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외국소설2017. 7. 31. 23:00

저자 : 아멜리 노통브 / 옮긴이 : 백선희
추판사 : 문학세계사
초판 1쇄 발행 : 2004년 11월 1일 

1. ‘앙테크리스타’의 줄거리 
소극적이고 책을 좋아하며 조용한 아이인 블랑슈는 친구가 없었다. 어느 날 블랑슈는 크리스타의 미소를 보고 그녀와 친구가 되고 싶어했다. 크리스타는 활기차고 매력적이며 인기많은 아이였다. 크리스타가 대학으로부터 2시간 거리의 독일에서 산다는 걸 알게 된 블랑슈는 그녀를 자신의 집에 초대한다. 블랑슈의 부모는 크리스타를 무척 마음에 들어하고, 크리스타의 사정을 알게 된 부모는 그녀를 주중 5일 내내 블랑슈의 방에서 같이 지낼 수 있도록 그녀를 초대한다. 

하지만 블랑슈는 크리스타의 미소가 거짓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크리스타는 허영심이 많고, 거짓말을 해댔으며, 정신적으로 블랑슈를 괴롭혔다. 블랑슈는 크리스타에 대해 불평하고 그녀에게 벗어나고자 하지만, 블랑슈의 부모님은 크리스타의 거짓말에 휘둘려 크리스타를 누구보다 아끼고 사랑한다. 물론 크리스타가 블랑슈를 파티에 초대하거나 자기네 패거리에 이끌었다는 점이 블랑슈에겐 좋은 자극이 되었지만, 크리스타는 블랑슈를 업신여기며 무시한다. 

크리스타의 행동에 화가 끝까지 차오른 블랑슈는 주말에 크리스타가 자신의 집으로 돌아갈 때, 크리스타를 뒤쫓아 따라간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블랑슈는 크리스타가 자신의 남자친구의 외모와 자신의 가정형편에 대해서 그리고 자신이 현재 블랑슈네 집에서 공짜로 지내고 있는 것에 대해 거짓으로 행동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블랑슈는 이를 부모에게 알리고 크리스타를 맞이한다. 크리스타는 분노로 펄펄 뛴다. 그리고 크리스타는 블랑슈네 집을 떠난다. 

이후 크리스타는 블랑슈를 학교와 모든 친구들에게 중상모략한다. 블랑슈와 그녀의 부모님은 모두에게서 비난받는다. 그러나 블랑슈와 그녀의 부모님은 분노하거나 비난하지 않는다. 그리고 소설의 마지막 장면에서 블랑슈는 같은 수업을 듣는 학생들 전체에게 자신을 모욕하는 크리스타의 모습을 발견한다. 블랑슈는 그녀에게 다가간다. 크리스타는 블랑슈가 비난할 것을 기대하며 야릇한 미소를 짓지만, 블랑슈는 크리스타를 상대로 키스를 한다. 

2. 과거, 스쳐간 친구에 대한 기억들 
4년 쯤 전에 난 중학교 때 시절 친구들을 다시 만났다. 묘한 조합이었다. 네 명 모두 학창 시절엔 같이 어울리는 패거리는 아니었다. 나와 A는 친구였다. A와 B는 서로 친구였으며, B와 C는 서로 친구였다. 그러나 우리 각자는 함께 어울리는 친구가 아니었다. 대화의 화제는 자연스럽게 2명의 친구를 둔 A와 B가 주도했다. 나와 C는 적당한 화제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역할을 맡았다. 

재밌는 건 학창시절을 기억하는 각자의 인상이었다. 나와 A는 서로 비슷한 인상으로 학창시절 친구들을 논했지만, 나와 C사이에는 꽤 큰 간극이 있었다. 우리의 화제가 되었던 X라는 친구에 대해 나는 매우 부정적으로 생각했지만, C는 무척 친밀하면서도 좋게 평했다. X가 행했던 이상한 행동에 대해서도 C는 그 행동이 나왔었던 이유를 알고 있다보니, 혹은 그와 친밀하게 지냈던 경험 때문인지 그를 다르게 이야기했다. 

우린 그날 밤새 술을 마셨다. 새벽이 오고 나와 C는 전화번호를 교환했다. 함께 재밌는 시간을 보냈다. 다음 번에도 만나서 술을 마시자. 라고 얘기했다. 

물론 우린 서로 다시는 연락하지 않았다. 

