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기타 잡문2017. 10. 28. 23:58
자유의지
"열심히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내가 열심히 하지 않은 걸로 하겠다"는 장그래의 가치관은 따져보면 모든 걸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잔혹한 논리이고 절대로 사회적으로 찬양되어서는 안 될 위험한 이데올로기다(누가 좋아할 논리겠는가). 그러나 저 말은 온몸을 내던지며 사회의 장벽에 맞서 싸워온 이가 자기 자신을 추스리며 했던 다짐이기에 정서적으로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문유석, <개인주의자 선언>, 문학동네, 2015

열심히한다는 말이거나, 혹은 내게 주어진 범주 내에서 최선을 다한다는 말, 혹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이를 극복하고 위대한 사업가가 된다는 말은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싹튼 어떤 희망 혹은 반복된 이야기 체계 같은 것이었다. 가끔 5천 만 인구 중에 10명 남짓하게 위대한 인물이 탄생하는 경우가 있다. 훌륭한 생각과 함께 위대한 기업을 성장시키고 본인도 큰 돈을 벌어서 떵떵거리며 살게 되는 그런 종류의 이야기이다. 

모든 종류의 기획을 꿈꾸는 사람들, 사업을 꿈꾸는 사람들, 큰 돈을 벌려는 사람들, 자수성가 할려는 사람들이 본받으려고 하는 인간상이다. 그런 사람에게 주어진 것은 어떤 엄청난 찬스일 수도 있고, 혹은 그의 위대한 생각일 수도 있으며, 어쩌면 엄청난 인맥이라던가 또는 너무나 당연한 운명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것이 그의 자유의지에 의해서 이뤄졌다고 하는 것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부정하지 않으며(물론 부정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그에 따라 그의 자유의지를 많은 사람들이 찬사하는 것일 진대. 

내가 만일 그와 유사한 인생을 산다 하여 그의 삶의 경로를 좇을 수 있을 것인가? 
내가 살고자 하는 삶은 그의 아류인가? 혹은 완전히 다른 어떤 것인가? 

삶은 명백한 것인가? 혹은 완전히 흐리멍텅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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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