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기타 잡문2017. 7. 27. 23:45
파스타 만들기 
예전에 몰타에 몇 달간 머물 때 거의 매일 같이 파스타를 해먹곤 했다. 아침식사와 저녁식사가 모두 파스타였으니, 사실 경험치로 치면 웬만한 한국 사람이 평생 만들고도 남을 정도의 파스타를 그 시간동안 만들어 본 것 같다. 

파스타 만드는 건 별로 어렵지 않다. 한 쪽에선 냄비에 물을 넣고, 그 위에 올리브 유를 띄운다. 물이 어느 정도 끓으면 그 안에 파스타 면을 넣고, 정해놓은 시간만큼 끓여준다. 그 와중에 다른 한 쪽 후라이팬도 쉬지 않고 돌린다. 적당히 기름을 두르고 다진 마늘을 올려서 볶아준다. 적당히 마늘이 볶아지면, 파스타에 넣고 싶은 야채를 넣는다. 단 맛을 강조하고 싶으면 보통 양파를 많이 넣고, 풍미를 넣고 싶으면 파 종류를, 물기 있는 맛을 넣고 싶으면 버섯을 넣는다. 어느 정도 됐다 싶으면 미리 준비해놓은 토마토를 안에 넣어서 팟팟 부숴준다. 토마토가 부숴지면서 안에 들어있던 재료에 맛이 베인다. 아마 파스타 면이 다 준비가 됐을 텐데 미리 물에서 꺼내서 적당히 물기를 빼주고 후라이팬에 면을 넣는다. 섞고 있는 재료에 물기가 부족하다 싶으면, 냄비 안에 있는 물을 후라이팬으로 옮겨서 수분을 보충한다. 이 시점에서 난 청량고추와 함께 파슬리, 후추를 가미한 뒤에 접시에 담아 먹었다. 

한 문단으로 쉽게 적을 수 있는 레시피이니 누구라도 이렇게 해 먹을 수 있을 것이다. 파스타를 해먹다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재료란 것들이 참 제각각인데, 다들 적당히 섞여서 적당히 비슷한 맛이 되어버리는구나. 이 재료들이 다른 곳에 들어가도 다른 재료와 섞여서 다들 적당히 비슷한 맛이 되어버릴텐데. 재료는 다들 하나의 독립된 개성을 갖고 있지만, 그것이 모였을 땐 모인 집단의 개성으로 통일되는 경향을 가진다. 

그나저나 내가 이런 파스타 글을 어떤 맥락으로 쓰기로 마음먹었지? 라는 생각을 했는데, 오늘 저녁식사로 홍합 파스타를 먹긴 했다. 이래저래 먹는 것에 휘둘리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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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