앙테크리스타를 읽으면서 학창시절을 많이 떠올렸다. 당시 내가 친구들을 바라보던 시선에 대해 떠올렸다. 그러다보니, 소설 전체에 걸쳐 크리스타를 바라보는 블랑슈의 시선이 조금은 좁다고 느꼈다. 조금만 떨어져서 살펴봐도 괜찮을 것을 계속 지금의 감정에 집중하는 그 모습이 묘하게 아이같아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난 오히려 크리스타가 극적인 거짓말을 하며 적 혹은 악으로 규정되는 모습에 놀랐다. 어쩌면 나조차도 블랑슈의 부모님처럼 크리스타라는 화려한 적에게 속여지고 있던 것일까. 

크리스타가 후반부에 보여준 극렬한 저항과 블랑슈를 향한 악의넘치는 행동들은 블랑슈가 보인 가장 매혹적인 행동 ‘키스’와 대비되어 이 소설을 매력적으로 만든다. 블랑슈의 목소리를 빌려 말한 키스에 대한 인상은 그녀가 어떤 생각으로 이 행동을 저질렀는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하지만 입맞춤만큼은 언제든지 할 뜻이 있었다. 입맞춤은 나를 매료시켰다. 서로 말을 하지 못하게 만들면서도 타인을 독특한 방식으로 알게 하는 접촉이 나는 신비하기만 했다. 
모두 키스가 서툴렀지만 저마다 다르게 서툴렀다. 나는 그들이 서툴게 키스를 하는 건지도 알지 못했다.  

3. ‘앙테크리스타' 3줄 평 
- 어린 시절 학창시절에 어울렸던 친구와의 기억을 상기시키는 소설 
- 아멜리 노통브 답게 ‘적’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번 ‘적’은 화려한 친구다. 
- 다 읽고 나면 괜히 키스하고 싶어진다. 


Posted by 스케치*
독서/외국소설2017. 7. 30. 22:58

저자 :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 옮긴이 : 장영재 
출판사 : 더클래식
초판 1쇄 발행 : 2013년 11월 18일 

1. ‘세 가지 물음’을 읽고  
“어찌하면 알맞은 때에 가장 적당한 일을 하는 법을 제가 배울 수 있겠습니까? 또한 저에게 가장 필요한 사람, 말하자면 제가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마지막으로 저에게는 어떤 일이 가장 중요합니까? 제가 가장 먼저 주목해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이며, 많은 일 중에서 어떤 일을 제일 먼저 해야 합니까? 

유치한 질문처럼 느껴질 때도 있지만 이런 질문을 날릴 때가 의외로 많다. 나도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비슷한 질문을 많이 날린 것 같다. ‘내가 하고 있는 이 일이 정말로 적당한 일이긴 한 걸까? 내게 어쩌면 더 중요한 일이 있는 건 아닐까? 지금 내 주변에 있는 팀 동료들은 사실 맘에 들지 않아. 그 사람들보다도 내겐 더 소중한 사람들이 있는 거 아닐까.’ 친구와 놀고 있을 때도 마찬가지로 질문을 던진다. ‘혹시 내가 놓치고 있는 일은 없을까? 내가 처리한 일은 잘 돌아가고 있을까?’라는 식으로 말이다. 

톨스토이는 이 단편에서 현자의 목소리를 빌려 아래와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기억하시오. 가장 중요한 순간은 바로 ‘지금’이라는 사실을 말이오. 왜 지금이 가장 중요하겠소? 우리는 오직 ‘지금’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오. 오직 지금 이 순간만이 우리가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라는 말이지요. 또한, 가장 중요한 사람은 바로 지금 함께 있는 사람이오. 앞으로 그 어떤 상황에서 그 누구와 자신이 인간관계를 맺을지 모르므로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함께 있는 사람이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일은 함께 있는 그 사람에게 착한 일을 행하는 것이지요. 그를 위해 이 세상에 인간이 보내졌고, 오직 이를 위해 인간이 이 세상에 왔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오."

라고 하며 이 단편은 끝을 맺는다. 그런데 이 이야기가 정말 정확히 맞아 떨어지는 얘기일까? 

카르페 디엠. 지금을 즐겨라. 처음 이 문구를 들었을 당시엔 이 말이 삶의 모든 방향을 뒤집어 놓을 수 있을 것처럼 느껴졌다. 현재를 중요하게 여기고, 지금에 집중하고, 지금 앞에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건 정말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사람이 현재만 보지 않고, 계속 시간의 과거와 미래를 뒤쫓는 이유는 그 안에서 배울 점이 있다는 걸 알고, 혹은 더 나은 현재를 위해 대비할 점을 찾기 위해서이기도 하지 않은가? 모두가 다 당장의 코 앞만 바라보면서 살아간다면, 거기에도 어떤 맹점 같은 것이 생길 수 있지 않을까? 

