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기타 잡문2017. 11. 3. 23:46
아침에 기상 
요즘엔 거의 7시에 일어난다. 대략 3달 전엔 6시 반에 일어났었고, 4달 전엔 6시에 일어났는데, 조금씩 미뤄지다보니 이젠 7시까지 미뤄졌다. 아마 3달 정도가 지나면 7시는 다시 7시 반이 될 것이다. 그리고 회사에 지각하는 일이 발생할 무렵이면 다시 6시로 기상시간이 바뀔 것이다. 

몸은 내게 조금씩 조금씩 게으르길 권장한다. 사실 잠이 부족하니, 그 게으름은 꽤 현명한 선택이다. 주중 기준으로 하루 4시간 정도를 잔다. 주말에는 9시간, 10시간이고 잠을 청하지만, 주중에 잠자는 시간까지 생각하면 사실 잠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이다. 성인이 평균적으로 7시간에서 8시간은 충분히 자야 한다고 하니, 나처럼 잠이 부족한 사람도 몇 없을 것 같다. 

그래서일까, 아침엔 항상 피곤하다. 우리 집엔 바로 꺼내서 마실 수 있도록 아이스 커피가 냉장고에 들어 있는데, 아침 피곤할 때 딱이다. 추운 날씨임에도 차가운 커피를 꺼내마시면 정신이 번쩍 든다. 온몸에 냉기가 돌면서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부랴부랴 머리를 감고, 대충 세안을 마치고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선다. 아침 식사는 거의 하지 않는다. 아마 8년 전 쯤엔 제대로 밥을 먹었던 적이 있었던 것 같긴 한데, 지금 아침식사는 항상 밖에서 먹는다. 편의점 김밥 한 개 800원~1000원으로 떼운다. 거의 일상이다. 

옛날엔 안 그랬는데 요즘 참 신기한 건, 지하철에서 거의 잠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잠이 부족한 게 일상이라 그런지 몸이 적응한 것 같다. 대학생 땐 엄청나게 골아떨어져서 역을 지나치는 경우도 종종 있었는데, 직장인이 된 이후로는 졸다가 역을 지나치는 경우는 없어졌다. (정신이 멀쩡해도 역을 지나치는 경우는 꽤 많다.) 

잠이 줄어든 건 확실하다. 이게 나이가 드는 징조일까? 아침에 일어나는 것도 훨씬 쉬워졌다. 예전엔 아침에 일어나는 게 다른 어떤 것보다 힘들었는데, 이젠 너무나 쉽게 깨어나곤 한다. 매년 그 정도가 달라짐이 느껴진다. 굳이 누가 날 깨우지 않아도 되고, 전화벨을 내가 무시하는 경우도 꽤 사라졌다. 대학생 땐 핸드폰 벨이 있어도 무시하는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니었는데. 아니, 이건 잠이 줄어들었다기보단 책임감의 차이일까. 

아침에 일어나는 문제마저 책임감이라는 관념과 엮인다고 생각하니 조금은 슬프다. 그런 사소한 행동까지도 사람의 정신이 묻어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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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케치*
독서/시, 에세이2017. 11. 2. 23:45

저자 : 요시모토 바나나 
출판사 : (주)민음사
초판 1쇄 발행 : 2017년 9월 22일 
전자책 발행 : 2017년 9월 22일 

1. 마음이 따스해지는
나도 요즘엔 많이 게을러져서 책 읽는 게 소홀해졌다. 매일 한 권 씩 읽던 것이 3일에 한 권이 되더니, 이젠 일주일에 한 권 읽는 게 일상이다. 그래도 처음 마음 먹을 땐 하루 1개는 꼭 포스팅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1,000자 안팎으로 어설픈 글을 써나가고 있다. 보통 저녁 11시가 되서 급하게 쓰느라 제대로 된 글이 없지만, 그래도 쓰다 보면 어제보다는 더 좋은 글을 쓰고 싶단 생각을 한다. 

이번에 <매일이, 여행>을 읽으면서 마음에 자극이 되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도 즐겨서 많이 읽었는데, 이번에 처음 접한 요시모토 바나나의 에세이도 참 담백하다. 원래 일본작가들은 이렇게 담백하게 에세이를 쓰는 게 특징일까? 어설프게 힘이 들어가 있지 않고, 주변을 향한 따뜻한 시선이 인상깊다. 

