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시, 에세이2017. 5. 19. 23:30

저자 : 다나키 나오코 / 옮긴이 : 고현진
출판사 : arte 출판
초판 1쇄 발행 : 2017년 4월 13일 

1. 시골 사람의 서울 상경기 
나도 시골 출신이다. 경기도 평택이 무슨 시골이냐, 라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내가 초등학교, 중학교 때쯤까지만 해도 거긴 완연히 시골이었다. 당시엔 지하철도 연결되어 있지 않았고, 서해안 고속도로도 연결되어 있지 않았다. 할머니네 댁이 서울인지라 아버지는 프라이드 자동차를 몰고 국도를 달렸다. 난 경부고속국도를 타지 않고 왜 하필 국도를 달리냐고 투덜댔지만, 아버지는 고집이 셌다. 그렇게 평택에서 서울까지 가는 데는 2시간이 걸렸다. 

사실 우리 집은 평택 도심에 있지 않았다. 그보다 더 서해안으로 빠져나가는 바닷가 근처에 있는 시골이었다. 지금은 평택항이 생기면서 아파트도 잔뜩 들어왔고, 새로운 학교와 도로들도 건설되었지만 내 어린 시절엔 그런 게 없었다. 내가 사는 집 앞에도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쩍쩍 갈라진 도로들이 태반이었다. 하교할 때 정류장에서 40분을 기다려서 버스를 타면, 포장이 망가진 울퉁불퉁한 도로에서 버스가 퉁퉁 튀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 느낌을 3~4번쯤 받으면 이제 우리 집이다, 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아마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일 거다. 우리 집을 제외한 대부분 친척은 서울에 살고 있었다. 우리 어머니는 큰이모네 댁과 사이가 친밀했는데, 그 덕분에 난 여름방학마다 이모네 집에 놀러 갈 수 있었다. 한 번 놀러 가면 1달 정도 같이 숙식하며 놀다가 시골로 다시 돌아왔다. 

그 당시 서울은 신세계였다. 지하철을 타본 것도 그때가 처음이었고, 지하철 정거장에서 즉석 자판기 콜라를 뽑아 먹는 맛은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다. 당시 지하철엔 스크린 도어도 설치되어 있지 않았고, 어딘지 어두컴컴한 구석이 있어서 썩 좋은 환경이 아니었음에도 당시 내겐 참 화려해 보였다. 

그러던 내가 대학교 합격한 이후 서울로 상경했다. 서울에 상경해서 혼자 살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도 있었지만 마침 할머니가 머무시는 곳에 방도 있었던 터라 난 그곳에서 계속 생활하게 되었다. 그때만 해도 난 참 촌티를 버리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다. 혼자 지하철을 타고 대학교에 가면서, 가슴이 두근거리는 경험을 했었다. 

다카기 나오코가 쓰고 그린 '도쿄에 왔지만'을 보면 어딘지 모르게 과거의 내 모습을 보는 것만 같다. 서울에서만 나고 자란 사람들은 느끼지 못하는 시골 출신만의 열등감, 도전 정신 같은 걸 느끼게 한다. 

태어나서 한 번도 도쿄에 가본 적도 없고, 앞으로 갈 일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왠지 모르게 그녀와 내가 경험한 시간이 겹쳐 있었다는 느낌을 받는다.  

사실 난 계속 부모님과 할머니 댁에 얹혀살면서 생활비를 세이브 하는 입장이라 그녀처럼 전적으로 생활비를 충당하는 삶에 대해선 이해할 수 없을 거로 생각한다. 나 자신도 정말 축복받았다고 생각하지만, 한 편으론 0에서부터 자기 바닥을 다져온 사람들은 존경할만하다고 생각한다. 내 주변 친구 중에도 그런 사람이 참 많고, 그들은 내가 살아온 삶보다 더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나저나 이 책은 만화인데도 어딘지 일반적인 만화 같지 않고, 담담하면서도 스며드는 매력이 있다. 짧은 에세이를 읽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2. '도쿄에 왔지만' 3줄 평 
- 시골 사람이 도시에 와서 느끼는 감회를 솔직하게 표현한 것 같다. 
- 같은 시골 사람으로서 공감 가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 
- 담담하면서도 스며든다. 


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