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외국소설2017. 3. 4. 14:25


저자 : 미야시타 나츠 / 옮긴이 : 이소담
출판사 : (주)위즈덤하우스
초판 발행일 : 2016년 12월 10일
전자책 발행일 : 2016년 12월 10일

1. 2016년도 서점 대상

2016년도 서점 대상을 받은 책으로 유명합니다. 이미 여러 블로거들이 소개해주셨더라고요. 일본인들의 특징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일본은 만화든 책이든 애니메이션이든 순위 매기는 것을 참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순위라는 건 어딘가 불편함을 전해주긴 하지만, 이런 것들이 사실 책을 사서 읽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고 보기 때문에 싫지만은 않습니다. 

아래 내역은 2016년도 서점 대상 작품들입니다. 

그 전년도의 정보까지 보고 싶으시다면 아래 링크로 들어가 보세요.

2. 인상깊은 문장과 느낌 

"차근차근 어떻게 하면 되나요? 어떻게 차근차근해야 올바른가요?" 
필사적이었다. 숨을 헐떡이는 나를 이타도리 씨는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우리가 하는 일에는 옳고 그름의 기준은 없습니다. 올바르다는 단어를 쓸 때에는 조심하는 게 좋아요. " (중략) "홈런을 노리면 안됩니다."

이 책의 주인공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지겨우리만치 끈질기게 성실한 무언가가 있습니다. 오랫동안 무언가를 견디고, 이어가고 그 안에서 최고가 되려고 노력하는 일본 특유의 장인정신이 베어져 나오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나의 일상을 대표하는 말이 되어버린 지금, 이 책 속 주인공은 어딘지 모르게 나와 좀 다르다, 라는 생각이 듭니다. 

"쫀득쫀득함과 촉촉함 중에 어느 쪽이 더 낫다고는 할 수 없어. 단순히 취향 차이야. 물론 완숙도. 완숙을 좋아하는 사람이 유치한 것도 절대 아니지." 

취향에 대한 문구. 이런 문구들이 소설 중간중간 계속 나옵니다. 미묘한 의성어를 사용해서 취향을 설명하는 문구들은 책 속에 중간중간 나오는데요. 이런 문구들이 참 매력적입니다. 

정말로 실력이 뛰어난 요리사라면 처음 먹는 한입만이 아니라 마지막으로 먹는 한입까지 손님이 맛있게 먹을 수 있게 고심할 것이다. 피아노 소리도 마찬가지다. 제일 처음 소리가 디로롱 울렸을 때, 놀라움을 줄 수 있는 좋은 소리를 만들고 싶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기분좋게 울리는 소리여야 한다. 

작가는 이 문구를 적으면서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요? 아마, 내 글도 그런 좋은 소리가 나는 책이 되길 바란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을까요? 자기 자신을 채찍질하면서 글을 쓰고 있는 작가의 모습이 상상됩니다. 

노력한다는 생각도 없이 노력하고 있기에 의미가 있다. 노력한다고 생각하면서 하는 노력은 보상을 받으려는 마음이 있어서 소심하게 끝난다. 자기 머리로 생각하고 있는 범위 안에서 노력하고 그 대가를 회수하려고 하다 보니 그저 노력에 그치고 만다. 하지만 그 노력을 노력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서 하게 되면 상상을 뛰어넘는 가능성이 펼쳐진다. 

논어에 나오는 문구가 생각납니다. " 자왈 지지자는 불여호지자오 호지자는 불여락지자니라"
초등학교 때부터 뻔질나게 들었던 얘기를 미야시타 나츠는 이렇게도 표현을 하는 군요. 
쌍둥이에 대한 이벤트 부분은 어딘지 모르게 핍진성이 떨어지고,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 혹은 일본 드라마의 한 장면을 보는 것처럼 교훈과 감동이 물밀듯 들어옵니다. 이게 이 책의 좋은 점이라면 좋은 점인데, 한 편으로는 아쉽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굳이 이렇게 교훈과 감동이 있어야 했을까...) 

