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기타 잡문2017. 10. 30. 23:32
고통받기 위한 방법
내 앞에 두 명이 있을 때 갖은 방법을 다 동원하여 고통을 찾는다. 어떤 경우에 난 한 명과 동맹을 맺고, 또 어떤 경우에 난 한 명과 적이 되며, 또 어떤 경우에 그 둘은 모두 나의 동맹이거나 적이 된다. 일반적인 경우, 이런 경향은 명확하지 않고 흐릿하게 자리잡는다. 인간관계는 맑은 날씨라기보단 흐릿한 안개 속을 걷는 비루한 여행자의 느낌이다. 가끔 안개를 헤치고 누군가 나에게 얼굴을 비추는 사람이 있긴 하다만, 그 때 그가 웃고 있는지 비웃고 있는지 명확치 않아서 소름끼치기도 하고 혹은 즐겁기도 하다. 

친구와 함께 술을 마시며 잡담을 나눌 때도 그렇고, 같이 커피를 마실 때도, 혹은 별 말 없이 앉아있을 때도, 어딘지 모르게 나라는 놈은 그 친구에게 집중하는 순간 내 고통받을 수 있는 여러 방법을 생각해낸다. 

이런 고통을 향한 생각은 무리 속에서 혼자가 되지 않기 위해 몸부림치는 것일지도 모른다. 가끔 나를 두고 다른 사람들이 하나로 뭉치지 않았을 때 안심하는 마음이 들기도 하고, 혹은 나 이외의 누군가가 홀로 떨어져 있을 때 안심하는 마음이 들기도 하며, 아무도 그런 것에 별 신경을 쓰지 않는 것처럼 보일 때 안심하는 마음이 드는데, 이 모든 안심 속에는 그 바탕이 되는 고통이 있다. 

행복하다는 감각은 사실 그 자체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느끼는 고통의 감각이 극소화되었을 때 느껴지는 것이란 생각도 가끔 한다. 그러니까, 행복은 뭔가를 잊는 것이다. 내 스스로 나 자신을 우울하게 만드는 요소들을 잊는 것이며, 그렇게 잊어버린 것으로부터 가만히 존재함으로써 행복감을 느낀다. 

이런 걸 보통 내향적인 성향이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들도 그런 걸까? 다들 고통을 향해서 끊임없이 발버둥 치며 살아가고 있는 걸까. 


'잡문 > 기타 잡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침에 기상  (0) 2017.11.03
몸이 피곤하길 권장한다  (0) 2017.11.01
자유의지  (0) 2017.10.28
초콜릿  (0) 2017.10.27
생각보다 너무 빠르다  (0) 2017.10.25
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