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기타 잡문2017. 11. 8. 23:54
친구 유통기한
사람이란 게 정말 운명이라는 게 있는 걸까. 내가 만나면서 계속 볼 수 있는 인연이 있는 사람이 있고, 혹은 아무리 친하게 지냈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영원히 다시 보지 못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있는 건 아닐까. 초등학교 시절부터 중학교 시절에 이르기까지 가장 단짝처럼 지냈던 다섯 동네 친구와 지금은 완전히 연이 끊겨 연락도 하지 않는 걸 보면 묘하게 그런 생각이 든다. 그들 중 일부는 서로 연락하고, 나도 또 한 명과는 계속 연락하다가 지금은 적절치 않은 것 같아 아예 연락을 끊고 지내고 있는데, 다시 연락하면 이미 끊어진 줄만 붙잡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쉬이 연락할 수 없다. 

친구끼리의 연이라는 것이 보통 부모들 사이에서도 이어지는 터라, 어머니와 아버지는 내 옛 친구의 어머니와 아버지를 알고 지내면서 그들의 결혼식과 장례식을 오가시곤 했다. 가끔 내게도 한 다리 건너서 그 소식을 전해주시곤 했는데, 대학 시절에 그런 것이 어떤 것일까 궁금하여 잠시 한 번 가봤던 것을 제외하면 다시는 자리를 찾아가지 않고 있다. 

이전에도 한 번 옛친구와 만나 한 번도 마셔보지 못했던 술을 주고 받으며 각자 어떻게 살아왔을지를 짐작하는 자리를 해본 적이 있는데, 그곳에서 우린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를 얘기하기보단 학창 시절로 돌아가 그 때의 시간과 공간만 회상하다가 돌아왔었다. 속내로는 그 시절이 딱히 유쾌하지 않아 즐겁지는 않았지만, 새벽 내내 웃고 떠들며 다시 만날 것을 간절히 또 간절히 바라다가 새벽 지하철을 타고 돌아온 뒤로는 다신 연락을 주고 받지 않았던 것을 기억한다. 

누구 하나 먼저 연락을 하지 않았던 것을 기억하면, 아마 그 친구와 나와의 실은 완전히 끊어진 것이 확실하다. 그날 나와 친구를 붙잡았던 건 단지 술기운의 힘이었던 것 같다. 


'잡문 > 기타 잡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멍 때리기  (0) 2017.11.13
다이어트 중독  (0) 2017.11.10
조문하러 가는 길  (0) 2017.11.07
별이 보이는 밤  (0) 2017.11.06
어린 시절의 나무  (0) 2017.11.05
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