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역사2017. 8. 26. 23:49

저자 : 이익선 
출판사 : (주)웅진씽크빅
초판 1쇄 발행 : 2017년 1월 11일 
전자책 발행 : 2017년 2월 20일 

1. 다민족 국가 로마 
어렸을 때 '자랑스런 대한민국'이라는 섹션을 교과서에서 공부했던 기억이 난다. 그 안의 구성은 대략 다음과 같다. '사계절이 뚜렷하다.', '근면성실하고 부지런하다', '교육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 '고속 성장을 해냈다. 아시아의 4마리 용', 그리고 '단일 민족이다' 

앞서 언급한 내용들(이른 바 국뽕)에 대해서도 태클을 걸고 싶지만, 마지막 '단일 민족'이란 부분이 왜 자랑스러운 부분인지는 결코 이해할 수 없다. 한 국가에 사는 민족이 여러 구성원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1 종류의 구성원만 있는 것이라면 이 민족은 지극히도 폐쇄적인 민족이 아닌가?

역사 시간에 우리가 분명히 배운다. 유럽이나 일본의 왕족들이 자신들의 순혈성을 가진 이들과 결혼하고 아이를 갖는 풍습을 갖다보니, 기형이나 장애를 가질 확률이 높아지고, 이 때문에 왕족들이 허약한 체질을 갖는 것이라고. 이것이 어디 왕족 수준의 이야기일까. 100만이나 1000만 수준의 국가 공동체라 하더라도 여러 피가 섞이지 않으면 생물학적으로 갖는 불완전성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생물의 문제만이 아니다. 역사 상 폐쇄적인 집단들은 정보 교류에 취약해져서 새로운 문물들을 받아들이는 것이 늦었다. 재정적으로나 군사학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일 확률이 높았다. 세계 역사 상 군사적 패권을 거머쥐거나 혹은 문화적인 부흥을 일으킨 나라는 항상 여러 민족과 국가의 문화를 교류하고 흡수하는 것에 익숙한 위치에 있는 이들이었다.

'만화 로마사'는 앞서 말한 성공한 국가의 전형적인 사례를 설명해준다. 단지 로마가 성공한 국가라서 설명하고 있다기보다는 로마가 태생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국가의 기틀이 갖춰졌음을 보여준다. 단지 지리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점거하고 있다거나, 운이 좋았다는 방식의 설명이 아니라, 당장 우리가 따라 배우고 실천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서술되어 있어서 매력적이다.

로마 초기 시절 로물루스가 사비니 족과 합쳐진 뒤의 이야기도 꽤 흥미롭다. 초기에 국가를 구성하게 된 핵심 지도층이 타 부족을 지배한 이후에, 타 부족의 지배층을 처단하지 않고 자신의 원로원에 초대한다거나 자신의 시민으로 받아들이는 내용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로마의 타 민족, 국가에 대한 포용정책은 단지 초기 국가 시절에만 그치지 않고 이후 카르타고와 격돌을 펼치는 정도로 거대하게 성장한 이후에도 지속된다. 

그래서일지 로마의 역사는 외부로의 확장의 역사도 있지만, 내부에서의 역사도 흥미롭다. 내부로 받아 들인 서로 다른 집단들이 끊임없이 싸우고 투쟁하며 자신의 권리를 주장한다. 이 과정은 일면 폭력적으로 생각될 수도 있지만, 한 집단을 성장시키기 위해서 이보다 더 적절한 방법도 없다. 각자가 내부에서 좋은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집단에 희생하고 집단을 부흥하는 부흥책을 펼친다. 


실제로 로마가 공화정의 길로 나아간 것도, 또한 민중을 위한 호민관 제도가 발생하게 된 것도 이와 같은 내부에서의 투쟁이 있었기 때문이다. 로마 내에서 벌어진 내부의 투쟁은 단지 몇 천 년 전의 과거라고 생각하기엔 요즘의 정치 현실과 상당 부분 맞닿아 있다. 마치 현재의 대의 민주 정치 시스템을 보여주는 듯 하다. 

가벼운 마음으로 로마 역사를 훑어본다는 점에서 재밌는 책이다. 내가 워낙 역사는 얄팍한 편이라 로마의 민주 시스템이 이 정도로 발달했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는데, 오히려 그리스의 민주 시스템보다 더 요즘의 우리와 비슷한 듯 하다. 이건 어쩌면 대제국과 도시 국가의 차이일까?  


2. '만화 로마사' 3줄 평 
- 이 책은 성공한 집단 혹은 국가가 갖고 있는 특징은 무엇일지 집요하게 탐구한다. 
- 어릴 적 읽었던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에서는 스쳐 지나간 정말 중요한 로마인 이야기가 서술되어 있다. 
- 만화라서 쉽고 재밌다. 물론 만화라서 유치하진 않다. 어른을 위한 만화라 생각한다. 


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