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기타 잡문2017. 11. 14. 23:49
우연인듯 우연아닌 것
어떤 현상을 잘 모르고 있을 땐 그것이 단지 우연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책을 읽거나 혹은 그 현상에 대해 깊게 관찰한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것이 사실은 우연이라기보단 어떤 정교한 원인이 만나 이뤄진 필연적인 현상이라는 것을 발견한다. 여기서 필연이라는 말은 우습긴 하다. 그 사이에 수많은 인과관계가 있을 테고, 다른 여러 변수들이 있을 텐데 필연적인 관계가 있을 것이라 추측하는 것이 정확한 사고 체계인지는 우려가 섞인다. 그럼에도 과거를 돌이켜 보았을 때 그것이 명확한 어떤 관계가 있다는 것을 발견할 때 나는 나의 삶이라는 것도 마찬가지로 그런 필연적인 관계 속에 속한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나의 의지라는 것이 있을 테고, 내 주변의 의지라는 것이 있을 테고, 또한 매일 우리가 겪는 환경의 변화와 바이오리듬의 진폭이라는 것이 있을 텐데, 그런 수많은 요소들에도 불구하고 어떤 일정한 방향에 따라 삶이 진행되고 있는 형태를 바라보면 경이롭다기보단 소름끼치는 경우들도 종종 있다. 

사실 나 자신조차도 나라는 개체 이외에의 다른 모든 사람들이 변하지 않는 고정된 형질을 갖고 있길 바라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나의 중학교 혹은 고교 동창들 중에 내가 기억하던 그들의 성격과 성적과는 지나치게 다른 정도로 성공하거나 큰 돈을 벌어들인 경우 난 그들의 어떤 의지나 노력을 보고 대단하다고 여기는 것보단 '대체 저 녀석이 어떤 행운을 만난 걸까.' 혹은 '어떤 변수가 있었길래 그들이 큰 돈을 벌 수 있던 걸까'라는 부분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사실 인간 개체만 두고 보면 그나마 변동성의 자유를 가진 존재인지라, 사람이 빠른 속도로 자신의 위치만 변경한다면 삶의 모습을 바꾸는 것 쯤이야 크게 어려울 것 없다. 다만 그런 존재가 한 명이 아닌 두 명 혹은 세 명, 더 나아가 10명 이상의 집단이 되는 경우 그 모습은 어떤 고정성을 띠기 마련이다. 

그렇게 고정성을 띤 존재들은 의지 자체에 의해 변경되기보단 그들이 본래 갖고 있던 특질에 종속되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땐 진실로 우연이라 보이는 것도 사실은 어떤 논리적 설명을 통해 우연이 아님을 증명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이런 저런 설명을 통해 필연임이 증명된다. 사실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혹은 나 외의 다른 많은 사람이 있을 때 이런 점이 명확해진다는 점은 단체 활동에서 무엇보다 소름끼치는 부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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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