예를 들어, 자신이 키우고 있는 화초나 선인장을 자신의 아이처럼 소중히 여기는 모습이라거나, 강아지가 먹는 사료가 어쩐지 인간의 편의를 위해서이지 강아지의 즐거움을 조금도 배려하지 않은 것같아 강아지에게 직접 요리를 해준다는 내용이라거나, 또는 팔레르모 여행을 하며 마주친 아이들의 모습을 기억한 부분들.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느껴지는 부분이 무척 인상깊다. 

어딘지 사람을 향하는 글이란 생각이 든다. 

사람의 글 뿐만 아니라 대화에서도 비슷한 것 같다. 어딘지 사람을 향한 따뜻한 관찰, 존중하는 마음, 상냥한 태도, 그런 것이 느껴질 때, 굳이 꾸며서 쓰려고 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그런 정취는 그 사람의 글과 말에 녹아내린다. 내가 쓰는 글이나 내가 평소 하는 말이 그렇지 않은 것 같아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평소 살아가면서 남을 헐뜯고, 무시하고, 욕하고, 계산하면서, 혼자 살아감에 익숙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그런 나 자신이 더 잘 느껴지고, 반성할 수 있게 하는 책이었다. 

2. '매일이, 여행' 3줄 평
- 저자의 동물과 식물을 향한 따뜻한 정서가 느껴져서 기분 좋은 에세이 
- 현학적이지 않고, 다만 관찰할 뿐이라 읽기 좋다 
- 나도 이렇게 마음 편하게 읽힐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 


Posted by 스케치*
잡문/기타 잡문2017. 11. 1. 23:51
몸이 피곤하길 권장한다 
백날 여행해봐야 결국엔 피곤하다. 그냥 집에서 쉬는 편이 낫다. 여행 해보면 비로소 집이 좋다는 걸 알게 된다. 이런 얘기 정말 많이 듣는데도 사람들은 여행을 간다. 

근데 사실 이런 이유는 무척 궁색하다. 굳이 여행이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비슷비슷한 이유는 넘쳐나지 않나. 대학 가봐야 뭐하나, 이미 대학생이 넘쳐나는데. 취업 해봐야 뭐하나, 취업 해봤자 남을 위해서 고생해줄 뿐인데. 공부해봤자 뭐하나, 어차피 다 까먹어 버릴 건데. 

솔직히 이런 말은 잘 포장된 함정이다. 하나의 원인은 단 하나의 결과만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수십 가지 혹은 그 이상의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 아닐까? 우리가 보통 여행이라는 것을 떠올릴 때, 그것이 '피곤을 풀어주는 것'이라고는 말할 수 없지 않은가. 여행으로 인해 내가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많은데. 일단, 완전히 새로운 것을 볼 수도 있고, 인간 관계의 사슬에서 벗어나 자유로움도 경험해볼 수 있고, 평소 동네에선 쉽게 먹기 힘든 음식도 맛볼 수 있고, 오랜 만에 많이 걸어다닐 수도 있고, 평소 사용하지 못했던 오감을 충분히 발휘하여 즐거움을 맛볼 수도 있고, 뭐 그런 다양한 것이 여행의 결과물이 아닐까? 

 감기 때문에 고생한 그 친구가 했던 명언이 지금도 마음에 남아 있다. 
"좀 귀찮고 힘든 일이 있어도 힘을 내서 여기저기 다니다 보면, 그 여행이 아무리 가혹한 것이었어도 나중에 남는 추억은 훨씬 더 멋있어진다. 이게 나의 철학입니다!"
1. 요시모토 바나나 <매일이, 여행>, 민음사, 2017

웃긴 게 정말로 여행이 가장 빡셌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지금도 이집트에서 모든 짐을 잃어버리고 팬티를 사러 도심을 가로질러 마트로 가던 저녁을 난 잊지 못한다. 비행기 연착으로 인해 20시간에 가까운 시간 동안 공항에서 덜덜 떨며 기다렸던 하루를 난 잊지 못한다. 라스베가스에서 LA까지 새벽 도로를 가로지르며 졸음을 참고 운전했던 그 시간을 난 잊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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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