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기타 잡문2017.12.10 23:52
멍때리고 싶을 때 
다들 일을 마치고 집에선 어떻게 시간을 보내려나. TV를 보지 않은 지는 정말 오래되었다. 회사에선 HD TV, 4K TV, HDR TV라고 최신식 TV를 가져다 두고 일을 하고 있다지만, 막상 우리 집에 있는 TV는 구입한 지 적어도 15년은 되었을 아주 구식의 TV다. 요즘 많이들 쓰는 HDMI 포트조차 없는 완벽한 구식 TV다. 딱히 TV를 사고 싶다는 생각은 없다. 그런 거에 돈 쓰는 게 아깝다는 생각 뿐이다. 컴퓨터는 3년마다 최신식으로 교체하고, 핸드폰은 2년마다 최신식으로 교체하며, 이어폰, 패드, 노트북, 마우스, 키보드, 스피커 같은 자질구레한 각종 전자장비는 못해도 6개월에 한 번 씩은 새로운 걸 구매함에도 불구하고 TV는 새로 사지 않는다. 

요즘엔 TV도 많이 첨단화 되었다. TV에 크롬캐스트라던가 애플TV 하나 붙여 두면 기존 TV와는 다르게 꽤나 매력적인 물건으로 만들어서 써먹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에는 쇼파도 없고, 거실에 적당한 조명도 없는 터라, 모든 게 완벽하게 구비되어 있는 방에 들어가서 컴퓨터를 켜는 것이 일상이다. 컴퓨터 앞에 앉기 싫으면 아이패드를 꺼내들고 침대에 기대 앉아서 영상을 보거나 게임을 한다. 

물론 기기가 첨단화 되었다고 해서 그걸로 특별한 걸 하는 건 아니다. 그렇게 첨단화된 기기로 내가 하고 싶은 건 완전히 첨단의 극단에 서있는 일이다. 그냥 멍 때리는 일이다. 게임을 하든 소설을 보든 영화를 보든 너무 머리를 많이 써야 하는 그런 종류의 것은 싫다. 등장인물이 수십 명이나 되어서 그 사이에 죽고 죽이는 암투극이 벌어지는 종류의 미드는 싫다. 친구들은 '왕좌의 게임'을 보며 즐거워하지만, 회사에 다니면서 사적인 시간이 줄어들고 나서는 왕좌의 게임과 같은 종류의 미드가 너무나 싫어졌다. 가뜩이나 신경써야 할 게 많은데 수십 시간이나 들여서 드라마를 보면서까지 머리를 굴려야 한다니. 드라마나 영화는 굳이 머리 쓰지 않아도 알아서 이야기를 내게 들려주는 종류가 좋다. 

얼마 전에 넷플릭스를 둘러 보다가 '벽난로 4K: 탁탁 타오르는 가상의 가정집'이라는 콘텐츠를 발견했다. 이게 뭔가 싶어서 보니까 그냥 벽난로다. 1시간 내내 벽난로를 틀어주면서 불이 타닥타닥 타오르는 영상만 나온다. 와, 이건 혁신이다. 이런 방송도 있구나 싶어서 그걸 켜놓고 아이패드로 책을 읽었다. 벽난로의 따뜻함은 내 책상 앞에 있는 조그만 전기히터가 대신했다. 대신 시각적인 정보와 청각적인 정보만 맡겨둔 것이다. 누군가에겐 정말 바보 같겠지만 그런 식으로 나를 안심시켜주는 종류의 영상도 꽤 맘에 든다.

넷플릭스엔 별 내용도 없는 영상이 꽤 많다. 비가 주륵주륵 내리는 영상이라던가, 한국의 자연 풍경을 쭉 둘러보는 영상이라던가. 근데 이런 영상도 처음엔 많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하면 너무 적다. 사람 멍때리게 만드는 편안한 영상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 굳이 연예인 여럿이 나와서 왁자지껄하게 떠들어대지 않아도, 그냥 영상 그 자체로 사람 편안하게 만들면 그만이다. 유행하는 먹방 같은 것도 필요없다. 솔직히 먹방 보면 저녁에 야식이 먹고 싶어지는데, 저녁에 야식 먹는 거 몸에 하나도 안좋잖아. 그런 영상 그만 좀 만들었으면. 사람 편하게 만드는 영상이 더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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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케치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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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없음2017.12.09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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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케치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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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운 책 읽기
올해 초 블로그를 시작했을 땐 거의 얇은 책만 읽었다. 처음 시작했을 때의 목표가 지금처럼 하루 1 포스팅이 아니라, 하루 1독서 1포스팅으로 잡혀있었기 때문에 그 압박감이 상당했다. 멋모르고 재밌어 보이는 책을 골랐다가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독서로 소진하고도 글 쓸 시간 자체가 부족해서 마감의 고통(?)을 느끼기까지 했다. 물론 그 덕분에 서점가에 나와 있는 유명한 책 중에 얇은 책이란 책은 죄다 읽어볼 수 있었으니 그것도 나름 나쁘지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 

다독하는 습관이 나쁠 건 조금도 없다. 비록 그것이 내게 남겨주는 과실이 적을지언정 내 잠재의식 속에 계속 양분으로서 남아 있는 건 명확하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나서 그걸 기억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다른 책을 읽는 과정에서 내가 읽었던 과거의 경험은 분명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꺼운 책을 읽기 시작하면 다독하기가 어렵다. 사실 오늘 블로그에 올리려 했던 건 이런 잡스러운 글이 아니라 네이트 실버가 쓴 <신호와 소음>이라는 두꺼운 책에 대한 포스팅이었다. 예전처럼 하루 1독서 해야한다는 압박도 없었던 터라 느긋하게 2주동안 읽었던 책이었다. 독서 기간이 2주 정도로 늘어지다보니 책 후반부에 접어들 때 쯤에는 책 전반부에서 무슨 이야기가 나왔는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다. 책 전반에 걸쳐 고슴도치와 여우를 비교했고... 베이즈 정리란 무엇인지, 그리고 그걸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장황하게 서술했던 것 같긴 한데, 막상 이걸 정리해서 글로 쓰자니 내가 이걸 완전히 소화하고 있는 것인지, 이런 걸 다 읽고 독후감이랍시고 블로그에 쓰는 게 쪽팔리는 일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독서에 100% 이해라는 게 어딨겠는가. 허구헌날 하는 것이 오독인걸. 얇은 책 읽는다고 내가 완벽하게 이해하겠나. 내가 블로그에서 매일 읽고 쓰는 시라는 것도 항상 오독하는 거고, 쉬운 오락소설도 오독하고, 가벼운 만화마저도 오독하는걸. 나라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100% 이해해주지 못하는 것처럼, 심지어 나 자신도 스스로를 100%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사람이 써내려간 책 역시도 100%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겠지. 

그렇게 책을 다 읽고 내가 잘못 읽은 부분에 대해서 열심히 헛소리를 포스팅 해두면, '아, 이건 정말 너무 심했다'라고 생각되는 부분에 대해서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 오른 어떤 분이 "아, 그냥 지나가다 본 건데... XX는 잘못된 것 같네요 ^^"라고 코멘트를 달아주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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