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기타 잡문2017. 8. 29. 23:30
의견을 말하긴 어렵다 
의견을 말하는 건 어렵다. 생각이 있어야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각이 있는 건 더 어렵다. 내 생각이 맥락 상 맞는 말인지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내 생각이 맥락 상 맞는지 알기 위해서는 과거 이력을 알아야 한다. 과거에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말했는지 알아야 한다. 대학생 때는 사실 논문을 쓰는 방식이 이해가 안됐다. 과거 사람들의 이야기와 관계없이 그냥 내 생각을 말하면 되는 것 아닌가? 왜 굳이 과거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두 열거해야 하는 걸까? 그러나 과거의 이력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나 혼자 잘났다고 떠들어봤자, 나의 생각은 단지 수박 겉핥기일 수도 있고 혹은 다른 사람이 이미 과거에 얘기했던 것을 다시 얘기하는 것에 불과한 경우가 너무 많다. 굳이 논문이 아니라, 대박 아이템을 생각해서 사업을 새로 하겠다고 마음 먹을 때도 비슷하다. 나 혼자 생각해낸 특이한 아이디어라고 여기는 걸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이미 최소 한 두 명은 그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단계에 와 있는 경우도 있다. 세상은 넓고, 똑똑한 사람은 참 많다. 

결국 나만의 생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도움이 될만한 생각을 하기 위해선 히스토리를 파악해야 한다. 이 과정이 매우 귀찮고 힘들다. 히스토리라는 건 말이 좋아 히스토리지, 기술적인 영역을 공부하는 일일 수도 있다. 혹은 재무적인 영역을 공부해야 할 수도 있다. 공부라는 것이 없으면 애초에 내 생각을 내놓을 수 없는 것이 이 때문이다. 

물론 아무리 공부를 많이 해서 지식을 쌓았다고 해도, 그것이 내 생각이 되는 건 아니다. 나의 생각이란 내가 쌓아놓은 공부의 금자탑 위에 얹어진 티끌 한 점이다. 이 때문에 책을 읽고, 논문을 읽고, 신문을 읽는 게 아닌가 싶다. 이게 단순히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지식을 이용해먹겠다는 것에 그친다면 그건 그냥 잘난 척에 그치는 게 아닐까. 

사실 남들이 시키는 것만 따라서 하는 것도 정말 힘들다. 의견을 내는 건 정말 부가적인 일이고, 잘못된 의견을 냈다가 욕먹기도 쉬워서 함부로 하는 건 아니다. 사실 내가 과거에 했던 의견들을 모아놓고 읽어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이 글도 포함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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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