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기타 잡문2017. 5. 16. 23:37
지하철에서 서서 오면서 
요즘엔 여기저기서 다들 4차 산업혁명이라던가 5G 혁명을 이야기한다. 대통령 대선 시점과 딱 맞물려서 여기저기서 책도 많이 나오고 강의도 많았다. 마침 우리 회사에도 4차 산업혁명 협회장이라는 사람이 와서 강의하고 갔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 사람이 하는 말이 당최 뭔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대학에서 강의하는 사람이라고 하는데, 학생들은 대체 뭘 배우고 있는 걸까? 함께 강의를 들었던 팀원들이나 다른 팀 내 동기들도 저게 대체 뭔 말이냐며 화를 냈다. 차라리 네이버캐스트에 검색해서 간단히 뭔지 정리하는 게 차라리 낫겠더라. 

괜히 손에 잡히지 않는 이상론을 떠드는 것보다는 당장 내 생활에 도움이 되는 일이 하나라도 생겼으면 좋겠다. 다들 삶에 도움이 되는 좋은 아이디어는 하나쯤 있지 않은가? 

나 같은 경우는 지하철을 타고 통근하기 때문에 하루에 적어도 2시간은 지하철에서 생활한다고 봐도 좋다. 2시간 동안 지하철을 탈 때 가장 내 삶의 질을 결정하는 건 '앉을 수 있는가?' 여부이다.

플랫폼에 서서 기다릴 때부터 계속 가능성을 염두에 둔다. 1-1, 1-2, 1-3, 1-4가 있으면 주로 1-2나 1-3에 선다. 요즘엔 1-2, 1-3 중에서도 가운데 쪽은 임산부 배려석이 생겨서 자리가 줄어들었다. 그래서 정확히는 1-2와 1-3 바깥쪽에서 지하철을 타고 있다. 

사람이 너무 많으면 애초에 자리 근처에 가지 않는다. 사람이 적당히 있고 앉아 볼 만한 상황이 된다 싶으면, 금세라도 일어설 것처럼 보이는 사람을 스캔해서 그 사람 근처에 선다. 내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이 다음 정거장에서 일어날지 아닐지는 순전히 운에 달린 문제인데, 이 때문에 억울한 경우가 상당히 많다. 

그래서 당장 내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이 정확히 어느 정거장에서 내릴지 알려주는 번호표라도 있으면 좋겠다. 

그럼 아마 이런 형태가 될 거다. 

이걸 어떻게 하는 가능하게 구현할 수 있을까? 사람들이 처음 자리에 앉을 때부터 내가 몇 정거장 갈 건지 버튼을 누르는 건 어떨까? 아니면 핸드폰 기기에 내가 처음부터 어느 목적지까지 갈 거라는 걸 입력해둔 뒤에 핸드폰으로 모바일 페이를 하는 동시에 내 정보가 지하철로 전송되는 거다. 그런 뒤에 지하철에 타면 내 핸드폰을 센서로 인식해서 최적의 위치를 안내해서 내가 앉을 수 있게 한다거나...

나도 이게 현시점에선 말도 안 된다는 걸 안다.

단지 아까 집에 오는 길에 나보다 못해도 다섯 정거장은 뒤에 탄 후드티 입은 대학생이 내가 서 있던 바로 옆자리에 타자마자 앉아버린 걸 목도한 탓에 그냥 있을 수 없었을 뿐이다. 참나, 이게 뭐 한 두 번이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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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