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미분류2017. 5. 17. 23:34

저자 : 양은우
출판사 : 다산북스
초판 1쇄 발행 : 2013년 8월 20일 

1. 일상에서 관찰하기 
벌써 몇 년째 주식을 하고 있어서 항상 느끼는 거지만 주식은 관찰이 9할, 단호함이 1할이라 생각한다. 국제 정세는 대략 어떤 형태로 흘러가고 있는지, 정치권은 어떤 법안을 내놓고 있는지, 요즘 시장에선 어떤 트렌드가 있는지, 이런 부분들을 충분히 관찰하지 않으면 엉뚱한 주식을 사서 손해 보는 경우도 충분히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시장 환경만 보는 게 아니라, 주식의 판도, 세력과 외국인의 움직임, 기업의 재무 재정도 함께 봐야겠지만. 

회사에서 일할 때도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 내게 업무 지시를 내리는 팀장을 잘 관찰해서 그가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잘 파악하는 게 우선이다. 일할 때는 내게 주어진 정보와 역할을 잘 관찰해서, 그 안에서 어떤 개선 포인트를 찾아내는 게 일을 더 발전시키는 기본이 된다. 

저자는 이런 관찰 프로세스를 '동인 > 관찰 > 발견 > 깨달음 > 개선'이라는 다섯 단계로 분류하였다. 그리고 이 프로세스에 따라 관찰되었던 수십 가지 사례들을 선보이고 있다. 

이런 프로세스는 너무나 뻔해서, 굳이 그렇게 나눌 필요가 있겠냐 싶겠다만, 회사에서 나름대로 기획서라는 걸 써보다 보면 가장 기본적인 프로세스마저 잊어버리고 헤매는 나를 발견한다. 

사실 이 책이 완전히 새로운 내용을 적은 책은 아니다. 이 책 이전에도 미셸 루트번스타인의 '생각의 탄생'에선 모든 지식이 '관찰'에서 시작한다고 역설하며,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얀 칩체이스와 사이먼 슈타인하트가 쓴 '관찰의 힘'에선 관찰을 통해 미래를 훨씬 입체적이고 투명하게 볼 수 있다고 서술했다.

사실 '관찰의 기술'보단 앞서 말한 두 책이 더 깊게 들어가는 책처럼 느껴진다. '생각의 탄생'은 오랜 시간 검증된 자료를 바탕으로 논리화된 논문을 대중화한 느낌이 든다. '관찰의 힘'은 수필 느낌이 난다. 수필 속에서 자신이 깨달은 점이나 궁금한 점을 톡톡 던지는 부분들이 밀물처럼 파고든다. '관찰의 기술'은 모든 챕터가 세세하게 나뉘어 있다. 저자가 규정한 프로세스에 맞춰 모든 사례를 한눈에 보기 쉽게 정리했다. 직장인이 쓴 책이란 느낌이 물씬 든다. 이해하긴 쉽지만, 겉만 훑어본다는 느낌도 있다. 

세 권 다 관찰에 대해 재밌게 서술하고 있으므로 모두 읽어볼 만 하다. 다만 '관찰의 기술'은 당장 뭐라도 관찰하고 싶은 마음에 들게 하는 매력이 있다. 아까 봤던 주식 차트나 다시 한번 훑어볼까나. 

2. '관찰의 기술' 3줄 평 
- 역사 속 개인과 기업을 오고가며 다양한 관찰 사례를 총망라한 책. 
- 이 책은 초반엔 좀 뻔해보여도, 중후반으로 갈수록 그 맛이 난다. 
- '관찰' 동기부여를 일으키는 책.


Posted by 스케치*
잡문/기타 잡문2017. 5. 16. 23:37
지하철에서 서서 오면서 
요즘엔 여기저기서 다들 4차 산업혁명이라던가 5G 혁명을 이야기한다. 대통령 대선 시점과 딱 맞물려서 여기저기서 책도 많이 나오고 강의도 많았다. 마침 우리 회사에도 4차 산업혁명 협회장이라는 사람이 와서 강의하고 갔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 사람이 하는 말이 당최 뭔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대학에서 강의하는 사람이라고 하는데, 학생들은 대체 뭘 배우고 있는 걸까? 함께 강의를 들었던 팀원들이나 다른 팀 내 동기들도 저게 대체 뭔 말이냐며 화를 냈다. 차라리 네이버캐스트에 검색해서 간단히 뭔지 정리하는 게 차라리 낫겠더라. 

괜히 손에 잡히지 않는 이상론을 떠드는 것보다는 당장 내 생활에 도움이 되는 일이 하나라도 생겼으면 좋겠다. 다들 삶에 도움이 되는 좋은 아이디어는 하나쯤 있지 않은가? 

나 같은 경우는 지하철을 타고 통근하기 때문에 하루에 적어도 2시간은 지하철에서 생활한다고 봐도 좋다. 2시간 동안 지하철을 탈 때 가장 내 삶의 질을 결정하는 건 '앉을 수 있는가?' 여부이다.

