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시, 에세이2017. 6. 4. 22:38
(지금 일본입니다. 맥북을 갖고 왔는데, 맥북에서는 이미지 업로드가 되지 않네요. 책표지는 업로드 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저자 : 문유석 
출판사 : (주)문학동네
초판 1쇄 발행 : 2015년 9월 23일 
전자책 발행 : 2015년 11월 2일 

1. 왜 나는 개인주의자가 되어버렸는가. 
얼마 전에 미술관에 다녀왔다. 양평 시골 한 가운데 있는 꽤 멋드러진 곳이었다. 미술관 한 쪽에선 간단히 차나 음료를 마실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해두었는데, 바람이 솔솔 불어와서 꽤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조용히 앉아 있는데, 옆자리에서 하는 이야기를 우연히 엿들었다. 

‘정말 희안한 거 있죠.’
‘어떤 게 말인데요?’ 
‘한국 사람들은 리더로서 역할은 세계 어디를 갖다놓아도 잘 하면서, 리더를 옆에서 도와주는 펠로우십은 한참 뒤떨어진단 말이에요. 보통 리더가 있으면, 이 리더를 믿고 끝까지 밀어줘야 하는데, 조금만 잘못해도 어떻게 해서라도 끌어내리려 한단 말이죠.’ 
‘다 자기가 잘났다고 생각해서 아닐까요.’ 
‘한국 사회가 참 급격히 성장한 곳이라 그런 게 아닌가 싶어요. 개천에서 용났던 시대를 거치기도 했고. 일단 자기가 리더십을 발휘해서 성공한 사람이 많다보니, 위 아래가 보이지 않고 일단 리더 탓을 하는 거죠. 이번 탄핵만 봐도 그렇잖아요.’ 

대체 이게 무슨 논리일까. 바닥에서 바득바득 기어서 노력한 후에 성공한 사람들이 리더십을 갖고는 있는데, 펠로우십이 없다는 건 어디서 근거하는 말인가? 그런 사람들은 아랫사람은 되어본 적도 없이 갑자기 윗사람이 되었다는 얘기인가? 

그리고 60~80년대 한국이 급속도로 성장한 건, 국가에서 일부 사람들이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여 명령체계를 세웠고, 그 사람들을 따라왔던 수많은 펠로우십의 결과 아니었던가? 우리나라는 과거 어느 나라보다도 집단의 가치를 중시했고, 이 가치를 바탕으로 성장했다. 

파이낸셜 타임스에서 나온 최근의 연구결과를 보아도, 아직까지도 전 세계 어느 곳보다도 집단주의 성향이 강한 나라 중 하나이다. 집단주의가 강하단 말은 리더를 뒷받침해주는 수많은 부하직원들의 노고와 희생이 뒤따르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그나마 2000년대 이후에 개인주의가 새롭게 꽃피기 시작하고, 그 안에서 사회가 불평등하게 조직되고 성장이 지체되는 걸 발견하며 집단주의의 폐단에 대해 할 말을 하기 시작했다. 집단주의는 특정한 조건에 맞춰, 폐쇄적인 형태를 띄고, 일부 특권층의 이익을 대변하게 될 위험을 강하게 내포한다. 과거 히틀러가 그러했고, 일본 군부독재가 그러했으며, 불과 몇 달 전 박근혜와 최순실이 그 모습을 보여줬다. 

몇 달 전 탄핵 사건은 특정 집단과 집단의 싸움이 아니었다. 집단이 이기적 형태를 취하는 것을 개인들이 들고 일어나 막아보려 애썼던 것이었다. 합리적인 개인주의가 사회에 간신히 뿌리내리기 시작했음을 증명하는 사례이며, 한국 사회가 어떤 변곡점에 서있음을 의미했다. 

근데 그 사건을 고작 ‘펠로우십 없는 한심한 한국사람’이라는 논리로 이야기하니, 마음이 답답하고 화가 났다. 

문유석의 ‘개인주의자 선언’을 읽으며, 내가 했던 생각이 나 자신에게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그가 책 전체에 걸쳐 이야기하는 ‘개인’의 탄생은 단순히 저자 문유석뿐 아니라, 나 자신의 이야기라 해도 특별히 다를 게 없었다. (문유석의 놀라운 학업성취는 배제하고…) 

우리 사회는 아직도 어사 박문수나 판관 포청천처럼 누군가 강력한 직권 발동으로 사회정의를 실현하고 악인을 엄벌하는 것을 바란다. 정의롭고 인간적이고 혜안 잇는 영웅적 정치인이 홀연히 백마 타고 나타나서 악인들을 때려잡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주길 바란다. 
아무리 기다려도 그런 일은 없을 거다. 링에 올라야 할 선수는 바로 당신, 개인이다. 

“열심히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내가 열심히 하지 않은 걸로 하겠다”는 장그래의 가치관은 따져보면 모든 걸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잔혹한 논리이고 절대로 사회적으로 찬양되어서는 안 될 위험한 이데올로기다(누가 좋아할 논리겠는가). 그러나 저 말은 온몸을 내던지며 사회의 장벽에 맞서 싸워온 이가 자기 자신을 추스리며 했던 다짐이기에 정서적으로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2. ‘개인주의자 선언' 3줄 평 
- 이 글을 읽으며 나 역시 ‘개인주의자’라고 확신했다. 
- 올해 읽은 책 중에 가장 공감가는 책이었다. 물론 난 사시합격이나 전국 1등을 해본 적이 없지만… 
- 우리 부모님, 나의 상사, 나의 친구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