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시, 에세이2017. 5. 20. 11:47

저자 : 타카기 나오코 / 옮긴이 : 하지혜 
출판사 : arte 출판
초판 1쇄 발행 : 2016년 6월 29일 

1. 혼자사는 건 어떨까 
생각해보니 난 혼자 산 경험이 없다. 

집을 나와서 살아본 건 대학 시절 몰타에 갔을 때였다. 몰타는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 옆에 있는 제주도의 절반 크기 되는 작은 섬 국가이다. 워낙 작은 나라라 한국에선 이런 곳이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도 많다. 이곳이 옛날엔 영국령이었기 때문에 국민들이 영어를 쓴다는 점에 착안하여 어학연수 코스가 열렸는데, 난 이 코스로 이곳에 다녀왔다. 

처음 1달은 홈스테이를 했다. 그리고 1달이 다 끝날 무렵에 홈스테이를 연장할까 말까 고민했는데, 한국 사람들이 너무 그리워진 나머지 한국인들끼리 함께 생활하는 플랫(아파트 공유 대여)에 들어갔다. 1년에 가까운 시간만큼 신혼여행을 즐기는 신혼부부와 오랫동안 유학생활을 즐기는 누나가 같이 생활하는 곳이었다.

그 당시엔 참 나 혼자 자취 생활하듯 지냈다고 생각했었는데, 시간이 지나서 보니 함께 지냈던 사람들에게 참 많이 의존했던 거 같다. 함께 장도 보러 가고, 아침 저녁 식사도 서로 차려주고, 주말엔 함께 클럽에 놀러가서 술 한잔 즐기기도 했다. 몰타 가기 전엔 할머니와 단둘이 지내는 생활을 하고 있다보니, 함께 생활하는 가족의 느낌이 애매한 편인데, 오히려 가족으로서 함께 지냈던 거 같다. 

타카기 나오코의 '혼자 살아보니 괜찮아'는 어제 읽어본 '도쿄에 왔지만'의 전작이다. 물론 시간 흐름 상으로는 그보다 더 나중을 그리고 있다. '도쿄에 왔지만'에서는 막 시골에서 도시로 올라온 새내기의 좌충우돌 도전기라면, '혼자 살아보니 괜찮아'는 이미 도쿄에 올라온지 15년 가량이 흐른 시점에서 그린 지금의 작가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래서 더 현실감이 느껴지기도 하고, 현 시점에서 공감이 느껴지는 부분도 많다. 집과 사무실을 오고 가며 느끼는 감상이라던가, 집에서 게으름 피우는 부분을 보면, 어쩜 이리 사람이란 비슷한 구석이 많은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빨리 완전한 의미에서 독립해서 내 공간을 꾸며 보고 싶단 생각도 들긴 하는데, 그게 평생 가능한 일이 될런지, 알 수 없다. 

2. '혼자 살아보니 괜찮아' 3줄 평
- 혼자 자취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이렇게 모아놓은 것도 참 좋네. 
- 왠지 모르게 외로워질 때 다시 읽으면 좋을 거 같은 책 
- 저자가 계속 혼자 사는 걸까 오지랖이 생겼는데, 결말마저 훈훈하네.


Posted by 스케치*
독서/시, 에세이2017. 5. 19. 23:30

저자 : 다나키 나오코 / 옮긴이 : 고현진
출판사 : arte 출판
초판 1쇄 발행 : 2017년 4월 13일 

1. 시골 사람의 서울 상경기 
나도 시골 출신이다. 경기도 평택이 무슨 시골이냐, 라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내가 초등학교, 중학교 때쯤까지만 해도 거긴 완연히 시골이었다. 당시엔 지하철도 연결되어 있지 않았고, 서해안 고속도로도 연결되어 있지 않았다. 할머니네 댁이 서울인지라 아버지는 프라이드 자동차를 몰고 국도를 달렸다. 난 경부고속국도를 타지 않고 왜 하필 국도를 달리냐고 투덜댔지만, 아버지는 고집이 셌다. 그렇게 평택에서 서울까지 가는 데는 2시간이 걸렸다. 

