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대학에 가는가 5부 다큐멘터리를 보고
1. G20 회의장의 기자였다면 오바마대통령에게 질문을 했을까? 했다면 어떤 질문을 했을까? 질문을 안했다면 안한 이유는 무엇인가?
영상 속 학교는 한국외대이다. 예상하건대 오바마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국제적인 학생이 있는 곳 혹은 외교관을 많이 배출할 것 같은 학교를 찾아가 질문을 날렸다.
물론 관련해서 기사가 많이 나왔다. 왜 하필 외대냐고. 실제로 외교관을 많이 배출한 곳은 서울대였다. 대학 순위로 보아도 서울대가 적합했다. 이공계를 상징한다면 포항공대나 카이스트도 좋은 대학이고, 여성의 사회참여와 관련된 학교를 고른다면 이화여대였고, 만일 삼성이 로비를 써서 대학으로 오게 했다면 아마 성균관대도 후보가 됐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외대는 웬말인가?
당시 추측성 기사가 꽤 나왔다. 궁금해하는 기자들도 꽤 많았다. 기자들은 적어도 '왜'라는 질문은 했었을 텐데, 질문하지 않았다. 대통령과 관련된 국제 현안에 대해 묻는 게 어렵다면 최소한 그거라도 질문했어야지.
2. 미국 대학에서와 같이 수업시간 도중 계속해서 질문을 하고 답하면서 수업을 진행하는 방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지금까지 거쳐온 학교 교육과정에서 수업 형태는 어떠 했는가?
미국 대학에서 실제로 어떤 식으로 수업되는지 궁금하다. 솔직히 수업 도중에 끊임없이 질문하고, 토론하는 방식을 써서 얼마나 많이 '진도를 나갈 수' 있는지 궁금하다. 나도 학교를 다니며 가끔 토론식 수업에 참여해본 적이 있었는데, 그 때마다 공통점을 찾자면, 진도가 매우 느리거나 혹은 진도에 구애받지 않아도 될 때 쓸 수 있는 방식이었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의 주입식 교육을 비판하지만, 그들 본인 조차도 "더 제대로 주입식 교육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서 분노한다.
3. 다큐멘터리에선 혼자 공부하는 학생들과 누군가와 같이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같은 공부 주제를 주고 3시간 안에 시험을 주는 실험을 한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다큐멘터리 속 진행된 실험은 조금 조건을 통제하지 못했다는 인상을 주었다. 한 쪽 그룹은 혼자 조용히 말하지 않고 공부하고, 다른 한 쪽 그룹은 시끄럽게 떠들어대며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하며 공부한다. 후자 그룹의 시험 결과가 전자의 것보다 훨씬 좋지만, 여기에 영향을 끼친 요소는 어떤 것일까? '말하면서 공부하는 것'? 혹은 '사람들과 함께 공부한것'?
내 경우엔 대학 시절 동안 다른 사람들과 스터디를 하며 서로 가르쳐주는 공부방식을 택해본 적이 거의 없다. 애초에 그런 친구를 구하기 어려웠기 때문이기도 하다. 군대를 전역한 후 어떻게 해야 공부를 잘할지 고민하다가 나는 '말하는 방식'이 효과적일 것이라 생각했다. 다큐멘터리에서도 나오듯이 '말하지 못하는 건 알지 못하는 것이다'라고 하지 않는가. 그래서 시험 기간이 되면 난 빈 강의실에 찾아가 혼자 누군가에게 가르치듯이 떠들어대며 공부했다. 결과는? 당시 난 딱히 많은 시간을 공부에 투자하지 않았는데도 상당히 높은 점수를 받았고, 과탑으로 장학금 받는 것도 가능했다.
따라서 난 그렇게 생각한다. 타인과 함께 공부하는 것도 좋은 방식일지 모르겠지만, 엄밀히 말하면 말하며 공부하는 것도 이미 매우 파워풀한 공부방법이라고.
4. 다큐멘터리에선 한국 대학수업시간에 학생이 수업중간에 질문하는 실험을 한다. 수업 중간에 반복적으로 질문하는 사람을 본 경험이 있는가? 혹은 본인이 주도해서 질문을 날려본 적 있는가? 어떤 기분이 들었나?
이건 철저히 교수 때문이다. 나아가야 할 진도가 있고, 그 진도를 다 떼야만 시험을 잘 치를 수 있고, 토론이나 질문은 의미가 없기 때문에 질문을 안하는 거다. 학생들은 철저히 필요에 따라 질문한다. 만일 질문의 빈도나 참여 점수가 평가의 70% 이상이라면? 난 이런 수업을 한국에서도 해본 적 있다. 난 그 수업에서 최소 5번 이상 질문했다. 다른 학우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사실 순전히 교수 탓만 할 수도 없다. 대학이라는 곳이 교수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진도를 요구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교수 본인에게 학습량에 대한 자율권이 없을 수 있다. 이 경우 문제는 교수가 아닌 시스템에 귀결된다.
그런데 교수나 시스템을 함부로 비난하기도 힘들다. 일정 분량의 학습량 혹은 진도라는 것이 절대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한정된 시기에 누구보다 많은 양을 공부해야 그 다음 시기에 나만의 생각을 할 수 있다.
