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외국소설2017. 2. 23. 20:32

지은이 : 브랜던 샌더슨 / 노은아 옮김

출판사 : 새파란 상상

종이책 발행 : 2015년 4월 1일


서양 작가가 지은 동양 판타지…로 보이는 이 책의 배경에는 희안한 직업이 있습니다. 주인공의 직업 ‘포저리’이죠. 책 속 세계에서 포저리는 쉽게 말해 '위작을 그리는 자'를 의미합니다. 더 명확한 포저리의 정의는 ‘실제 있는 사물이나 동물의 영혼을 조작하여, 복제품 혹은 그보다 더 좋은 것을 만들어 내는 사람’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위조 화가 혹은 위작 작가’라고 하면 그 직업적 냄새는 그닥 정의롭지 못하다고 느껴집니다. 예술을 모독하고, 진실을 부정하며, 거짓말에 능숙한 자들 이라는 느낌을 주죠. 이 책에서 주인공 샤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이런 통념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습니다. 

'포저는 단순한 사기꾼이 아니라 인간의 감각으로 그림을 그리는 예술가였다.' 

줄거리는 단순합니다. 주인공 ‘샤이’는 포저리입니다. 그녀는 세상 이곳 저곳을 떠도는 예술가(혹은 사기꾼?)였으나, 감옥에 사로잡힌 신세가 됩니다. 그녀를 사로잡은 이들은 자신들의 정권을 지키려고 하는 황제의 측근들이었지요. 반대파 암살자들에 의해 황제는 영혼을 잃었고, 주인공을 잡은 정치가들은 황제를 살리는 것을 포기하고, 그 대신 복제품 황제를 만들어줄 것을 주인공에게 부탁합니다. 그리고 주인공이 황제를 복제하기 위하여 100일이라는 한정된 시간동안 죽어버린 황제의 모든 것을 파악하는 형태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황제는 이미 죽었습니다. 영혼이 사라져 버린 곳에서 한 사람을 따라 그리기 위해선, 놀라운 관찰력과 학습으로 그 사람을 둘러 쌌던 모든 것(일기, 사람들, 환경, 역사, 그외 등등)들을 알아내야 합니다. 

그래서 책은 주인공 샤이를 통해 진행되지만, 실제 이야기는 그녀가 바라보는 황제 ‘아슈라반’으로 흘러갑니다. 

'사람은 온갖 덤불과 잡초와 관목과 묘목과 꽃이 뒤얽힌 무성한 덤불과 같았다. 어떤 사람도 단 하나의 감정으로만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어느 누구도 단 하나의 욕망만 품고 있지는 않았다. 사람은 수많은 욕망을 품고 있으며, 마치 두 개의 장미 덤불이 하나의 땅덩어리를 놓고 싸우듯이 그 욕망들은 종종 서로 부딪쳤다.'  

주인공이 죽은 황제 아슈라반을 추적해 나가며 아슈라반을 한 나라의 군주로서 살펴보기보다는 개인으로서의 삶, 개인의 꿈, 아슈라반과의 주변인물과의 관계에서 더욱 고민하는 모습은 인상깊습니다. 학창 시절 흘러 들었던 조선왕조실록 왕들이, 왕이 아닌 개인으로서 어떤 존재였을지 생각하게 만듭니다. 태조, 세종, 선조, 인조, 영조, 고종... 그들은 저에게는 왕으로서 기억 되었지, 한 개인으로서 기억 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들이 나와 똑같은 인간으로서 느꼈을 감정, 꿈, 사랑, 좌절 등등에 대해서는 시간이 지난 지금 누가 관심을 기울이겠습니까. 

'각각의 사람은 퍼즐과도 같다.' 

'프라바'라는 인물은 주인공 샤이를 죽이고자 획책합니다. 주인공 샤이는 최고의 포저리이지만, 그녀의 작업을 빼돌려 다른 포저릴 통해 황제를 살리고, 주인공은 죽이려고 한 것이죠. 주인공은 이 모략을 미리 파악하고, 회피하기 위한 선행 작업을 진행합니다. 

그래서 주인공은 100일에 걸쳐 황제를 복제하는 한 편 탈출하기 위한 계획을 세웁니다. 하지만 그녀는 어느순간 그녀가 복제하는 영혼 ‘아슈라반’을 사랑하게 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데… 

'각각의 영혼도장은 퍼즐의 작은 조각에 불과해요. 성공한 조각들을 더 작고 정교하게 다시 조각해야 하죠. 그렇게 해서 열두 개의 도장을 모을 거예요.




<세 줄 요약>

- 위작 화가를 위한 변명. 가볍고, 매력적입니다. 

- 책을 다 읽고 나면 나도 모르게 주변을 더 유심히 바라보게 됩니다. 관찰의 미학을 가르칩니다. 

-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 애니메이션 '강철의 연금술사'가 함께 떠오르는 책입니다.


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