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기타 잡문2017. 9. 8. 23:42
무선 이어폰이 굳이 필요한가? 
아이폰을 구매할 때 기본으로 주는 번들 이어폰은 '번들 답게' 내구성이 약하다. 단선되어 소리가 끊기는 경우도 종종 있고, 잭 부분을 주머니 속에 잘못 넣었다가 구부러져서 망가지는 경우도 있다. 아예 스피커 자체가 지직 거리는 경우도 많다. 그럼에도 이 번들 이어폰에서 벗어나 다른 이어폰을 쓰지 못하는 이유는 귀에 꽂히는 그 특유의 감촉이 너무나 편해서 이것 외의 이어폰은 귀에 거슬린다는 느낌 때문이다. 

애플사에서 이어팟을 선보인 이래로 무선 이어폰 시장은 그야말로 붐이 되었다. 블루투스도 버전이 4.0을 넘어가는 즈음부터 일반적인 청음으론 큰 구분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이어팟이 처음 나왔을 때는 다들 비웃었다. 줄없이 애매한 형태라고 비웃었고, 우스꽝스러운 형태를 부끄럽다 여겼지만, 1년이 지난 시점부터 주변에서 새로운 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구입하기 시작하면서 어느 순간 내 주변에서도 이어팟을 쓰는 사람이 상당수를 차지하게 되었다. 회사 같은 팀 사람 중에 이어팟을 쓰는 사람만 벌써 3명이 넘는다. 이어팟을 쓰지 않아도 '준'무선 이어폰이라 할 수 있는 목걸이형 이어폰(예 : LG 톤플러스)을 쓰는 사람도 4명이나 된다. 4명이 모두 아저씨인지라 내게는 어쩐지 목걸이형 이어폰은 모두 아재라는 느낌이 되었지만, 어딘지 그들이 산 물건을 보며 부러움을 느낀다. 

마침 최근에 쓰고 있는 번들 이어폰이 망가졌다. 아이폰 4s부터 아이폰을 5년 반을 썼는데, 핸드폰 이외에 번들 이어폰만 따로 구매한 것만 10번이 넘을 것 같다. 그 한심한 내구성에 대해 짜증을 느끼면서도, 마찬가지로 그 내구성이 걱정되어 함부로 비싼 물건을 구매하지 못했다. 비싼 이어폰을 구매해봤자 단선되어 버리면 바로 쓰레기가 되어버릴 것이 두려워서였다. 

삼성에서 처음 기어 아이콘X가 나올 때 나도 유심히 지켜본 사람 중 하나였다. 사실 삼성보다도 전에 킥스타터에서 처음 무선 이어폰이란 아이디어가 나왔다는 것도 알고는 있었다. 처음 그걸 봤을 때는 '신기하긴 한데, 이게 현실적으로 말이 되는 걸까.'라고 생각했다. 그게 현실이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 

이번 IFA2017에서 나온 여러 이어폰 기기 중에 내가 특히 관심을 두는 건 Sony의 MDR-1000X다. 사람들이 말하길 애플 이어팟의 대항마로 나온 제품이라 한다. 무선 이어폰 기능만 있는 게 아니라, 노이즈 캔슬링 기능까지 구현한다. 노이즈 캔슬링이 이어폰 기술에 있어선 가장 중요한 미래 기술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이번 제품은 꽤 기대하는 바가 크다. 노이즈 캔슬링은 단순히 바깥에서 들리는 모든 소리를 차단하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사람의 목소리만 걸러서 들려주는 것도 가능하다고 한다. 거기에 더해서 내가 앉아 있을 땐 노이즈캔슬링이 되고, 내가 움직일 땐 자동으로 외부의 소리가 들릴 수 있게 해준다고 한다. 요즘 말하는 스마트 알고리즘이 적용된 거 아닌가. 

10월 초에 일본에 출시된다고 하니, 한국엔 아마 11월 즈음해서 나오겠지. 빨리 출시되길 손꼽아 기다리긴 하는데, 그 전에 내가 쓰는 유선 이어폰이 먼저 망가질까 걱정이다. 


'잡문 > 기타 잡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저녁 7시부터 저녁 10시 사이  (0) 2017.09.12
생산과 소비  (0) 2017.09.10
과거를 돌아볼 수 있는 삶  (0) 2017.09.07
시간과 공간이 뒤틀리는 게 좋아요  (0) 2017.09.06
의견을 말하긴 어렵다  (0) 2017.08.29
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