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시, 에세이2017. 9. 9. 22:30
난분분하다 
안 가 본 나라엘 가 보면 행복하다지만, 많이 보는 만큼 인생은 난분분(亂紛紛)할 뿐이다. 보고 싶다는 열망은 얼마나 또 굴욕인가. 굴욕은 또 얼마나 지독한 병변인가. 내 것도 아닌 걸, 언젠가는 도려내야 할 텐데. 보려고 하지 말라. 보려고 하지 말라. 넘어져 있는 부처의 얼굴을 꼭 보고 말아야 하나. 제발 지워지고 묻혀진 건 그냥 놔두라. 

가장 많이 본 사람은 가장 불행하다. 내 앞에 있는 것만 보는 것도 단내 나는 일인데. 땅속에 있는 전설을 보는 자들은 무모하다. 눈으로 보아서 범하는 병. 

끌려 나온 물고기가 눈이 튀어나온다. 

- 허연 (시집 나쁜 소년이 서있다 中) - 


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