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역사2017. 6. 23. 23:57

저자 : 서애 유성룡 / 엮은이 : 김문수
출판사 : 돋을새김
전자책 발행일 : 2015년 8월 10일 

1. 임진왜란 다시 읽기
징비록은 임진왜란 당시 조정 중신이던 서애 유성룡이 기록한 역사 기록물이다. 약 12년간 초, 중, 고를 나오면서 임진왜란에 관한 대략적인 단편 지식은 알고 있었다.

'일본은 당시 오랜 전국시대를 마친 후, 오다 노부나가에 의해 통일된다. 오다 노부나가가 전쟁 중 사망한 가운데 그의 심복이라 할 수 있는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패권을 거머쥐고 일본을 완전히 통일한다. 이후 한국에 쳐들어와 전쟁을 일으켰고, 어리석은 왕 선조는 이를 미리 대비하지 못하여 대동강 근처까지 패주하였다가 명나라와 의병의 도움으로 겨우 국토를 수복하게 된다.' 라는 것이 학창 시절 내가 배운 임진왜란이었다. 

임진왜란은 7년간 이뤄진 전쟁이었다. 7년이란 게 역사책에 써놓고 나니 별거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이걸 내 삶으로 치환하면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된다. 만일 내가 당시 부산 앞바다에서 나라를 지키는 25살의 장수였다면, 전쟁이 끝나는 시점은 32살이 되는 시점이다. 강산이 바뀌고, 세대가 바뀐다. 내가 하루하루 먹어가는 음식과 매일 마주해야 하는 전쟁의 모습이라는 건 감히 상상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진실로 역사라는 건 멀리서 보면 단지 책 한 페이지를 채우고 있을 뿐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끔찍한 피와 땀이 묻어난다. 징비록을 읽는다고 하여 내가 당시를 더 잘 알게 된다고 감히 말할 수는 없지만, 그 시간을 살아가던 사람들을 무시할 수 없음을 느끼게 된다. 

징비록에 나온 아래와 같은 문구들은 조선 최고의 권력자인 선조에게 처한 상황을 무엇보다 더 잘 묘사하고 있다. 

밤 여덟 시쯤 동파역(현 파주시 동파리)에 닿았다. 파주 목사 허진과 장단 부사 구효연이 임금을 접대키 위한 관원을 그곳으로 오게끔 해 음식을 장만하게 하고 있었다. 임금께 올릴 간략한 음식을 만들고 있는데 하루 종일 굶은 호위병들이 마구 들어와 닥치는 대로 집어 먹었다. 임금께 올릴 것조차 없어지자 겁이 난 허진과 구효연이 도망치고 말았다. 

이 책에선 이런 대목들이 넘쳐난다. 전쟁으로 인해 먹을 것은 귀해지고, 병사들도 먹을 것이 없어 노략질한다. 선조 임금 밑에 있는 많은 신하는 왕을 버리고 도망치며, 병사들과 장수들은 싸움에 나서지 않고 도망친다. 아비규환이다. 이런 상황이었으니 어찌 선조가 한양 도성에 남아 적과 맞설 생각을 했겠으며, 명나라에 의지하고자 하지 않았겠나. 징비록에는 심지어 아래와 같은 대목까지 기록되어 있다. 

사실 우리 조정에서는 잇달아 사신을 요동으로 보내 위급함을 알리는 한편 구원병을 요청했다. 또 우리나라와 합병할 것을 원하기도 했다. 
왜적에게 평양이 함락되자 나라의 위급 상황은 극심해졌다. 마치 거꾸로 세운 병에서 물이 쏟아지는 듯, 그토록 아침, 저녁이면 압록강까지도 왜적의 발밑에서 짓밟힐 지경으로 위급하기 때문에 명나라와의 합병까지도 바랐던 것이다. 

임진왜란의 이런 실상과 세밀한 모습에 대해서 생각해보지 않으면서, 나 스스로 함부로 전쟁을 안다고 혹은 역사를 안다고 할 수 없을 것 같다. 임진왜란이 이런 모습이었을 것인데, 과연 우리나라에서 다시 전쟁이 일어난다면 그것은 어떤 모습이 될까? 그리고 그 때 난 어떤 행동을 하고 있을 것인가? 

2. '징비록' 3줄 평 
- 역사 시간에 배웠던 단순히 선과 악으로만 구분 지어진 임진왜란을 벗어나, 전쟁 속에 살아있는 인간 군상을 발견할 수 있었다. 
- 내가 만일 그 당시 선조였다면? 유성룡이었다면? 신립이었다면? 혹은 일반 군중이었다면? 상상만으로도 참혹스럽다. 
- 약 500년 전 일인데도, 지금 우리나라의 일과 비교하여 반성하게 된다. 


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