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미분류2017. 4. 21. 09:00

저자 : 송길영
출판사 : 북스톤
초판 1쇄 발행 : 2016년 3월 15일 

1. 어떤 책인가요? 
마케팅이나 상품기획을 업으로 삼고 있다면 한 번 쯤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자인 송길영씨는 다음소프트의 부사장을 역임하고 있는 국내 '빅데이터 분야'의 전문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책에서 스스로에 대해서 서술하는 내용에 따르면, 그가 하는 일은 수많은 SNS 데이터들 안에서 사람을 관찰하고,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는 일이라고 합니다. 

몇 달 전에 저자의 강의를 직접 들어볼 기회가 있었는데요. 굉장히 유쾌하고 재밌더라고요. 많은 데이터들을 경험하면서, 정말 많은 고민을 했던 사람이라고 느꼈습니다. 

이 책엔 그런 송길영 씨의 철학과 방법론이 담겨 있습니다. 물론 그 가운데에서 현대 한국 사회를 바라보는 냉철한 통찰도 함께 곁들여 있고요. 그래서 이 책은 유통기한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3년 정도? 그 정도 시간이 흐르고 나면, 사회는 빠른 속도로 바뀌기 때문에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은 과거의 것이 되어버리고 말 것입니다. (한류를 설명하는 부분에 한해서는 이미 과거가 되어버리기도 했지요.) 

그러니 빨리 이 책을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2. 관찰. 그리고 요즘 한국 사회 
저자는 이 책에서 한국 사회의 이곳 저곳을 속속들이 파헤칩니다. 쇼핑몰에서 출발하여, 스마트폰을 쓰는 우리집 한복판으로 도착합니다. 유부남과 결혼한 사람을 비교해보기도 하고, 학교를 다니는 청소년들이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도 살펴봅니다. 갑자기 나이드신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하다가도, 카페를 드나드며 떠들어대는 젊은이들 회사원들의 이야기도 다룹니다. 

개인적으로 아래와 같은 문구들이 인상깊어 밑줄 치며 읽어보았습니다. 
(이 책은 밑줄치기가 다소 어려운 편에 속합니다. 딱히 맘에 드는 문구가 없어서가 아니라, 죄다 맘에 들어서 어떤 걸 짤라서 밑줄쳐야 할 지 모르겠어서요.) 

쇼핑몰에 음식점이 늘어난 것이 비단 매장이 넓어져서 쇼핑이 힘들기 때문만은 아니다. 사람들더러 음식 먹으러 쇼핑몰로 나오라는 유인책이다. 

바쁜 손놀림과 수많은 네트워킹, 이 모든 것이 오늘날의 '휴식'이다. 

하여튼 한국의 현실이 이렇다. 유부남들은 돈이 없다. 오히려 싱글들이 돈이 많다. 월급은 적지만 혼자 쓸 자유가 있으니. 그래서 비싼 물건은 오히려 싱글들이 산다. 

세상에서 가장 편한 마케팅이 무엇인가 하면, 이미 있는 민낯을 보여주는 것이다. 대부분 없는 것을 억지로 상상해서 만들려다가 실패하는데, 이미 있는 것을 건드려주면 실패하기 어렵다. 

출근해서 9시에는 커피를 한잔 마시고, 10시부터는 점심에 뭘 먹을지 고민한다. 점심을 먹고 나서는 다시 커피를 한잔 마시고, 오후 4시에는 딴 짓을 하거나 동료들끼리 모여 마음에 안 드는 윗사람 흉을 본다. 6시에는 상사가 퇴근하기만을 기다린다. 9시에는 나에 대한 보상으로 옷을 지른다. 11시에는 잠깐 책을 읽기도 하지만, 자정에는 또다시 잠이 오기를 기다리며 TV를 본다. 작은 차이는 있지만, 큰 틀에서 한국 직장인들의 일상은 대개 이러하다. 

그러니 사고의 중심을 기술에 놓지 말고 그것을 쓰는 사람의 일상생활에 놓아야 한다. 무엇을 만들든, 무엇을 팔든 마찬가지다. 돈 쓰는 싱글에게 물건을 팔고 싶다면 싱글이 즐기는 레저, 그들이 중시하는 네트워크, 그들에게 더욱 절실한 생존의 고민을 들여다봐야 한다. 사람을 보면 그 안에 들어 있는 모든 것들을 이해할 수 있다.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는 책이긴 합니다만, 결국 말하고자 하는 건 단순하고 명쾌하더군요. '상상하지 말고 사람들을 관찰하라. 깊이 관찰하라. 관찰하고, 관찰하라.' 어찌 보면 너무 당연한 얘기인데, 막상 현실에서는 회사의 논리로만 움직였던 스스로를 반성하게 됩니다. 

물성은 보지 말라. 물성은 아무것도 아니다. 거기에 부여하는 의미, 즉 상대방의 마음에 대해 깊게 보아야 한다. 그때부터 답이 보인다. 같은 마케터라도 누구는 기능을 말하고, 누구는 제품을 말하고, 누구는 소비자를 말한다. 이 와중에 소비자도 아닌 인간을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누구도 그를 이기지 못할 것이다. 생각의 지평이 그만큼 넓고 깊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3. 함께 생각해보고 싶은 이야기 
1) 일상에서 진지한 관찰을 통해서 놀라운 발견을 했던 경험이 있나요? 

2) 저자가 이야기 했던 다양한 사례들에 대해서 혹시 반대 의견을 갖고 있는 것은 없나요? 

4. 함께 읽거나 보면 좋을 콘텐츠
(링크로 한 번 송길영씨의 강의를 직접 들어보시길 권합니다. 재밌어요.) 

5. 3줄 요약 
- 상상하기 전에 먼저 관찰하라. 그리고 상상하라. 
- 물건을 보기 전에 우선 사람을 보라. 더 넘어 그 사람을 보는 사람을 보라. 
- 물건은 파는 것이 아니라 배려이다. 


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