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미분류2017. 4. 28. 22:50

저자 : 사이토 다카시 / 옮긴이 : 장은주 
출판사 : 한빛비즈(주)
전자책 발행 : 2017년 4월 6일 

1. 결국 책이다. 
러시아로 유학 가버린 이후로 연락이 끊겼지만, 그 전까지 친하게 지내던 선배가 있었다. 같은 대학교 미술 동아리에서 활동하던 선배였다. 선배는 러시아어 전공이었다. 생판 모르는 언어라서 많이 고생했다고 했다. 같은 과에 입학한 학생들 중에는 러시아에서 살다 온 친구들도 많았다고 했다. 선배는 토종 한국인이었다. 특별히 외고를 다닌 것도 아니었고, 러시아어를 미리 배웠던 것도 아니었다고 한다. 그래서 정말 죽을 똥 살 똥 공부했다고 한다. 

고등학교 때까지와 달리, 대학교에서 공부를 많이 한 사람들은 대개 독서광이 많았다. 보다 많은 책들을 읽고, 다양한 지식을 갖고 있어야 자신이 배운 전공지식을 잘 접목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선배는 독서광이었다. 전공이 러시아어이니 만큼 도스토예프스키도 읽어봤을 것이다. 경제공부를 좋아했던 사람이니, 당시 대중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 같은 책 뿐 아니라, 마르크스 같은 고전도 공부했을 것이다. 영어에도 능통했던 사람이니, 아마 마크 트웨인이나 헤밍웨이도 읽어봤을 것이고, 한자도 공부했던 사람이니 법강경 같은 책도 읽어보지 않았을까. 

어느 날, 동아리에서 그림을 그리고 나와서 선배와 함께 술을 마신 적이 있었다. 선배와 난 당시 이슈가 되었던 시사 문제에 대해서 함께 토론을 했었다. (어떤 주제였는지는 이젠 기억나지 않지만.) 선배와 난 서로 입장이 달랐다. 의견을 주고 받다보니 난 내 근거가 빈약하다는 걸 깨달았다. 말문이 막혀서 이렇게 얘기했다. 
"저 비록 말로는 얘길 잘 못하겠지만, 글로 쓰면 잘 얘기할 수 있어요." 

그러자 선배가 말했다. 
"그건 아냐. 결국 그 사람이 쓰는 말은 그 사람의 전부인걸." 

처음엔 그 말이 기분 나쁘게만 들렸다. 아니, 실제로 말보다는 글에 능숙한 사람도 있는 거 아냐. 유명한 소설가 중에서도 실제론 말을 더듬더듬 하지만, 훌륭한 글을 쓰는 사람도 있고 말이야. 왜 저렇게 얘기한담? 

하지만 선배의 말은 10년이 넘어서도 기억에 남았다. 그 말은 정곡을 찔렀다. 난 딱히 말하기보다 글을 더 잘 썼던 게 아니었다. 애당초 난 내 자신의 언어로 논리를 전개할 힘이 없었다. 인터넷이나 책에서 다른 사람의 의견을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보고는 내가 그걸 다 안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누군가에게 말할 때 내 주장은 사상누각이 되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내가 세세한 부분까지 이해하고 파악했더라면 그 매체가 말이 되든 글이 되든 논리를 펴서 말할 수 있었을 것이다. 말주변이 없다면 천천히, 떠듬떠듬한 말이라도 말이다.

'어휘력이 교양이다'는 바로 이런 부분을 자극하는 책이다. 어휘가 곧 교양이고, 그 사람을 드러내는 지표라는 저자의 주장은 실전 경험에서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뻔히 알고 있는 부분이지만 퍼즐 속 빠진 조각들이 맞춰지면서 톱니바퀴같은 체계로 어휘를 익혀야 하는 당위성이 생긴다.  

저자는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여 '어떻게 어휘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까'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다. 한 번쯤 시간 내서 읽고 마음에 새겨둘 부분도 있다. 가볍게 쓰고 있던 내 어휘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하지만 답은 결국 '독서'로 회귀한다. 고전을 읽고, 에세이를 읽고, 소설을 읽고, 심지어 TV를 보고 노래를 들을 때도 독서하듯 읽어나가라고 하고 있다. 이럴 줄 알았다. 역시 책 읽는 게 답이다. 10 여년 전 기억 속 선배가 독서광인 것이 달리 그랬던 것이 아니었다. 

2. '어휘력이 교양이다' 도식으로 정리해보기 


3. '어휘력이 교양이다' 3줄 평 
- 좋은 책을 많이 읽으라고 강조하는 책 
- 책이 아닌 다른 걸 볼 때도 책을 보듯이 깊게 파악하라고 하는 책 
- 사실 이런 충고 외에는 특별할 건 없지만, 그래도 왠지 책을 더 읽고 싶게 만드는 책 


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