3. 책과 관련된 토론 주제
1) 만일 여러분이 가즈네 혹은 유니의 입장이었다면, 과연 책 속 줄거리와 같은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요? 가즈네와 유니는 어떤 생각으로 그런 선택을 하게 되었다고 생각하나요? 

2) 재능이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나요? 세상에는 정말로 천재가 있다고 생각하나요? 어떤 종류의 천재들을 보았나요? 

4. 함께 읽거나 보면 좋을 콘텐츠
- 만화 : 피아노의 숲 
- 소설 : 배를 엮다. (추천 블로거-교수님 : http://blog.naver.com/lost_film/220896412582)

5. 3줄 요약
- 숲처럼 맑고, 피아노처럼 울림이 있는 문장이 담긴 소설입니다.  
- 일본 드라마처럼 교훈을 주려고 하는 아집이 보이는 점은 마음에 걸립니다. 
- 가끔 가슴이 벅차오르기는 한데, 너무 흔한 문구/어디서 들어본 말들이 자주 나와서 아쉽기도 하네요.  


Posted by 스케치*
독서/국내소설2017. 3. 3. 20:01

저자 : 김승옥
출판사 : 문학동네
초판 발행일 : 1995년 12월 12일 (소설 발행년도 : 1964년)
전자책 발행일 : 2013년 4월 17일

1. 무진기행에 관하여 

버스가 산모퉁이를 돌아갈 때 나는 '무진 Mujin 10km'라는 이정비를 보았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의 첫 문장입니다. 무진기행과 무엇보다 많이 비교되는 이 작품이 기찻길에서의 눈의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면, 무진기행은 어딘지 모르게 안개로 가득찬 버스길에서의 풍경을 보여줍니다. 

"유행가를 부르지 않으려면 거기에 가지 않는 게 좋다고 얘기하면 내정간섭이 될까요?" "정말 앞으론 가지 않을 작정이에요. 정말 보잘것없는 사람들이에요." "그럼 왜 여태까진 거기에 놀러 다녔습니까?" "심심해서요." 여자는 힘없이 말했다. 심심하다, 그래 그게 가장 정확한 표현이다. 

우리 주변의 사람들을 일컬어 보잘것 없다고 이야기 하는 것을 왕왕 듣곤 합니다. 얼마 전에도 친구에게서 들었던 이야기가 기억납니다. "난 이 회사에 더 있기가 싫어. 우리 팀장님을 봐봐. 나름 회사에서 성공한 사람인데. 저렇게 되긴 싫다." 

"앞으로 오빠라고 부를 테니까 절 서울로 데려가주시겠어요?" "서울에 가고 싶으신가요?" "네." "무진이 싫은가요?" "미칠 것 같아요. 금방 미칠 것 같아요. 서울엔 제 대학 동창들도 많고... 아이, 서울로 가고 싶어 죽겠어요."
(중략)
"그렇지만 내 경험으로는 서울에서의 생활이 반드시 좋지도 않더군요. 책임, 책임뿐입니다." "그렇지만 여긴 책임도 무책임도 없는 곳인걸요."

무진기행이 원래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렸었나요? 저도 그 즈음에 무진기행을 처음 봤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당시에는 오지선다형으로 책의 주제/주인공들의 심경/작가의 의도를 파악하는 문제를 풀곤 했습니다. 무진기행은 흔해 빠진 교과서 속 글 중 하나였습니다. 주인공들의 심경이 이해된 적도 없었고, 그들의 마음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도 없었습니다. 주인공 '윤희중'의 나이가 고작 33살 밖에 안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충격이었습니다. 박선생과 하선생의 나이는 이보다 더 어립니다. 아마 20대일 것으로 추측합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왠지 책이 이해가 된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는 세무서장으로 만족하고 있을까? 아마 만족하고 있을 게다. 그는 무진에 어울리는 사람이다. 아니, 나는 다시 고쳐 생각하기로 했다. 어떤 사람을 잘 안다는 것-잘 아는체한다는 것이 그 어떤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무척 불행한 일이다.