5. 다큐 마지막 부분에 세인트 존스 대학의 공부방법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위와 같은 토론식 수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나도 미국 대학을 간접적으로 경험해본 적은 있다. 엄밀히 말하면 영국 대학이다. 6개월 간 해외 어학 연수를 떠나서 대학에 붙어 있는 학원에 다녔다. 나도 그곳에선 많이 질문했다. 1시간 수업을 들으면 못해도 3번은 질문했던 것 같다. 이건, 나도 이유를 잘 모르겠지만 내가 외국에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외국에 있으면 나를 모르는 사람이 넘쳐나기도 하고 말이다. 물론 주변 분위기도 아주 좋았다. 같이 만난 학생들 모두가 질문하기를 좋아했다. 그 분위기가 참 좋았다.
6. 세인트 존스 대학이 시험이 없는 대학으로 유명하다. 시험이 없는 학교에 대해 어떻게 생각 하는가?
책을 설렁설렁 읽는다거나, 혹은 책을 읽었다는 느낌도 안들 정도의 불성실한 태도, 혹은 완전히 참여하지 않는 학생은 걸러야 한다. 이건 중요하다. 그런 걸 보완해줄 시스템만 갖고 있다면 난 솔직히 대학에서 시험은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직장에서도 시험은 없다. 딱 내가 말한 정도만으로도 충분히 평가할 수 있다.
쉬어가는 질문. 다큐에 나온 문제에 답해봅시다.
1. 대체로 사람들의 일생에서 인생의 꿈과 행복은 언제 결정되는가?
10대 20대 30대 40대 50대
5개가 모두 맞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건 어찌 보면 좀 평범한 답이니까 희안한 접근을 해보고자 한다. 서은국 교수가 쓴 '행복의 기원'을 보면 행복의 핵심은 부정적 정서에 비해 긍정적 정서 경험을 일상에서 더 자주 느끼는 것이라고 한다. 즉, 쾌락의 빈도가 행복을 좌우한다. 나는 쾌락 빈도가 자유 빈도와 비례한다고 판단한다. 내게 선택의 여지가 많을 때 행복의 빈도 수가 증가한다고 본다. 주말이 평일보다 행복하고, 방학이 더 행복하고, 총각이 유부남보다 행복하며, 부자가 가난한 사람보다 행복한 이유는 바로 이 자유의 빈도가 쾌락 빈도로 이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럼 10대~50대 중 인생의 꿈과 행복이 언제 결정되는지는 가장 자유 빈도가 떨어질 때 행복을 쟁취하는 것이다. 내가 파악하기에 10대, 40대가 이 중 가장 자유롭지 못한 때라 생각한다. 10대는 학교에서 신체적으로 묶여있는 때이고, 40대는 직장에서 일정 기간 경력이 지나 가장 속박되기 쉬운 시기가 아닌가 싶다. 그럼 이 2가지 시기를 자유로울 수 있도록 잘 헤쳐나가는 것이 인생 전체의 행복에도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2. <보기>의 장소에서 공통적으로 지켜야 할 규칙은 무엇인가?
<보기> 운동장, 교실, 도서관
손씻기 / 뛰어 다니기 / 인사 잘하기 / 조용히 앉기 / 오른쪽으로 다니기
난 이제 나이가 들어서 운동장, 교실, 도서관에 거의 가지 않는다. 도서관의 경우는 전자책을 읽게 되면서 완전히 가지 않게 되었따. 운동장과 교실은 보통 토익이라던가 시험을 칠 때 간다. 그렇다면 이 때 운동장과 교실에서 지켜야 할 공통적인 습관은 뭘까? 어쩌면 '뛰어 다니기'일지도 모른다. 시험에 늦지 않기 위해서이다. 혹은 '조용히 앉기'일지도 모른다. 운동장에선 앉을리가 없지만 적어도 교실에서는 '조용히 앉기'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3. 꿈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 중에 어려움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쓰세요.
이 질문에 대한 답도 좀 우회해서 해보고자 한다. 우리나라 고전 중에 <적벽가>라는 고전이 있다. <적벽가>는 삼국지 시절을 배경으로 적벽대전에서 수많은 군사들이 죽는 장면과 전쟁으로 인해 죽을 병사들이 설움을 터트리는 장면 같은 것도 나온다. 왜 그들은 그렇게 울어야 할까.
조조의 입장에서 이와 같이 군기가 떨어지고, 고향을 그리워하는 군사들의 모습은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것에 대한 어려움 혹은 장애물이다. 윗 사람들은 아랫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건 간에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 그것이 최후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에 대해선 철저히 본인 중심적으로 생각한다. 나를 둘러싼 주변 사람들의 모습이 어떤 형태가 될 것인지에 대해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좌절 앞에서 '꿈을 향해 노력만 한다'라고 말하는 것은 내 주변 사람들을 무시하고, 그들의 꿈과 행복을 짓밟는 형태일지도 모른다. 내 꿈이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 내 주변 사람들의 모습을 함께 둘러보는 것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