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미분류2017. 3. 30. 23:58


저자 : 리처드 H. 스미스 / 옮긴이 : 이영아
출판사 : 현암사 
초판 1쇄 발행 : 2015년 12월 21일 

1. 자존감을 위한 누군가의 실패, 그리고 쌤통심리 
'친구가 성공할 때마다 나는 조금씩 죽는다' 

쌤통의 심리학은 우리가 뻔질나게 부정해왔던, 하지만 솔직한 우리 자신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에 집중하는 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저자는 우선 '쌤통'이라는 용어에 대해서 우선적으로 정의하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물론 저자는 미국 켄터키 대학의 심리학 교수로 일하고 있는 미국인이므로 영어로 '쌤통'이라는 말을 살펴봐야 하지만, 사실 영어권에는 '쌤통'이라는 말이 없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저자는 '샤덴프로이데(shadenfreude)'라는 독일어를 가져와서 설명합니다. 샤덴프로이데는 '남의 고통을 보고 고소해하는, 떳떳지 못한 기쁨을 뜻하는말'이라고 합니다. 

(영어권에 쌤통이라는 말이 없다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긴 합니다. 저자는 미국, 영국 특유의 청교도 문화에서는 타인의 고통을 보면서 즐거움을 느끼는 감정을 대놓고 이야기하는 것이 도덕적으로 옳지 않은 일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이 설명을 들으면서, 반대로 한국에서는 우리가 공공연하게 쌤통이라는 말을 쓰고 있다는 것에, 그리고 그런 단어가 있다는 것이 흥미롭게 느껴졌습니다. 순전히 제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한국도 나름 오랜 유교전통을 따라온 국가였고, 이런 유교 전통이 발달한 국가에서는 쌤통이라는 말을 발전시키는 것이 어렵지 않았을까요? 그렇다면 쌤통이라는 단어는 어쩌면 일제강점기 시기를 겪으면서 새로이 등장한 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자는 우리가 쌤통의 심리를 느끼는 기본적인 원리에 대해서 정말 상당히 많은 사례를 들면서 내용을 전개시킵니다. 종이책으로 약 300페이지 분량이 되는 책의 대부분이 사례로 가득 차 있습니다. 또한 사례 자체도 미국에서의 사례들이 상당히 많은 편이라, 지명과 인명이 생소해서 읽기가 어렵다고 느껴지는 부분도 꽤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 자체가 지적해주는 통찰력에 대해서는 의심할 여지 없이 신선하고 재밌습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오독일 가능성이 높습니다만) 제 나름의 방식으로 책에서 설명한 '쌤통심리'를 요약해보자고 하면 이렇게 정리가 되는 것 같습니다. 현대사회에서 개인은 자존감을 높게 유지함을 통해서 건강한 정신을 유지한다고 합니다. 복잡한 현대사회에서는 우리가 타인들과 더 자주 부딪히고 경쟁할 수밖에 없게 되고, 이런 경쟁 관계에서 타인에 비해 우월한 위치에 있을 때 높은 자존감을 유지할 수 있게 됩니다. 반면 타인에 비해 열등한 위치에 있을 때 자존감이 하락하게 되는 것이죠. 하지만 우리가 자존감을 스스로 건강한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나보다 잘난 사람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나보다 열등한 사람을 관찰하는 과정을 통해서 자신의 자존감을 획책합니다. 
또한 나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실제로는 치명적인 단점을 갖고 있다는 것이 밝혀진다거나, 열등한 위치로 전락해버리게 될 경우에는 우리는 이를 통해 자신의 위치가 상승되는 것과 같은 착각을 통해 자존감을 얻게 됩니다. 바로 이 심리가 '쌤통 심리'인 것으로 정리가 됩니다. 우리는 보통의 경우 피상적으로 쌤통을 느끼지만, 일종의 조건이 주어지게 될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쌤통의 심리를 구하게 된다는 것이죠. 

2. 유머와 쌤통심리
유머와 쌤통심리를 연결해서 살펴보는 부분은 무척 흥미롭습니다. 우리가 흔히 보는 유머 프로그램들, 인터넷 유머글, 정치인의 실패 등을 통해 느끼는 유머감각 같은 것들이 이런 쌤통심리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입니다. 

쌤통 심리에는 어느 정도 재미의 요소가 내포되어 있다. 불행을 목격하면 우리는 미소 짓거나 가끔은 웃음을 터뜨린다. 다른 사람이나 집단에게 상처가 되는 웃긴 농담을 들었을 때처럼 말이다. 사실 유머가 발생하는 몇몇 이유를 보면 하향 비교와 쌤통 심리 간의 연결고리를 볼 수 있다. 유머에 대한 가장 오래된 이론인 우월성 이론의 핵심에는 사회적 비교가 있을지도 모른다. 우월성 이론은 사람들의 웃음이 남에게 우월감을 느낄 때 나온다고 가정한다. (후략) 

사람들이 집단 차원의 사회적 비교를 통해 자존감을 높인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연구 또한 유머의 우월성 이론을 뒷받침해준다. 외집단을 비하하는 유머는 자신이 속한 집단의 가치를, 그리고 간접적으로는 자신의 자존감을 높이는 한 방법이다. 