이런 종류의 생각을 어제도 했었던 것 같습니다. 주인공처럼 그러지 말아야겠다 생각하면서도, 다시금 반복해서 내가 누군가를 다 아는 것처럼 행동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저녁이 되면 내가 했던 판단들에 대해서 후회하지만, 이건 고치는 것 자체가 오만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나는 그 방에서 여자의 조바심을, 마치 칼을 들고 달려드는 사람으로부터, 누군지가 자기의 손에서 칼을 빼앗아주지 않으면 상대편을 찌르고 말 듯한 절망을 느끼는 사람으로부터 칼을 빼앗듯이 그 여자의 조바심을 빼앗아주었다. 

나무위키-무진기행 파트를 보면 이 문구에 대한 언급이 나옵니다. (https://namu.wiki/w/%EB%AC%B4%EC%A7%84%EA%B8%B0%ED%96%89) 이동진이 '조바심'이라는 단어를 볼 때마다 야하다는 생각을 한다는 문구를 보고 빵 터졌습니다. 

간단히 쓰겠습니다. 사랑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당신은 저 자신이기 때문에 적어도 제가 어렴풋이나마 사랑하고 있는 옛날의 저의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중략) 쓰고 나서 나는 그 편지를 읽어봤다. 또 한번 읽어봤다. 그리고 찢어버렸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은 이 소설의 백미입니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2. 책과 관련된 토론 주제
1) 여행을 가서 이성을 만나서 함께 시간을 보내본 경험이 있습니까? 그 과정에서 어떤 일이 있었고,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함께 공유해봅시다. 

2) 소설 속에 등장하는 세무서장 '조'는 속물적인 인간일까요, 아니면 현실적인 인물일까요? 자신은 '조'에 가까운 사람일까요, 아니면 '박'(선생)에 가까운 사람일까요?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3) 주인공 윤희중이 마지막에 편지를 찢어버린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만일 편지를 찢지 않고 전달했다면, 그 뒤에는 어떻게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나요? 

4) 만일 자신이 하선생(음악선생)이었다면, 무진을 떠났을까요, 아니면 남았을까요? 떠났거나 남았다면 그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봅시다. 

3. 함께 읽거나 보면 좋을 콘텐츠
책- 설국 (관련 블로거 포스팅 http://blog.aladin.co.kr/koshka75/6387061)
영화- 매트릭스 (관련 블로거 포스팅 http://blog.naver.com/sonajin11/220354051706)
영화- 만추 (관련 블로거 포스팅 http://blog.naver.com/fish_eye_/220673560773)
만화- 러브히나(러브인러브)

4. 3줄 요약
- 64년도에 나온 글인데 당장 어제 발표한 작품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하선생이 부르는 유행가의 제목만 "KNOCK KNOCK"으로 바꾸지요. 
- 순천('무진'은 가상의 공간이라,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건데 '무진'의 배경이라 보이는 곳)으로 여행가고 싶어지는 글 

- 왠지 여행가면 연인이 생길 것만 같습니다. 그래도 안생겨요. 


Posted by 스케치*
독서/시, 에세이2017. 3. 2. 19:25

저자 : 무라카미 하루키 / 옮긴이 : 이영미

출판사 : 비채
초판 발행일 : 2014년 8월 8일

1. 하루키에 들어가며, 그리고 책에 들어가며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제 친구들 중에서도 하루키를 좋아하는 이들이 꽤 있는 편이지만, 대부분은 하루키가 쓴 소설에 관심을 둡니다. 저도 고등학교 1학년 때 읽어본 '노르웨이의 숲'이 가장 기억에 남는 소설이고, 그 외에도 '양을 쫓는 모험', '해변의 카프카', '1Q84'와 같은 장편소설을 읽어본 적이 있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으로 하루키의 책들은 뭔가 마약하는 기분으로 읽게 되는데, 이건 하루키의 문체가 실제 그러하기 때문이 아니라, 지극히 개인적인 소회입니다. 

