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시, 에세이2017. 9. 5. 21:00

저자 : 주형원
출판사 : 북로그컴퍼니
초판 1쇄 발행 : 2016년 1월 20일 

1. 공감가는 여행기. 가볍고, 솔직하고, 재밌다. 
저자는 프랑스에 살고 있는 한국인이다. 29살의 여자다. 영어와 프랑스어를 잘해서 언어 특기자로 대학에 들어갔다고 한다. 언어를 공부하게 된 저자의 동기가 꽤 매력적이다. 여행 때문이란다. 학교에서 꿈을 물어보는 시간에 그녀는 여행을 얘기했다고 한다. 그녀의 친구들이 과학자나 선생님, 대통령 같은 어떤 직업을 불렀을 때, 그녀는 여행을 얘기했다. 그리고, 여행을 위해 언어를 익히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그녀의 나이 29살. 대학을 졸업한 후 그녀는 프랑스에 살고 있었다. 그녀가 어릴 적 꿈꿔왔던 파리 생활이었지만, 사실 외국인 노동자로서 먼 타지에서 생활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녀는 아래와 같은 말로 그 삶에 대해 이야기 한다. 

'이토록 아름답고 부족함 없는 도시에 살면서 내 마음은 왜 이리 공허할까? 내가 외국인이라서 그렇게 느끼는 걸까? 아니면 대도시에서의 삶이란 게 다 이런 걸까? 그도 아니면 인생이란 게 원래 이런 걸까? 그렇다면 모두들 무엇을 위해서 그렇게 열심히 사는 걸까?' 

서른을 앞두고 망설이던 그녀는, 그녀의 오랜 꿈이었던 '제대로 된 여행'을 가기로 결심한다. 

그녀가 이 책에서 선보이는 두 여행지는 다른 많은 여행 에세이에서 읽었던 것보다 흡수력이 좋다. 왠지 내가 그녀 옆에서 같이 걸으면서 여행하고 있는 기분이 든다. 그건 아마 솔직함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가끔은 그녀의 신랄한 말투가 활자를 넘어 들려오는 것 같기도 하다. 음, 이런 책 속엔 이런 부분도 있다. 

"저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딱 한 가지를 깨달았어요."
좌중의 시선이 그에게로 쏠렸다. 
"저는 '차'이고 인생은 '길'이며 돈은 '연료'라는 거예요.
즉 연료인 돈이 있어야 저라는 차가 인생의 목적지까지 갈 수 있다는 말이에요."
그 말을 들은 나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장난으로 한 말인가도 싶었지만 그렇다고 하기엔 그의 표정이 너무 진지했다. 아마 그와 정말 친한 사이였다면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네 차가 똥차면 아무리 연료를 많이 넣어도 곧 고장이 나서 아무 데도 못 갈걸!" 

낄낄낄. 요즘 말로 사이다다. 

물론 책 전체가 이런 분위기로 이어지진 않는다. 오히려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는 친구의 모습 같기도 하고, 혹은 진지하게 자기 성찰하는 고독한 사람의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그런 모습이 사실 너무 솔직해보여서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지만. 

'제대로 똑바로 살게 해주세요.'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산티아고를 10킬로미터 앞둔 나는 두 손을 꼭 쥐고 눈물까지 흘리며 기도하고 있었다. 그것도 제대로, 똑바로 살게 해달라는 기도를 말이다.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계속해서 같은 기도를 반복하고 있는 나 자신이 놀라웠다. 산티아고 길에 올라서면 누구나 기도를 하게 된다고 하는데 내가 이렇게 온 마음을 다해 기도하게 될 줄은 몰랐다. 
나는 그렇게 눈물범벅인 채로 드디어 산티아고에 입성했다. 

이 책에서 소개해준 산티아고나 쿠바는, 살면서 한 번쯤은 꼭 가보고 싶단 생각이 든다. 저자가 느꼈던 그 감정들, 그 생각들을 나 역시도 비슷한 공간에서 해볼 수 있을까. 그런 마음이 든다. 

2. '여행은 연애' 3줄 평 
- 가벼우면서도 솔직하고, 발랄한 여행 겸 생활 에세이 
- 산티아고 편을 읽다보면 산티아고를 걷고 싶고, 쿠바 편을 읽다보면 쿠바로 떠나고 싶다. 
- 작가를 한 번 만나서 얘기해보고 싶다. 오렌지 같은 사람 같다. 


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