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시, 에세이2017. 9. 17. 23:40
아마도 아프리카
코끼리 사자 기린 얼룩말 호랑이
멀리 있는 것들의 이름을 마음속으로 부를 때 
나는 슬픈가 나는 위안이 필요한가 
아마도 아프리카 아마도 아주 조금 

호랑이, 그것은 나만의 것 
따뜻하고 보드랍고 발톱이 없는 것 

살고 있나요 묻는다면 아마도 아프리카
아마도 나는 아주 조금 살고 있어요 

내 머릿속은 
반은 쑥색이고 반은 곤색이다
쑥색과 곤색의 접합점은 성홍열 같은 선홍색 

열두살 이후로 농담이 입에 배었다
옷에도 머리카락에도 손톱 끝에도 
주황색 양파자루 속엔 어제의 열매들 
양파가 익어가는 속도로 나는 울었지 

눈을 감아도 선홍색이 보이면 
다시 코끼리 사자 기린 얼룩말 호랑이
너무나 멀리 있지만 아마도 이미 아프리카
나는 하룻밤 사이에도 많은 곳을 돌아다닌다 

- 이제니, 시집 '아마도 아프리카' 中 - 

내년 말 쯤 혹은 내후년 전까지 한 번 시간을 내서 탄자니아에 가볼 생각이다. 탄자니아에 가면 세렝게티에 갈 수 있는데 많은 한국 관광객들이 탄자니아를 통해서 우리가 TV로 경험했던 아프리카의 이미지를 체험했다. 넓디넓은 아프리카 안에서도 가장 우리네 TV 속 아프리카에 닮아있는 곳. 내가 가진 아프리카라는 곳의 이미지는 고작 그 정도에 불과한데, 그마저도 실제 경험해보지 못한 터라 허술하기 짝이 없는 상징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다. 

요즘엔 내 주변 사람들 중에 여행 좀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탄자니아에 간다. 내겐 뭔가 태국이나 터키만큼이나 흔해빠진 곳이 되어버린 그곳. 


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