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기타 잡문2017. 8. 1. 22:12
한국 맥주 시장에 대한 헛된 상상 
한국 맥주가 맛없다는 인식이 생겼다. 20대에만 머물던 이 인식은 차츰 30대를 잠식했고, 40대로 넘어서기 시작했다. 한국 맥주회사들은 그들 특유의 독점력을 바탕으로 해외 맥주를 수입하기 시작했다. 대형마트와 편의점을 중심으로 해외맥주는 차츰차츰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미국 맥주와 일본 맥주가 그 시작이었다. 독일 맥주와 벨기에 맥주가 들어서더니만, 스페인 맥주와 마이너한 종류의 일본, 미국 맥주들도 들어오기 시작했다. 편의점 한 곳에서 고를 수 있는 해외 맥주만 해도 이미 너무 많은 칸을 차지할 정도가 되어버렸다. 이 이상으로 편의점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면, 다른 술들이 차지하고 있던 공간을 빼앗거나 탄산음료가 있던 자리에 맥주만 가득 차는 문제가 생길지도 모른다. 국내 맥주 회사들은 혼술하는 사람들을 비웃는 광고를 만들었다. 그게 아마 1~2년 쯤 전의 일이다. 그런 광고를 비웃듯 혼술하는 사람들은 늘어만 가고, 친구나 회사사람들과 함께 맥주를 마시는 비율을 줄어만 간다. 

앞으로 우리나라 맥주시장은 어떻게 될까. 

여기서부터는 순수하게 나의 상상이다. 

해외 맥주가 넘쳐나는 문제가 공론화되고, 일부 대기업에서 맥주시장을 독점하는 것에 대해 사람들이 반발할 것이다. 이미 대기업을 넘어설 수 있는 강력한 맥주 중견 업체들이 자라나고 있다. 그런 회사들의 목소리가 커질 것이고, 국가에서도 기존의 독과점을 풀고 중견 업체가 맥주를 유통할 수 있는 시장으로 활성화시킬 것이다. 전통적 유통업계는 맥주 회사와 강한 결착을 보이고 있었지만, 중견 업체 맥주들은 기존의 유통업계를 벗어나 교묘한 신시장을 통해 시장에 침투할 것이다. 

제품의 혁신보다 더 무서운 건 플랫폼(유통망)의 혁신이다. 맥주가 구매될 수 있는 새로운 신시장이 열릴 것이고, 이 시장은 젊은층을 중심으로 확장될 것이다. 이전까지는 맥주를 구입하려면 대형마트, 편의점 같은 곳에 가야했지만 앞으로는 그럴 필요가 없어질 것이다. 맥주가 판매되는 곳은 일반적인 술집일 수도 있고, 혹은 치킨을 판매하는 치킨집일지도 모른다. 단, 기존엔 그런 곳에서 판매되던 것이 이름없는 생맥주였다면, 앞으론 온라인 세상에서 유명세를 떨치는 중견 브랜드가 위치할 것이다. 당연히 소비자들은 선택권이 넘쳐날 것이다. 온라인 어플을 통해 어떤 음식점(혹은 치킨집)에서 어떤 종류의 중견 맥주 브랜드가 판매되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기존의 법 규제에 따르면 치킨집 같은 곳에서 생맥주를 판매하는 것도 불법이라고 한다. 서민 사업자를 위해서 과하게 제재를 못하는 불법의 사각지대에서 새로운 시장이 성장하다보니, 대기업에서도 과하게 제재하지 못한 자리에 중견기업들과 모바일 기술이 결합된다. 

아마 힘든 일이겠죠? 맥주 시장에서 뭔가 넷플릭스라던가, 우버같은 일이 생기길 바라는 마음으로 써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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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