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시, 에세이2017. 5. 18. 21:19

저자 : 김빛내리, 박문정, 이홍금, 정희선, 최영주
출판사 : (주)메디치미디어
초판 1쇄 발행 : 2016년 12월 30일 

1. 부럽고, 멋지다. 
16살 때, 난 내가 살던 바닷가 근처를 떠나 경기도 평택으로 이사를 했다. 고등학교 진학을 하면서 가족이 모두 살 터를 옮겼기 때문이었다. 그때는 여전히 학교가 평준화되지 않았고 시험을 쳐서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내가 진학한 평택고도 그 지역에선 높은 점수를 받아야 갈 수 있는 학교였다. 

그래서 고등학교는 중학교 때와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아침 7시부터 저녁 10시까지 자기 주도 학습을 하는 분위기가 이어졌고, 전교 석차 100등 안에 드는 학생들은 따로 독서실에 모아서 새벽 1시까지 공부를 시켰다. 

그래서 다들 내신으로 대학을 가는 것보다는, 수능으로 승부를 보려는 학생들도 많았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요즘 뉴스 기사를 읽다 보면 기특하면서도 멋있는 고등학생들이 참 많다. 국가적 재난 상황이 발생한 장소에 친구들과 함께 찾아가서 자원봉사하는 학생들도 있고, 정치적 현안에 대해서 자신의 목소리를 드높이기 위해 현수막을 만들어 시위운동을 하는 학생도 있다.

그들도 내가 거쳐왔던 것처럼 공부를 통해 대학에 가야 하는 위치에 서 있다. 하지만 자신이 어느 위치에 서서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그 고민을 실천하는 학생들일 것이다. 그 모습을 보며 그들이 자랑스럽기도 하고, 한 편으론 과거 나 자신이 부끄럽기도 했다. 

고등학생 시절, 난 정말 쉽사리 내 진로를 결정했었다. 당시 난 한비야를 '좋아했었는데', 그녀가 영문과 출신이라는 걸 보고 그걸 내 전공으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고등학교 시절 내가 가장 못 하는 과목이 영어였던 걸 생각하면, 내가 대학교 때 얼마나 고생했는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애초에 난 영어보단 수학, 생물, 물리를 좋아했었다. 하지만 존경하는 사람의 발자취를 좇아보겠다는 마음으로 문과로 진학해서 영문과에 들어갔으니 이건 참 삶에서 묘한 부분이다. 

그래서 이 다섯 여성의 일대기를 읽었을 때, 멋있다는 생각도 들었고 부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책에서 공통으로 느낀 건 그 다섯 명이 모두 '수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이었다는 것이다. 수학을 싫어하면서 과학자가 된 사람은 없었다. 그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전공으로 삼았고, 그를 토대로 연구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훌륭한 과학자가 될 수 있었다. 나도 내가 좋아하는 걸 전공으로 삼았어야 했는데. 그때 난 왜 반대의 선택을 했을까!

책을 읽으며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여성들이 나름 60~70년대에 태어나 불평등한 여성 사회를 살았던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불평등과 싸웠던 기록은 상당히 약한 편이라는 것이다. 그들이 이 책에서 서술하고자 했던 부분이 그런 '투쟁'의 역사가 아니라, '과학자'의 역사를 남기고 싶어했던 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또 한편으로는 과학계 자체가 순수한 학문의 세계이다보니, 성평등 의식은 다른 어떤 곳보다 높은 건 아니었을까. 여성 과학자의 수가 적게 느껴지는 건 오히려 이홍금 박사님의 말마따나 애초에 과학계 자체에 도전하는 여학생의 수가 적은 것이 원인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다섯 명 과학자 모두 참 아름다운 사람들이라 느껴진다. 과학자로서의 삶이 참 순수해보이기도 하고 반짝반짝 빛나보인다. 그래서 만일 내가 딸을 가진다면, 딸에게 한번 보여주고 싶은 책이다. 

2. '과학 하는 여자들' 3줄 평 
-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선택해서 추구한 그들이 부럽고, 멋있다. 
- 다시 태어난다면 나도 과학자로서 살아가 보고 싶어진다. 
- 내가 딸을 가진다면, 딸에게 보여주고 싶은 책이다. 


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