플랫폼에 서서 기다릴 때부터 계속 가능성을 염두에 둔다. 1-1, 1-2, 1-3, 1-4가 있으면 주로 1-2나 1-3에 선다. 요즘엔 1-2, 1-3 중에서도 가운데 쪽은 임산부 배려석이 생겨서 자리가 줄어들었다. 그래서 정확히는 1-2와 1-3 바깥쪽에서 지하철을 타고 있다. 

사람이 너무 많으면 애초에 자리 근처에 가지 않는다. 사람이 적당히 있고 앉아 볼 만한 상황이 된다 싶으면, 금세라도 일어설 것처럼 보이는 사람을 스캔해서 그 사람 근처에 선다. 내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이 다음 정거장에서 일어날지 아닐지는 순전히 운에 달린 문제인데, 이 때문에 억울한 경우가 상당히 많다. 

그래서 당장 내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이 정확히 어느 정거장에서 내릴지 알려주는 번호표라도 있으면 좋겠다. 

그럼 아마 이런 형태가 될 거다. 

이걸 어떻게 하는 가능하게 구현할 수 있을까? 사람들이 처음 자리에 앉을 때부터 내가 몇 정거장 갈 건지 버튼을 누르는 건 어떨까? 아니면 핸드폰 기기에 내가 처음부터 어느 목적지까지 갈 거라는 걸 입력해둔 뒤에 핸드폰으로 모바일 페이를 하는 동시에 내 정보가 지하철로 전송되는 거다. 그런 뒤에 지하철에 타면 내 핸드폰을 센서로 인식해서 최적의 위치를 안내해서 내가 앉을 수 있게 한다거나...

나도 이게 현시점에선 말도 안 된다는 걸 안다.

단지 아까 집에 오는 길에 나보다 못해도 다섯 정거장은 뒤에 탄 후드티 입은 대학생이 내가 서 있던 바로 옆자리에 타자마자 앉아버린 걸 목도한 탓에 그냥 있을 수 없었을 뿐이다. 참나, 이게 뭐 한 두 번이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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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케치*
잡문/기타 잡문2017. 5. 15. 23:02
깔때기
가끔 나 자신이 깔때기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혼자서는 아무런 생각도 못 하는 사람인 거 같고, 혼자서는 아무런 말을 만들지 못하는 사람인 거 같다. 이건 고등학교 때 정말 자주 했던 생각인데, 나라는 존재는 약 1주일 전부터 어제까지의 총합에 불과하다는 거다. 내가 어떤 멋진 생각을 하더라도 1주일이 지나면 완전히 낯설게 느껴질 만큼 다른 것처럼 느껴진다.  

이런 생각은 시험공부 할 때 꽤 유익하게 써먹었다. 1주일 전부터 벼락치기로 공부를 하면 그 전까지 아무것도 모르던 멍청한 뇌 속에도 잠시 똑똑한 말들이 머물렀다. 덕분에 커다란 시험지 위에도 내 멍청한 유식함을 과시할 수 있었다. 

반대로 1주일을 멍청하고 남는 거 없이 보내는 경우가 있다. 온종일 만화책만 읽거나 미드를 정주행하거나, 혹은 친구들과 연속으로 술 약속을 잡아서 술기운에 허우적대는 거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나면 꽤 즐거웠던 거 같기는 한데, 머릿속으로 어떤 생각이나 계획을 세우는 게 어려워지고, '윙...'하는 것 같은 이상한 메아리만 머릿속에 남아 있게 된다. 

오늘도 마찬가지다. 머릿속에 들어 있는 생각들은 해풍에 바싹 말라서 버스럭거리는 소금 향만 남겨둔 채 쉽게 부서지는 먼지가 된 느낌이다. 

내 방 책상엔 요즘 한 페이지, 두 페이지씩 조금씩 읽고 있는 책이 한 권 있다. 박현택 디자이너가 쓴 '오래된 디자인'이다. 가끔 마음 가는 대로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읽기에 적합한 미술 에세이다. 머리가 텅 비어서 윙윙거릴 때 펼쳐서 읽어보기 참 좋다. 

구석기인들의 주먹도끼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 물방울 다이아몬드와 비교해 볼 때 주먹도끼는 비슷한 모양을 갖고 있지만 너무도 소박하고 겸손하다. 빛깔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표면이 매끈하게 다듬어져 있는 것도 아니다. 오로지 자기 역할을 제대로 해내는 데 적합한 생김새를 지니고 있을 뿐이다. 아마도 오랜 기간 동안 사용자의 손에 맞게 적당히 길이 들었을 것이다. 즉 시간의 흐름 속에서 쓰임새에 가장 맞춤한 모양을 이루어 낸 완결된 디자인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과거에서부터 현재 우리 주변에 있는 많은 물건들을 하나 하나 관찰하면서 그 안에 담겨진 디자인과 사람의 생각을 탐구한다. 똑똑하고자 하는 지식인의 허세도 담겨 있지 않고, 그렇다고 개인적인 감상에 잔뜩 젖어 들어서 일기장에나 쓸 법한 글을 쓰는 우를 범하지 않는다. 담담하면서도 깊이 있는 글을 전개한다. 

그래서 이런 글을 읽을 때면 이런 생각이 든다. 대체 이 사람은 이 글을 쓰기 전 1주일간 어떤 깔때기를 대고 있었던 걸까. 정말 그 1주일이 대단하면서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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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