사실 우리 집은 평택 도심에 있지 않았다. 그보다 더 서해안으로 빠져나가는 바닷가 근처에 있는 시골이었다. 지금은 평택항이 생기면서 아파트도 잔뜩 들어왔고, 새로운 학교와 도로들도 건설되었지만 내 어린 시절엔 그런 게 없었다. 내가 사는 집 앞에도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쩍쩍 갈라진 도로들이 태반이었다. 하교할 때 정류장에서 40분을 기다려서 버스를 타면, 포장이 망가진 울퉁불퉁한 도로에서 버스가 퉁퉁 튀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 느낌을 3~4번쯤 받으면 이제 우리 집이다, 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아마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일 거다. 우리 집을 제외한 대부분 친척은 서울에 살고 있었다. 우리 어머니는 큰이모네 댁과 사이가 친밀했는데, 그 덕분에 난 여름방학마다 이모네 집에 놀러 갈 수 있었다. 한 번 놀러 가면 1달 정도 같이 숙식하며 놀다가 시골로 다시 돌아왔다. 

그 당시 서울은 신세계였다. 지하철을 타본 것도 그때가 처음이었고, 지하철 정거장에서 즉석 자판기 콜라를 뽑아 먹는 맛은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다. 당시 지하철엔 스크린 도어도 설치되어 있지 않았고, 어딘지 어두컴컴한 구석이 있어서 썩 좋은 환경이 아니었음에도 당시 내겐 참 화려해 보였다. 

그러던 내가 대학교 합격한 이후 서울로 상경했다. 서울에 상경해서 혼자 살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도 있었지만 마침 할머니가 머무시는 곳에 방도 있었던 터라 난 그곳에서 계속 생활하게 되었다. 그때만 해도 난 참 촌티를 버리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다. 혼자 지하철을 타고 대학교에 가면서, 가슴이 두근거리는 경험을 했었다. 

다카기 나오코가 쓰고 그린 '도쿄에 왔지만'을 보면 어딘지 모르게 과거의 내 모습을 보는 것만 같다. 서울에서만 나고 자란 사람들은 느끼지 못하는 시골 출신만의 열등감, 도전 정신 같은 걸 느끼게 한다. 

태어나서 한 번도 도쿄에 가본 적도 없고, 앞으로 갈 일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왠지 모르게 그녀와 내가 경험한 시간이 겹쳐 있었다는 느낌을 받는다.  

사실 난 계속 부모님과 할머니 댁에 얹혀살면서 생활비를 세이브 하는 입장이라 그녀처럼 전적으로 생활비를 충당하는 삶에 대해선 이해할 수 없을 거로 생각한다. 나 자신도 정말 축복받았다고 생각하지만, 한 편으론 0에서부터 자기 바닥을 다져온 사람들은 존경할만하다고 생각한다. 내 주변 친구 중에도 그런 사람이 참 많고, 그들은 내가 살아온 삶보다 더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나저나 이 책은 만화인데도 어딘지 일반적인 만화 같지 않고, 담담하면서도 스며드는 매력이 있다. 짧은 에세이를 읽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2. '도쿄에 왔지만' 3줄 평 
- 시골 사람이 도시에 와서 느끼는 감회를 솔직하게 표현한 것 같다. 
- 같은 시골 사람으로서 공감 가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 
- 담담하면서도 스며든다. 


Posted by 스케치*
독서/시, 에세이2017. 5. 18. 21:19

저자 : 김빛내리, 박문정, 이홍금, 정희선, 최영주
출판사 : (주)메디치미디어
초판 1쇄 발행 : 2016년 12월 30일 

1. 부럽고, 멋지다. 
16살 때, 난 내가 살던 바닷가 근처를 떠나 경기도 평택으로 이사를 했다. 고등학교 진학을 하면서 가족이 모두 살 터를 옮겼기 때문이었다. 그때는 여전히 학교가 평준화되지 않았고 시험을 쳐서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내가 진학한 평택고도 그 지역에선 높은 점수를 받아야 갈 수 있는 학교였다. 

