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외국소설2017. 8. 15. 23:26

저자 : 엠마뉘엘 베르네임 / 옮긴이 : 이원희
출판사 : 작가정신
초판 1쇄 발행 : 2014년 11월 25일 

1. 사랑하는 사람을 칼로 찌르고 싶은 마음 
이 책은 프랑스 파리에 사는 한 여자가 지하철에서 한 남자를 잭나이프로 찌르면서 시작한다. 여자는 지하철을 빠져나와 혹시나 자신의 범행이 발각되었을까 두려워하지만, 다른 어느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은 채로 시간이 지난다. 그녀는 이후 몇 가지 단서들을 바탕으로 자신이 잭나이프를 찌른 남자가 영국에서 사는 외국인임을 알게 되고, 그가 공연하는 리어왕 공연을 보게 된다. 이후 그들은 서로 만나 파리에서 함께 살게 된다. 어느 날 그녀는 그녀가 찌른 그의 상처를 발견한다. 그녀가 그 상처를 인지하면서부터 그녀는 그가 떠나갈 것이라 생각하고, 그 때부터 그녀는 그가 하는 행동 속에 어떤 미묘한 차이점이 없는지 편집증적인 태도를 보인다. 

이 소설엔 생략된 것도 많고, 수수께끼처럼 남아 있는 것도 많다. 그녀가 왜 그를 찔렀는지. 그는 왜 그녀가 자신을 찔렀음에도 오히려 그녀와 함께 살게 된 것인지. 그녀가 잭나이프를 처음 들고 다니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 왜 그를 찌른 후에는 잭나이프를 들고 다니지 않게 되었는지.

애초에 여자와 남자는 서로 알고 있던 사이였을까. 만일 그렇지 않다면 여자는 왜 그 남자를 찌르기로 마음 먹었는가. 만일 여자가 남자에게 첫 눈에 반했다는 이유로 그를 찔렀다면, 왜 그녀는 그의 앞 모습을 보고 배를 찌른 것이 아니라, 그의 뒷모습만 보고 등을 찔렀을까? 그 말인즉슨 여자는 남자가 몇 살인지 조차 짐작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소설 중간에 여자가 남자의 아버지를 만나는 장면에서 그녀는 남자의 아버지로 보이는 사람을 통해 남자의 나이를 짐작한다. 이 때만 하더라도 여자는 남자의 나이를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 얼굴도 모르고, 나이도 모르는 사람이라면 다만 그의 뒷태만을 보고 찔렀다는 걸 의미하는데, 어림짐작하기에 그의 뒷판이 참으로 탄탄했을 것이다. 어깨는 쭉 벌어지고, 근육은 탄탄하게 붙어있는 모습이 상상된다. 이 여자, 남자의 뒷태를 보는 사람이었구나. 

남자의 태도도 우습다. 자신을 잭나이프로 찌른 여자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그 여자를 찾아가서 그녀와 함께 산다. 여자의 외모라던가 꾸밈새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 다만 그 여자와 함께 살면서 매일 맛있는 요리를 대접한다. 끔찍한 고통을 선사한 사람에게 그 무엇보다도 헌신적으로 행동한다. 여자의 행동이 미쳤다고 느껴지면서도, 그 미친 행동들이 살아있다고 느끼는 건 남자의 행동 역시 미친 축에 속하기 때문이다. 

있을 법하지 않은 사랑이란 생각이 들지만, 이상하리만치 이런 사랑에 공감이 가는 내 스스로가 소름끼친다. 이런 괴벽마저 끌어안고 사랑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이 사람인걸까. 

2. '잭나이프' 3줄 평 
-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 사랑과 만남을 묘하게 그려낸 소설 
- 그 와중에도 그들이 느끼는 감정의 편린은 일부 공감이 간다. 
- 이런 사랑의 행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롤리타 같은 것인가? 


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