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예술2017. 2. 23. 20:43

지은이 : 오종우

출판사 : 도서출판 어크로스

종이책 발행 : 2015년 1월 21일

전자책 발행 : 2015년 1월 26일



[책의 서두]


이 책을 서점에서, 혹은 온라인 책장에서 꺼내 들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책의 제목은 사실 책의 절반이라 할만큼 많은 것을 우리에게 말해줍니다. .

' 그래도 예술에 대해서 조금 더 알 수 있게 되겠지. '

흥미롭게도 저자는 이런 제 생각을 근본부터 뒤흔들었습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백치'라는 소설에 등장한 레베제프라는 만물박사의 예를 들면서, 단순히 많이 아는 지식으로서의 앎이 갖게 되는 불편함을 이야기하죠. 

' 이와 같은 만물박사는 이따금, 심지어 사회의 어느 계층에서는 아주 빈번히, 만나볼 수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모든 것을 알고 있고, 호기심에 가득 찬 자신들의 지혜와 능력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일정한 곳에만 쏟아붓는다. (후략) ' 

앎으로서의 지식의 대척점에 예술이 있고, 예술이란 바로 '감각이 살아있는 것'이라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이미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내가 어떻게 그것을 아느냐에 따라서 완전히 다른 종류의 앎이 될 수 있다는 것이죠. 

의문이 듭니다. 감각이 깨어 있다는 건 무얼 뜻하는 말인가요? 저자는 2가지 세계를 제시한다.  

'실질세계' 그리고 '여분세계'입니다. 

실질세계는 실제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이로움들 '돈', '새로운 신 기술', '편익'에 대한 것들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이며, 여분세계는 그것을 넘는 다른 무언가 '철학', '정치', '종교'에 관한 것으로 보입니다. 

실질세계에 속하는 것들은 명확해보이고 분명합니다. 그것은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실질세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 인간은 계속 신기술을 개발하고, 경제는 발전하며, 학자들은 우리가 성공하고 행복해질 방법들을 연구하지만, 매일 같이 자살하는 사람이 나오고, 누군가가 고통받고, 힘들어 하지 않습니까? 

저자는 실질세계의 빈 공간을 채워나가고, 삶을 더 살맛 나게 만드는 것이 여분 세계이며, 이것이 예술의 역할이라 이야기합니다. 

'무슨 일이든 받아들이기 나름이다.'  이라는 일상의 표현은 아주 심오하기까지 합니다. 우리는 세상이 먼저 있고 나중에 우리가 그것을 인식한다고 생각하지만, 잘 들여다보면 우리는 우리가 인식하기 때문에 세상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구성]


(여기 설명한 구성은 실제 책에 나온 제목이나, 구성글과는 다릅니다. 제가 이 책을 소화해보려고 나름대로 쉽게 재구성해 본 것입니다.)


1강 이후 이 책의 나머지 강의들은 1강에서 보여진 내용들을 확장하여 보여주는 형태로 진행됩니다. (상당히 잘 짜여져 있어요!) 


2강 : 2강에서는 예술이 갖고 있는 모방성. 하지만 그 모방성을 넘어서서 새로운 의미를 창조할 수 있음을 설명합니다. 


3강 : 3강에서는 인간이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하는 무지를 통해, 실질세계의 부족함을 되돌아보고, 언어, 음악, 미술의 의미를 재탐색하게 합니다. 


4강 : 4강은 드라마, 비극을 주제로 합니다. 그리고 비극이 갖고 있는 '비례와 척도'의 속성을 살펴봅니다. 


5강 : 5강은 음악을 주제로 합니다. 그리고 음악이 갖고 있는 '꿈'의 속성을 살펴봅니다. 


6강 : 6강은 그림을 주제로 합니다. 그리고 그림이 갖고 있는 '새로운 시선, 관습 탈피'의 속성을 살펴봅니다. 


7강 : 7강은 영화를 주제로 합니다. 그리고 영화가 갖고 있는 '원초 언어 회복'의 속성을 살펴봅니다. 


8강 : 8강은 현대 사회를 주제로 합니다. 그리고 현대사회가 갖고 있는 '실재와 가상의 비구별성'의 속성을 살펴봅니다. 


(전 개인적으로 8강의 예술작품론이 인상깊습니다.) 


9강 : 9강은 현대예술을 주제로 합니다. 그리고 현대예술이 갖고 있는 '틀 깨기'의 속성을 살펴봅니다. 


[3줄 요약]

- 한 번 읽고 소화가 안되는 책입니다. 서너번 다시 읽으면서 미술관이나 콘서트에 가고 싶어집니다. 

- 예술이 무엇인지, 그리고 예술에 속하는 것들의 기본 속성을 파악할 수 있게 합니다.  

- 책을 다 본 뒤에는 현실을 직시하게 합니다. 



