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시, 에세이2017. 5. 27. 22:33

저자 : 타카기 나오코 / 옮긴이 : 한나리
출판사 : 시공사
초판 1쇄 발행 : 2016년 2월 25일 

1. 작은 키에 대해서 생각해보며 
가끔 이런 문자를 받는다.

'예쁜 여자애가 있는데, 주변에 남자 중에 괜찮은 사람 좀 소개시켜줘.' 

0.5초가 지나지 않는 시간 동안 생각한다. 내 주변에 알고 지내는 형이나 동생들 혹은 친구들 중에서 여자친구나 와이프가 없는 사람을 떠올린다. 싱글들이 간추려진다. 다시 0.5초가 지나는 시간 동안 그들의 키가 몇인지를 생각하게 된다. 170이 넘지 않는 친구, 170~175 정도 되는 친구, 175~180 정도 되는 친구, 180 이상. 

평소엔 이런 키란 부분이 그 사람을 판단하는데 특별한 영향이 없어 보인다. 그런데 막상 그 사람을 여자에게 소개시켜주려고 하면 일단 키부터 생각하게 된다. 아무래도 이런 건 경험에서 우러나온다. 대학교 1학년 시절 한창 남자애들을 여자애들에게 소개시켜주려고 할 때는 이런 생각이 없었다. 문자를 보내면 항상 이런 질문을 받는다. 

"키는 몇이야?" 

친구의 키가 몇 센치냐에 따라서 반응이 달라진다. 이런 반응이 쌓이다보면 처음엔 이런 식으로 판단하는 사람에게 화가 나지만, 어느 순간 적응하게 된다. 그리고 당연한 것처럼 반응하게 된다. 

얼굴이 못생겼으면 고치면 되고, 돈이 없으면 벌면 되며, 공부를 못하면 공부를 하면 되는데, 키라는 건 어떻게 할 수 없으니 참 당혹스러운 일이다. 누군가는 다리 뼈를 잘라서 접합시키는 특수한 수술을 해서 키를 키우는 방법이 있다고도 한다. 문제는 이런 방법이 일반적이지도 않을 뿐더러 다시는 달리는 일이 불가능해질만큼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에 있다. 그러니 아직 키는 노력으로 어찌하기 가장 어려운 게 아닌가 싶다. 

이 책의 저자 타카기 나오코는 150cm라고 한다. 일본인들이 평균적으로 한국인들보다 키가 작다고는 하지만, 저자는 평균적인 일본인보다도 더 작은 체형이다. 이렇게 작은 키를 갖고 살아가면서 그가 체험하고 느꼈던 일들에 대해서 담담히 그려내고 있다. 

책을 읽다보면, 키라는 건 고작 몇 센치, 몇 십 센치 안되는 손바닥 한 뼘의 차이일 수 있지만 그로 인해 우리가 살면서 느끼는 체험은 지극히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된다.


한국인의 경우 우리 주변의 건물이나 도로, 각종 편의 시설이 170cm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고 알고 있다. 내 키는 한국 남성의 가장 평균 키라고 할 수 있는 175cm이다보니, 살면서 편한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닐 것이다. 비록 내 자신은 그 편의를 깨닫지 못하고 있겠지만. 

그래서 저자가 소개하는 불편함이 새롭게 느껴진다. 옷을 살 때마다 항상 줄여야 한다거나, 아르바이트를 할 때 혹은 쇼핑을 할 때 키가 작아서 불편함을 느끼는 건 내가 경험하지 못한 일상이다. 키로 인해서 어떤 이득을 취한 것도 없지만, 어떤 불리함을 경험하지 못한 나로선, 이런 걸 경험하는 사람이 많겠구나, 새삼 느끼게 된다. 

2. '150cm 라이프' 3줄 평 
- 살아가면서 '키'라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책 
- 키가 작은 게 어떻게 불편한지 아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는 책 
- 정말 키로 인한 불평등 어떻게 없앨 수 없을까? 키는 정말이지 깨부술 수 없는 계급같아. 


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