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기타 잡문2017. 9. 13. 23:03
성냥갑 아파트의 아름다움 
알랭 드 브통이 쓴 ‘일의 기쁨과 슬픔’에서도 이런 말이 인용되었다. 

시인들은 ‘아름다움’이라는 말을 과거의 유명한 화가나 시인의 작품에 나오는 전원적인 풍경, 또는 때 묻지 않은 목가적 장면에만 한정해서 사용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에머슨 자신은 산업 시대의 새벽에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철도, 창고, 운하, 공장이 급격히 증가하는 것을 유심히 관찰했으며, 다른 형식의 아름다움이 존재할 가능성에 여지를 주고 싶었다. 

2014년도 Game of the Year에 선정된 ‘Last of Us’는 도회지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해서 보여준다. 쇠락한 공간의 아름다움 

가끔 한강공원 근처 압구정 아파트를 지나게 될 때가 있다. 들어가본다. 벗겨진 페인트의 자취가 아름답다. 

우디앨런의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도 비슷한 심상 관찰하고 있다. 1920년대 파리의 밤거리를 그리워 하는 ‘길(오웬 윌슨)’. 그는 자신이 살고 있는 주변 거리가 아닌 과거를 그리워 한다. 

건축 관련 도서들을 읽다보면 혹은 뉴스를 읽다보면 한국의 성냥갑 아파트를 신랄하게 비판한 내용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근데 그게 절대적인 감각일까? '아름답다'라는 감각이라던가 혹은 '어울린다'라는 생각은 사실 절대적인 것에서 발현되는 것이 아니라, 시간에 의해 제시될 수 있는 상대적인 것은 아닐까. 지금의 성냥갑 아파트들이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아서 싹 갈아엎고 새로 건물을 지어야 한다고 보는 논리는, 사실 되짚어 보면 거의 모든 종류의 건축물에 똑같이 적용할 수 있는 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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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