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기타 잡문2017. 11. 17. 23:56
TV보는 시간 
요즘엔 거의 대부분 유튜브를 본다. 저녁 10시 혹은 11시에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나 뿐 아니라 꽤 많은 사람들이 이 때 유튜브를 본다. 회사에서 야근하거나 혹은 밥 먹고 가볍게 술 한잔 하더라도 이 땐 유튜브를 볼 여유가 생긴다. 학생 때도 이 때는 유튜브 보는 건 크게 무리가 없다. 학창 시절 야자가 끝나는 시간이 10시였던지라 집에 와서 씻고 컴퓨터를 켜서 재방을 볼 때도 보통 그 시간이 11시였던 것 같다. 

대략 5~10년 전과 달라진 게 있다. 컴퓨터나 모바일로 영상을 보는 건 그 때나 지금이나 똑같은데, 지금 달라진 건 콘텐츠다. 옛날엔 TV에서 나오는 지상파 영상을 보곤 했다. 가장 인기 있는 건 아무래도 예능이었다. 무한도전이나 1박 2일, 패밀리가 떴다 같은 방송들이 가장 좋은 다운로드 영상이었다. 이걸로는 부족하다 싶으면 일본 드라마, 일본 애니, 미국 드라마 같은 방송들도 시간 때우기 좋은 영상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지금은 보통 5분에서 30분 이내에 진행하는 영상들이 내가 보는 가장 좋아하는 영상들이다. 유튜브에서 보는 영상들의 대부분이 이 정도 시간 구간에서 방송된다. 그래도 나름 긴 연속물을 보고 싶을 땐 시리즈 영상으로 보면 된다. 20분짜리 영상이어도 이 영상이 20편, 30편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엔 충분히 몇 시간 짜리 영상이 될 수 있다. 

그래도 역시 영상은 짧은 게 좋다. 호흡은 갈 수록 짧아진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감정 좀 잡겠다고 질질 끄는 건 못 버텨주겠다. 요즘 사람들은 이미 이것저것 보는 게 많다. 그 어떤 세대보다도 영상에 익숙한 세대이다. 클리셰라는 말이 유행을 탔다. 왠만한 화면 구도는 이미 죄다 봤던 것이다. 젊으면 젊을 수록 영상은 익숙하다. 세련된 기법, 멋진 영상, 자극적인 스토리는 갈 수록 흔한 것이 되고 있다. 

사실 5~10년 전에 긴 영상을 볼 때도 그랬다. 곰플레이어 같은 동영상 기기로 끊어치며 영상을 봤다. 지루한 부분은 알아서 편집하며 뛰어서 보았고, 맘에 드는 부분은 내 맘대로 반복해서라도 봤다. 그래도 역시 긴 건 싫어서, 1시간 짜리 영상이 있으면 보통 20~30분으로 줄여서 보는 게 일상이었다. 

이제 요즘 영상들은 그걸 알아서 해주는 느낌이다. 뭐, 완전하진 않다. 여전히 영상엔 지루한 부분이 넘쳐나고, 20분짜리 영상은 다시 15분짜리 영상으로 줄어들곤 한다. 그래도 짧아지고자 시도하는 영상들이 있어서, 그 점이 좋다. 

이래저래 하루에 영상을 보는 시간은 많지 않지만, 그 사이에 보는 채널은 우리 부모님이 보통 상상할 수 있는 범주가 아니다. 오늘 하루에도 먹방 여러 편, 다큐멘터리 한 편, 이상한 잡지식을 다룬 영상 너댓 편, 미용 화장을 다룬 영상 세 편, 여행 영상 서너 편, 유머 영상 두 편, 운동 영상 한 편을 본 것 같다. 쭉 나열해놓으니 엄청나게 많이 본 것처럼 보이지만 이런 영상을 다 보는데 걸리는 시간은 기껏해야 1시간이 안된다. 쭉쭉 넘기면서 보면 된다. 물론 내가 보기 싫은 건 안 보면 그만이다. 위 영상들은 철저히 내가 고른 영상이다. (물론 그마저도 구글의 매커니즘이 나를 그런 선택으로 유도했겠지만) 

넷플릭스가 요즘에 뜬다뜬다 하지만, 사실 유튜브는 넘사벽이다. 넷플릭스엔 세련된 영상도 많고, 블록버스터급 드라마와 영화도 많다. 넷플릭스 안에서도 이 영상을 위해 어마어마한 돈을 쓴다고 한다. 정말 입이 쩍 벌어질 정도다. 

근데 정말 중요한 게 그런 걸까? 사람들이 매력을 느끼는 게 그렇게 거대하고, 돈을 많이 쏟아붓는 것 뿐일까? 

넷플릭스의 가입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매출도 폭발하지만, 동시에 콘텐츠 제작비용도 빠른 속도로 올라가고 있다. 콘텐츠에 대한 투자가 엄청나게 올라가고 있는데, 이걸 넷플릭스만 하는 건 아니다. 애플도 하고, 아마존도 하고, 기존 방송사들도 한다. 경쟁이 엄청나다. 

막상 그렇게 엄청난 돈을 들여 만든 영상을 보면 뭐... 대단은 하다만, 막상 내가 가장 시간을 쏟는 곳은? 돈 몇 푼 안들이고 만든, 꽤나 허접한 1인 영상인 경우가 많다. 이게 나만 그런 건가? 내가 이상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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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