Posted by 스케치*
독서/외국소설2017. 2. 23. 20:32

지은이 : 브랜던 샌더슨 / 노은아 옮김

출판사 : 새파란 상상

종이책 발행 : 2015년 4월 1일


서양 작가가 지은 동양 판타지…로 보이는 이 책의 배경에는 희안한 직업이 있습니다. 주인공의 직업 ‘포저리’이죠. 책 속 세계에서 포저리는 쉽게 말해 '위작을 그리는 자'를 의미합니다. 더 명확한 포저리의 정의는 ‘실제 있는 사물이나 동물의 영혼을 조작하여, 복제품 혹은 그보다 더 좋은 것을 만들어 내는 사람’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위조 화가 혹은 위작 작가’라고 하면 그 직업적 냄새는 그닥 정의롭지 못하다고 느껴집니다. 예술을 모독하고, 진실을 부정하며, 거짓말에 능숙한 자들 이라는 느낌을 주죠. 이 책에서 주인공 샤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이런 통념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습니다. 

'포저는 단순한 사기꾼이 아니라 인간의 감각으로 그림을 그리는 예술가였다.' 

줄거리는 단순합니다. 주인공 ‘샤이’는 포저리입니다. 그녀는 세상 이곳 저곳을 떠도는 예술가(혹은 사기꾼?)였으나, 감옥에 사로잡힌 신세가 됩니다. 그녀를 사로잡은 이들은 자신들의 정권을 지키려고 하는 황제의 측근들이었지요. 반대파 암살자들에 의해 황제는 영혼을 잃었고, 주인공을 잡은 정치가들은 황제를 살리는 것을 포기하고, 그 대신 복제품 황제를 만들어줄 것을 주인공에게 부탁합니다. 그리고 주인공이 황제를 복제하기 위하여 100일이라는 한정된 시간동안 죽어버린 황제의 모든 것을 파악하는 형태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황제는 이미 죽었습니다. 영혼이 사라져 버린 곳에서 한 사람을 따라 그리기 위해선, 놀라운 관찰력과 학습으로 그 사람을 둘러 쌌던 모든 것(일기, 사람들, 환경, 역사, 그외 등등)들을 알아내야 합니다. 

그래서 책은 주인공 샤이를 통해 진행되지만, 실제 이야기는 그녀가 바라보는 황제 ‘아슈라반’으로 흘러갑니다. 

'사람은 온갖 덤불과 잡초와 관목과 묘목과 꽃이 뒤얽힌 무성한 덤불과 같았다. 어떤 사람도 단 하나의 감정으로만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어느 누구도 단 하나의 욕망만 품고 있지는 않았다. 사람은 수많은 욕망을 품고 있으며, 마치 두 개의 장미 덤불이 하나의 땅덩어리를 놓고 싸우듯이 그 욕망들은 종종 서로 부딪쳤다.'  

주인공이 죽은 황제 아슈라반을 추적해 나가며 아슈라반을 한 나라의 군주로서 살펴보기보다는 개인으로서의 삶, 개인의 꿈, 아슈라반과의 주변인물과의 관계에서 더욱 고민하는 모습은 인상깊습니다. 학창 시절 흘러 들었던 조선왕조실록 왕들이, 왕이 아닌 개인으로서 어떤 존재였을지 생각하게 만듭니다. 태조, 세종, 선조, 인조, 영조, 고종... 그들은 저에게는 왕으로서 기억 되었지, 한 개인으로서 기억 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들이 나와 똑같은 인간으로서 느꼈을 감정, 꿈, 사랑, 좌절 등등에 대해서는 시간이 지난 지금 누가 관심을 기울이겠습니까. 

'각각의 사람은 퍼즐과도 같다.' 

'프라바'라는 인물은 주인공 샤이를 죽이고자 획책합니다. 주인공 샤이는 최고의 포저리이지만, 그녀의 작업을 빼돌려 다른 포저릴 통해 황제를 살리고, 주인공은 죽이려고 한 것이죠. 주인공은 이 모략을 미리 파악하고, 회피하기 위한 선행 작업을 진행합니다. 

그래서 주인공은 100일에 걸쳐 황제를 복제하는 한 편 탈출하기 위한 계획을 세웁니다. 하지만 그녀는 어느순간 그녀가 복제하는 영혼 ‘아슈라반’을 사랑하게 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데… 

'각각의 영혼도장은 퍼즐의 작은 조각에 불과해요. 성공한 조각들을 더 작고 정교하게 다시 조각해야 하죠. 그렇게 해서 열두 개의 도장을 모을 거예요.




<세 줄 요약>

- 위작 화가를 위한 변명. 가볍고, 매력적입니다. 

- 책을 다 읽고 나면 나도 모르게 주변을 더 유심히 바라보게 됩니다. 관찰의 미학을 가르칩니다. 

-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 애니메이션 '강철의 연금술사'가 함께 떠오르는 책입니다.


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