않다. 여전히 영상엔 지루한 부분이 넘쳐나고, 20분짜리 영상은 다시 15분짜리 영상으로 줄어들곤 한다. 그래도 짧아지고자 시도하는 영상들이 있어서, 그 점이 좋다. 

이래저래 하루에 영상을 보는 시간은 많지 않지만, 그 사이에 보는 채널은 우리 부모님이 보통 상상할 수 있는 범주가 아니다. 오늘 하루에도 먹방 여러 편, 다큐멘터리 한 편, 이상한 잡지식을 다룬 영상 너댓 편, 미용 화장을 다룬 영상 세 편, 여행 영상 서너 편, 유머 영상 두 편, 운동 영상 한 편을 본 것 같다. 쭉 나열해놓으니 엄청나게 많이 본 것처럼 보이지만 이런 영상을 다 보는데 걸리는 시간은 기껏해야 1시간이 안된다. 쭉쭉 넘기면서 보면 된다. 물론 내가 보기 싫은 건 안 보면 그만이다. 위 영상들은 철저히 내가 고른 영상이다. (물론 그마저도 구글의 매커니즘이 나를 그런 선택으로 유도했겠지만) 

넷플릭스가 요즘에 뜬다뜬다 하지만, 사실 유튜브는 넘사벽이다. 넷플릭스엔 세련된 영상도 많고, 블록버스터급 드라마와 영화도 많다. 넷플릭스 안에서도 이 영상을 위해 어마어마한 돈을 쓴다고 한다. 정말 입이 쩍 벌어질 정도다. 

근데 정말 중요한 게 그런 걸까? 사람들이 매력을 느끼는 게 그렇게 거대하고, 돈을 많이 쏟아붓는 것 뿐일까? 

넷플릭스의 가입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매출도 폭발하지만, 동시에 콘텐츠 제작비용도 빠른 속도로 올라가고 있다. 콘텐츠에 대한 투자가 엄청나게 올라가고 있는데, 이걸 넷플릭스만 하는 건 아니다. 애플도 하고, 아마존도 하고, 기존 방송사들도 한다. 경쟁이 엄청나다. 

막상 그렇게 엄청난 돈을 들여 만든 영상을 보면 뭐... 대단은 하다만, 막상 내가 가장 시간을 쏟는 곳은? 돈 몇 푼 안들이고 만든, 꽤나 허접한 1인 영상인 경우가 많다. 이게 나만 그런 건가? 내가 이상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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