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기타 잡문2017. 11. 10. 23:50
다이어트 중독 
다이어트는 생각보다 훨씬 기분 좋은 일이다. 처음엔 불편하던 몸이 교정되는 기분이 들고, 몸에 맞지 않던 옷이 다시 맞기 시작하며, 거울을 볼 때는 기분이 좋아지고, 몸무게를 측정하면 항상 기분이 좋아진다. 매일 보는 사람들에겐 별 효과가 없지만, 그래도 어쩌다 한 번 보는 사람들을 만날 때면 반응도 화끈해서 기분이 좋다. 

매일 운동하고, 식욕도 적절한 수준으로 조절하는 건 꽤 힘든 일이긴 하다. 다만 이건 습관의 문제이기 때문에 첫 1주일이 가장 힘들고, 그 다음부터는 그저 정해진대로 따라가기만 하면 3주째부턴 기분좋을 일만 남는다. 3주만 되어도 식욕은 드라마틱하게 떨어져 있고, 운동량은 늘어나 있으며, 몸무게는 확실하게 줄어있다. 그 뒤엔 앞서 했던 대로 따라가기만 해도 된다. 

문제는 살을 다 뺀 뒤다. 

솔직히 살을 뺀다고 해서 삶이 급격히 변하진 않는다. 옷은 새로 사야 하고, 사람들에게 몇 번 칭찬을 들으면 그 뒤엔 일상이 있을 뿐이다. 내가 그저 살이 쪄 있던 상황이었을 뿐, 다른 사람들은 다 평범한 몸무게로 살아왔던 것이라 내가 성취한 몸무게라는 것이 그렇게 대단한 어떤 것이 아니다. 일상은 지루하고, 식욕을 억제한 채로 그대로 살아가는 건 꽤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다시 절제를 버리고 열심히 음식을 탐닉한다. 이것도 이것 나름대로 즐거운 일이다. 주변 사람들은 나를 '요요왔네. 역시 그럴 줄 알았어.'라며 고소해하거나 혹은 한심하다는 듯 비웃으며, 겉으로는 나를 걱정해준다. 나 역시 그들의 속내를 읽고, '요요왔지. 하하, 뭐 어쩔 수 없는걸'이라고 말해준다. 어떤 사람들은 '그렇게 힘들게 빼놓고 나서, 살이 다시 찌면 어떡해. 아깝지 않아?'라고 말해준다. 

솔직히 말해 아깝지 않다.

마치 이런 거다. 살을 빼놓은 만큼 난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삶의 여유를 갖추게 된 셈이다. 몸무게가 2~3키로도 아니고 10키로 이상 빼게 되면 살이 찌는 것도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살을 빼는 건 1~2달이면 충분하지만 다시 찌우는 데에는 1년이 걸린다. 이게 어떻게 그렇게 되냐면, 막상 먹는 것에 집중하고자 해도, 내가 푸드파이터라던가, 유명한 먹방 BJ도 아닌 이상 줄어든 위를 늘리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1년이 지나서 다시 살이 원래 상태로 돌아오면 그럼 다시 다이어트를 하면 된다. 그럼 처음 1주만 잘 버티면 또 다시 즐거운 다이어트의 시간이다. 다이어트는 언제나 그렇듯 항상 즐겁다. 아니, 이게 미친 말 같지만 정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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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