인간관계도 마찬가지. 당장 코 앞에 있는 사람에게 충실할 수 밖에 없는 건 너무나 당연한 말이기도 하지만, 요즘 사회엔 이 이야기도 어느 정도 퇴색되어가고 있다. SNS나 디지털 환경을 통해 사람과 사람의 거리는 극히 가까워지고, 우리가 매일 마주치며 살아가는 사람도 지극히 많아지고 있다. 우리는 한 순간에 여러 사람을 함께 마주하며 살아가게 되었다. 이런 시대에서는 과거엔 경구로 보이던 것이 그 의미가 바뀌게 될 수 있는 건 아닐까. 

이 책에 실린 대부분의 단편에서 비슷비슷한 인상을 받았다. 단편은 어떤 열린 결말이나, 생각을 던져주는 것에 끝나지 않고, 어떤 윤리적인 답을 내놓는다. 단지 우화로서 한 사회적의  공통선을 이해하고자 이 책을 읽는다면 꽤 괜찮을 수는 있겠지만, 그걸 진리인 것처럼 오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2. ‘톨스토이 단편선: 세 가지 질문' 3줄 평 
- 기독교 관점에서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이 무엇인지 엿볼 수 있는 단편집 
- 쉽게 읽을 수 있는 우화. 단순한듯 하면서도 생각할 거리를 나눠주는 글. 
- 과거의 이야기, 기독교 사상이 기본에 깔려있다보니 한 편으론 읽기에 불편한 책이기도 했다. 


Posted by 스케치*
잡문/기타 잡문2017. 7. 29. 21:00
손금
항상 누군가가 내 손금을 보겠다고 내 손을 봐줄 때가 있다. 왼손, 오른손? 당연히 오른 손 아니야. 왼손은 태어날 때 갖고 있는 것이고 오른손은 현재의 운세니까. 라고 누군가는 말한다. 그럼 오른손을 펴서 보여준다. 누군가는 몇 가지를 살펴본다. M자가 그려져 있는지. 부자손금이라 불리는 삼지창이 그려져 있는지. 사업선이나 결혼선은 어떤지. 재물선이 있는지. 있다면 그 길이는 어디에서 시작하는지. 내가 누군가에게 '그게 다야?'라고 물어보면, 그게 다라고 한다. 막상 내가 가장 관심을 갖고 바라보는 건 생명선이다. 왼손과 비교해서 그 무엇보다도 진하고 강렬한 손금을 말해보라고 해도 단연코 생명선이다. 생명선이 참 진하고 깔끔하면서도 정말 길게 연결되어 있어서, 내 생명선은 손바닥을 넘어서서 손등에 까지 이어질 정도로 길다. 레이 커즈와일이 말했던 것처럼 인간이 죽지 않고 영원히 사는 첫 배를 타게 되는게 혹시나 내가 되지 않을까 하는 가소로운 욕망도 떠올려본다. 

사실 손금을 잘 볼줄 몰라도 다른 사람의 손금을 보는 건 꽤 즐거운 일이다. 그 손금이 자잘자잘한 주름으로 가득차 있는지. 혹여나 손바닥에 살집이 잘 잡혀 있는지. 각각의 손금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사실 난 그 사람에게 어떤 좋은 정보를 알려주지 못할 지언정, 적어도 그 전까지 내가 그 사람을 관찰했던 정보가 있기 때문에 역으로 나는 사람의 성격과 행동들이 이런 식으로 손금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추론해볼 수 있다. (이걸 혼자 추론하는 거 까진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그걸 남들에게 사실인양 말하는 순간부터 사기꾼이 되는 거겠지만.) 

요즘엔 핸드폰으로 내 손바닥 사진을 찍어서 손금을 보는 어플도 있다. 핸드폰으로 정확한 위치를 잡아서 사진을 찍으면, 해당 사진에서 손금의 위치를 살펴보면서 손금을 보는 원리이다. 개발자 입장에선 세세한 부분까지 알고리즘을 맞추는게 어려웠을테니, 몇 가지 강렬한 것들만 잘 조합해서 결과를 띄워주는 거라 생각한다. 이런 어플을 하나 다운 받아놓고 친구들과 함께 다같이 손금을 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다. 그게 결코 과학이라 할 수 없어도, 그것을 신뢰할 그 어떤 데이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가끔은 그런 걸 믿고 즐거워하고 아쉬워한다. 이미 고정되어 버린 삶에서 어떤 틈새 같은 것을 잡고 싶어하는 희망이 그런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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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