장편 소설보다는 담담한 느낌으로 읽히는 수필을 많이 읽어본 것 같은데, '하루키의 여행법', '무라카미 하루키의 위스키 성지여행', '슬픈 외국어', '무라카미 라디오', '승리보다 소중한 것'에 이어 이번에 읽은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이 6번째로 읽어보는 것입니다. 

내가 의뢰를 받아 조금씩 일을 시작했을 무렵, 어느 편집자에게서 "무라카미 씨, 처음에는 어느 정도 대충 써나가는 느낌으로 일하는 편이 좋아요. 작가란 원고료를 받으면서 성장해가는 존재니까"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 때는 '과연 그럴까'라며 반신반의했는데, 이렇게 옛날 원고들을 다시 읽어보니 '정말이지 그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군'하고 납득이 갔습니다. 

책 초반에 쓰여 있는 이런 글들은 블로그 포스팅을 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위안이 됩니다. 제가 적고 있는 포스팅(다시 쳐다도 보기 싫은 글들)이 누군가에게 조금이라고 읽히고 있다는 힘에 기반하여 더 나은 글을 쓰게 하는 힘으로 이끌어 주는 것이지요. 

소설가란 많은 것을 관찰하고, 판단은 조금만 내리는 일을 생업으로 삼는 인간입니다 

공감이 갑니다. 좋은 영화도 마찬가지고, 좋은 상사도 마찬가지 같습니다.
반대로 판단을 많이 내리고, 조금만 관찰하는 것들은 내게는 유용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어이쿠 이런, 일 년만 더 기다릴걸. 그러면 상을 안 줄 수도 있었는데"라는 말을 듣지 않도록 온 힘을 다해 노력할 생각입니다. 

이런 자연스러운 유머도 무라카미 하루키 수필의 매력입니다. 그런 부분은 닮고 싶습니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에게는 실감할 수 있는 살아 숨쉬는 영혼이 있습니다. 시스템에는 그것이 없습니다. 시스템이 우리를 이용하게 놔둬선 안 됩니다. 시스템이 홀로 작동하게 놔둬선 안 됩니다. 시스템이 우리를 만든 게 아닙니다. 우리가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예루살렘상을 수상하며, 수상소감으로 발표한 이 글의 일부는 하루키의 시대정신을 보여줍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소설이 곧 출간을 앞에 둔 상황에서 그가 어떤 정신으로 글을 쓰고 있을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문구입니다. 

영화란 신기하게도 줄거리나 배우 이름은 다 잊어버려도 단 하나의 장면만은 도무지 잊히지 않고 오래도록 남을 때가 있다. 

이번에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문라이트'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저도 그 영화의 한 장면이 정말 잊히질 않습니다. 푸른 밤. 하늘에서 달이 비치고, 그 달 빛을 받은 흑인 소년이 파랗게 빛나는 모습. 하늘도 소년도 파랬습니다. 

2. 책의 구성
이 잡문집에는 아래와 같은 종류의 주제를 다룬 수필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소설가로서 느끼는 경험에 대한 수필 
각종 수상 소감 및 인사말 
음악(특히 재즈)에 관한 수필 
옴 진리교에 대한 수필 
번역에 관한 수필 
주변 사람들에 관한 수필 

3. 책과 관련된 토론 주제
1) 자신이 좋아하는 소설, 영화, 음악 등에는 각각 어떠한 공통점이 있습니까? 반대로 내가 싫어하는 콘텐츠들에는 어떠한 공통점이 있었나요?

4. 함께 읽거나 보면 좋을 콘텐츠
영화 - 문라이트 

5. 3줄 요약
- 글에 특별한 멋도 부리지 않았고, 이야기는 충실한 제대로 된 수필 
- 하루키스러움을 가득 요약해놓은 하루키 수필집의 중심 
- 작가가 자기 자신으로 글을 채워놓지 않은 수필. 


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