그래서 고등학교는 중학교 때와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아침 7시부터 저녁 10시까지 자기 주도 학습을 하는 분위기가 이어졌고, 전교 석차 100등 안에 드는 학생들은 따로 독서실에 모아서 새벽 1시까지 공부를 시켰다. 

그래서 다들 내신으로 대학을 가는 것보다는, 수능으로 승부를 보려는 학생들도 많았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요즘 뉴스 기사를 읽다 보면 기특하면서도 멋있는 고등학생들이 참 많다. 국가적 재난 상황이 발생한 장소에 친구들과 함께 찾아가서 자원봉사하는 학생들도 있고, 정치적 현안에 대해서 자신의 목소리를 드높이기 위해 현수막을 만들어 시위운동을 하는 학생도 있다.

그들도 내가 거쳐왔던 것처럼 공부를 통해 대학에 가야 하는 위치에 서 있다. 하지만 자신이 어느 위치에 서서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그 고민을 실천하는 학생들일 것이다. 그 모습을 보며 그들이 자랑스럽기도 하고, 한 편으론 과거 나 자신이 부끄럽기도 했다. 

고등학생 시절, 난 정말 쉽사리 내 진로를 결정했었다. 당시 난 한비야를 '좋아했었는데', 그녀가 영문과 출신이라는 걸 보고 그걸 내 전공으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고등학교 시절 내가 가장 못 하는 과목이 영어였던 걸 생각하면, 내가 대학교 때 얼마나 고생했는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애초에 난 영어보단 수학, 생물, 물리를 좋아했었다. 하지만 존경하는 사람의 발자취를 좇아보겠다는 마음으로 문과로 진학해서 영문과에 들어갔으니 이건 참 삶에서 묘한 부분이다. 

그래서 이 다섯 여성의 일대기를 읽었을 때, 멋있다는 생각도 들었고 부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책에서 공통으로 느낀 건 그 다섯 명이 모두 '수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이었다는 것이다. 수학을 싫어하면서 과학자가 된 사람은 없었다. 그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전공으로 삼았고, 그를 토대로 연구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훌륭한 과학자가 될 수 있었다. 나도 내가 좋아하는 걸 전공으로 삼았어야 했는데. 그때 난 왜 반대의 선택을 했을까!

책을 읽으며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여성들이 나름 60~70년대에 태어나 불평등한 여성 사회를 살았던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불평등과 싸웠던 기록은 상당히 약한 편이라는 것이다. 그들이 이 책에서 서술하고자 했던 부분이 그런 '투쟁'의 역사가 아니라, '과학자'의 역사를 남기고 싶어했던 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또 한편으로는 과학계 자체가 순수한 학문의 세계이다보니, 성평등 의식은 다른 어떤 곳보다 높은 건 아니었을까. 여성 과학자의 수가 적게 느껴지는 건 오히려 이홍금 박사님의 말마따나 애초에 과학계 자체에 도전하는 여학생의 수가 적은 것이 원인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다섯 명 과학자 모두 참 아름다운 사람들이라 느껴진다. 과학자로서의 삶이 참 순수해보이기도 하고 반짝반짝 빛나보인다. 그래서 만일 내가 딸을 가진다면, 딸에게 한번 보여주고 싶은 책이다. 

2. '과학 하는 여자들' 3줄 평 
-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선택해서 추구한 그들이 부럽고, 멋있다. 
- 다시 태어난다면 나도 과학자로서 살아가 보고 싶어진다. 
- 내가 딸을 가진다면, 딸에게 보여주고 싶은 책이다. 


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