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역사2017. 3. 28. 23:24


저자 : 구범진 
출판사 : (주)민음사 
종이책 초판 발행일 : 2012년 8월 31일 
전자책 초판 발행일 : 2012년 10월 12일 

1. 책에 대한 느낌 
이 책은 민음사에서 나온 서울대 인문 강의 시리즈 중 하나입니다. 이 책을 포함하여 총 6권의 책들이 시리즈물로 나왔는데요. 일반 대중서를 목적으로 나온 책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책의 저자들이 각 인문 분야를 전공하는 교수들이 저술한 까닭에 내용이 탄탄하고 지식적인 측면에서 얻을 수 있는 부분들이 많습니다. 이번에 제가 읽은 '청나라, 키메라의 제국'도 내용적으로나 구성적으로나 배울 부분이 많았습니다. 책을 읽고 있으면 마치 대학교 강단에 앉아서 역사 수업을 받고 있는 것 같은 기분도 듭니다. 물론 책의 내용이 교과서 같은 사실 나열에 불과했다거나, 지루했다는 내용은 아닙니다. 책의 처음부터 끝에 이르기까지 흥미로운 내용들로 가득합니다. 국사 시간에 조선 역사를 다루면서 지나가듯 배웠던 중국 청나라의 성립 과정에서부터, 흥망성쇄를 다루는 내용들, 조선/몽골/티베트/베트남/과거 한족과의 관계들, 그리고 그것이 현재 중국에 미치는 영향까지 무척 깔끔하게 정리가 되어 있습니다. 

현대사회 중국을 시대흐름에 따른 인과관계로 이해해보려는 사람들에게는 이보다 좋은 책은 없어 보입니다. 어렵고 지루해 보이는 표지에 비해서 상당히 매끄러운 구성과 흥미로운 내용들로 가득차 있으니 꼭 한 번 읽어보시라고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2. 청나라, 키메라의 제국 
이 책을 간단히 요약해보자면, 17세기에서 20세기 동안 중국 대륙에서 위치했던 청나라가 어떻게 발생했고, 어떻게 성장했으며, 어떤 특징을 갖고 있었고, 주변 국가와 우리나라(조선)에 어떤 영향을 미쳤으며, 그것이 현대 중국 사회에까지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파악해 보는 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저자는 책의 결론을 제목으로 정리합니다. 청나라는 여러 민족이 서로 다른 부위를 갖고 있던 나라, 즉 키메라의 제국이었다는 것입니다.  

책의 서두에서도 이미 밝히고 있는 바이지만, 우리가 흔히 아는 중국의 청나라는 명나라의 뒤를 이은 중국 역사의 마지막 왕조에 불과했습니다. 또한 청나라는 만주에서 출발한 만주민족의 국가이지만 중국을 통일한 이후 중국 한족의 융성한 문화에 의해 일종의 '문화흡수'를 당한 나라로 기억되기도 합니다. 학창시절을 되짚어보면 그다지 청나라 역사에 대해서 배웠던 기억은 없었습니다. 굉장히 간단하게 청나라 역사를 훑어본 이후에 대충 이런 교훈을 내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민족 고유의 문화를 유지하는 것은 중요하다. 사대문화나 외래문화에도 굴복되면 안된다. 청나라가 명나라에게 문화적으로 흡수된 국가였지 않는가? 우리 한민족은 우리만의 문화를 잘 발전시키고 성장시켜서 세계 사회에서 우수한 민족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뭐, 이 정도의 교훈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어릴 적 배웠던 이런 얄팍한 교훈들이 하나는 알고, 둘은 몰랐던 지식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실제로 청나라는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웠던 것처럼 '만한일가', 즉 한족과 만주족의 차이를 두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다고 합니다. 하지만 실제 청나라의 정치 조직 내에서 어떤 인사가 이뤄졌는지를 살펴보면 이와 같은 '만한일가'가 잘못된 생각이었던 것을 알게 되지요. 

청나라가 내우외란으로 크게 흔들리기 전인 1800년경까지만 해도 청나라는 청나라 직성 통치의 최고 책임자에는 한인을 임명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또한 내부 정치 조직의 구성도 한인과 만주인(기인)을 철저히 구분했다고 나옵니다. 또한 청나라가 조공을 받는 타 국가들(러시아, 티베트, 몽골, 조선)과 외교관계를 진행할 때에도 철저히 한인이 배제되었고, 한인의 문자인 한자는 공식 문자로 사용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또한 만주족은 항상 자신들 고유의 문화적 색채를 유지하기 위해 철저히 한인들과 함께 사는 거주 공간과 정치 공간도 구분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이 뿐 아니라 청나라에서 조선으로 사신을 보낼 때에도 만주족 고유의 특성을 유지하기 위해 조선에서 준비해놓은 견여(수레)를 타지 않고, 말을 타도록 했다는 부분도 인상 깊습니다. 

이 책에 따르면 청나라가 점차 허약한 구조로 무너지게 된 것은, 문화적 색채를 지키려고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청나라를 둘러싸고 있던 내적인 혹은 외적인 혼란들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중국 각지에서 일어난 반란과 외세의 침략들이 그 예입니다. 이 책에서는 중국 내부에서 일어난 반란들의 상세한 원인까지 규명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이 때문에 청나라가 갖고 있던 구조의 한계가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철저한 규명이 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런 부분들이 현대 중국과 연결시켜서 궁금한 부분인데, 더 밝혀지지 않았던 것은 조금 아쉽긴 합니다. 

3. 함께 생각해보고 싶은 이야기 
1) 중국 티베트, 위구르 등의 소수민족 문제들은 향후 어떤 방향으로 흐르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중국은 결국 분리독립의 길을 걷게 될까요, 아니면 청나라 때와 같이 하나라 뭉치는 길을 걷게 될까요? 

2) 책을 살펴보면, 조선이 중국 청나라를 상대로 쉽게 굴복하기보다는 2 차례의 호란을 통해서 커다란 치욕을 당했던 점이 언급됩니다. 저자는 이 치욕스러운 호란의 역사가 조선을 다른 중국의 소수민족과 구분짓는데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주장합니다. 기존의 역사서에서 호란을 치욕스러운 역사로만 기억하는 것과는 또 다른 관점인데요, 이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4. 함께 읽거나 보면 좋을 콘텐츠
- 영화 : 리버로드 (얼마 전에 팟캐스트 '지대넓얕'에서 김도인님이 136회 로드혁명 편에서 추천해준 영화입니다. 옛날 실크로드 길목 '하서 회랑' 지역의 소수 민족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청나라, 키메라의 제국'에 언급된 많은 소수민족들을 생각하다보니 이 영화가 떠올랐습니다.) 
- 드라마 : 옹정황제의 여인 
- 드라마 : 황제의 딸 
- 드라마 : 보보경심 
(청나라 시대를 다루고 있는 중국 드라마가 정말 많습니다. 위에 언급한 3개 드라마는 제가 본 것들만 언급한 것인데요. 이 책을 읽은 후에 드라마를 보면, 드라마 속 내용들이 더 깊게 와닿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 영화 : 마지막 황제 
(이 책의 마지막 챕터에서도 청나라 마지막 황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5. 3줄 요약
- 중국의 근현대사를 이해하는데에 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조선의 역사에 대한 이해에도 한 몫을 합니다. 
- 중국 내에 있는 한족과 기타 민족 간의 분쟁관계의 성립 과정과 흐름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책입니다. 
- 청나라 시대의 중국 영웅들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다루고 있어 이 부분도 흥미롭습니다. 중국 콘텐츠들을 보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네요. 


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