3. 복수, 정의와 쌤통심리 
이 책에서는 우리가 흔히 보는 영화, 드라마의 복수 그리고 정의에 대해서 흥미로운 의견을 제시합니다. 정의로운 복수를 통해서 관객이 느끼는 통쾌함 같은 심리가 실은 우리의 쌤통심리와 연결되어 있었다는 것이죠.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에서 마이클 샌델이 제시했던 여러가지 답하기 어려운 상황들에도 이런 쌤통심리가 섞여 있었기 때문에 답하기 어려웠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심리학적으로 보면 정의감과 복수를 따로 떼어놓고 생각하는 건 이상한 일이다. 누군가가 우리에게 잘못을 했을 때 우리는 복수 하고픈 충동을 느낀다. 우리에게 나쁜 짓을 한 사람이 '딱' 우리만큼 고통받기를 원한다. 이것이 바로 복수의 핵심이다. 

책에 나와 있는 아래 문구를 읽어보면, 왜 그리도 우리가 '슈퍼맨', '배트맨'과 같은 히어로물에 열광했는지 새삼 느끼게 됩니다. 내 손은 더럽히고 싶지 않지만, 어딘지 모르게 복수는 하고 싶은 심경...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합니다. 

복수를 금하는 문화 규범이 우리의 내면에 강하게 각인되어 있기 떄문에 직접적인 복수보다는 간접적인 복수, 즉 목격이 훨씬 더 큰 쾌감을 가져다줄지도 모른다. 이 간접적이고 '수동적인' 형태의 복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심리적 이득은 아주 많다. 

4. 리얼리티 프로그램과 쌤통심리 
저자는 리얼리티 프로그램까지도 그 범위를 넓힙니다. '아메리칸 아이돌', '성범죄자를 잡아라'와 같은 프로그램에서 교묘하게 출연자들을 굴욕스럽게 만들고, 한심한 사람 혹은 나쁜 사람으로 만드는 것도 이런 쌤통심리와 연결된 것이라는 설명이었습니다. 

미디어 학자인 세라 부커와 브래드 웨이트는 각본 있는 드라마보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출연자들의 굴욕적인 모습이 더 많이 나온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그들은 이런 경향에 '휴밀리테인먼트'라는 이름을 붙였다. 

5. 질투와 쌤통심리 
마지막으로 질투와 쌤통 심리도 상당히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질투는 복수가 일어나게 되는 원인으로서 작용하게 되고, 복수가 이뤄진 이후에는 쌤통 심리를 느끼게 되니 일종의 2단계의 인과관계로 엮여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흥미롭게도 저자는 우리 사회에서 질투가 금기화 되어 있다는 점을 지적해줍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질투를 부정한다. 특히 남들 앞에서 질투심을 드러내지 않으려 애쓰고, 심지어 은밀히 스스로 질투를 인정할 때에도 그 감정과 거리를 둔다. (중략) 자기만의 내밀한 생각이라 해도 질투를 인정하는 건 열등함을 시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또한 그런 금기를 깨고 질투가 일어났을 때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했던 '홀로코스트'의 상황에 대해서도 함께 설명이 되어 있습니다. 

표면적으로 히틀러는 자신의 질투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는 유대인들이 도덕적으로 타락한 인종임을 믿게 되었고, 그래서 그들을 혐오하고 강렬하게 경멸하는 거라고 독자들을 납득시키려 애쓴다. 이런 그의 감정에 질투는 빠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중략) 아니, 히틀러는 우리가 그런 결론을 내리길 원했을 것이다. 이런 지나친 부정이 오히려 정반대인 본심을 드러내주는 건 아닐까? 

(칼럼니스트 조지프 엡스타인의 저서 '시기'에 나온 문구) 
인구의 90퍼센트가 가톨릭교도이고 9퍼센트가 유대교도였던 1936년 빈의 대략적인 통계를 보자. 도시에서 일하는 변호사의 60퍼센트, 의사의 50퍼센트 이상, 광고회사 간부의 90퍼센트 이상, 신문 편집자 174명 중에 123명이 유대인이었다. 이뿐 아니라 유대인들은 은행업, 소매업, 학계 및 예술계에서도 주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6. 함께 생각해보고 싶은 이야기 
1) 최근 한국사회 정치 현상을 보면서 우리가 느끼는 심리도 이런 '쌤통'의 심리도 일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쌤통심리들이 갖고 있는 장단점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2) 저자는 홀로코스트로 쌤통심리를 연결시키는데요,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인, 한국인, 중국인, 서양열강과의 관계에서도 이와 유사한 혹은 다른 종류의 쌤통심리가 있었을까요? 있었다면 그것은 어떤 구조 형태를 갖고 있었을까요? 

3) 우리나라 방송에서 나오게 되는 '휴밀리테인먼트' 방송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7. 함께 읽거나 보면 좋을 콘텐츠
- 책 :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 책 : 볼프강 벤츠의 '유대인 이미지의 역사'
- 책 :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 책 : 구약성경 '창세기편' 

8. 3줄 요약
- 이과에 '이기적 유전자'가 있다면, 문과엔 '쌤통의 심리학'이 있다! 
- 현대인에게 있어 굉장히 커다란 요소가 되는 '쌤통심리'를 무엇보다도 잘 설명한 심리학 명저 
- 유머, 예의, 질투, 복수, 정의, 차별과 같이 그 근본을 알기 어려웠던 개념들이 명쾌한 인과관계로 엮이는 기분입니다!


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