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2018. 1. 14. 23:56
국경으로 가주세요. 

비가 담벼락을 적신다 불 꺼진 상점들이
환해졌다가 더 어두워진다 소스라치게 놀라는 마네킹들
부러진 담배와 물에 젖은 라이터 
아무 말도 없는 택시 기사의 뒤통수, 
그 따스한 무관심
택시는 차선을 넘나든다 부러진 펜촉으로 
젖은 손바닥에 쓴다 

네가 보낼 이국의 밤들에 대해 
부어오르는 잇몸과 위장의 더부룩함에 대해
차내등을 끄고 차량 기지로 돌아가는 버스에 대해 
쉼 없이 쌍무지개를 그리는 와이퍼에 대해 
뜨거운 심장과 시린 발끝에 대해
나와 다른 시간에 잠들고 눈뜰 너에 대해 

와이퍼가 계속 길을 지우고 
맞은편에서 달려오는 전조등이 어두운
택시 안을 훑고 간다 
기억의 방충망을 뚫고 들어온 나방 한 마리가 퍼덕거린다
검은 연기를 내며 타오르던 경찰 버스 
티베트 승려의 얼굴 위로 흘러내리던 검붉은 피 
군사분계선 주위에서 살점을 쪼고 있는 까마귀들

가도 가도 국경은 멀기만 하다 
너와 나의 국경은 언제쯤 만날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 검문소를 지나야 너에게 닿을까

택시는 다시 등을 켜고 
비에 젖고 있을 누군가를 향해 달려간다 
구부러진 우산 속으로 비가 들이친다 
와이셔츠 주머니에 푸른 꽃이 번진다 
- 신철규, 시집 <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 中 -

엉뚱한 얘기이긴 하지만, 
지저세계 텔로스로 가는 국경은 어떤 느낌일까. 

4차원의 물리적 법칙을 벗어난 곳이라던데. 


Posted by 스케치*
잡문/기타 잡문2018. 1. 13. 23:47

일반 직장인이 평생 동안 혼자서 돈을 모은다면 약 1억~5억 정도의 돈을 벌 것이고, 맞벌이를 한다면 5억~10억의 돈을 버는 것이 최선이라고 이야기를 하는 걸 들었다. 자녀를 한 명 나아서 대학에 졸업시키기까지 드는 비용이 약 3억 정도의 수준이니, 2명을 나을 경우엔 어느 정도 완화하더라도 4~5억의 돈이 드는 셈이다. 혼자 돈을 벌어서는 아이를 기르기도 어려울 테니 둘이서 돈을 모아 겨우 아이를 양육하고도 그 돈이 회수되거나 투자되는 것이 아니라 아이는 아이대로 독립된 삶을 살아갈 것이고 나는 나대로 노후를 보내야 할 테니 결국 힘들게 돈 벌어서 노후엔 불안한 삶을 보내는 것이 일상이 될 것이라는 계산이다. 


친구들 중에 누구보다 먼저 결혼한 사람들은 공기업이거나 교사이다. 친구들이 좀 특이한 직업을 가진 분들을 만날 법도 한데 그런 분이 거의 없다. 오랫동안 연애했던 사람들은 특히나 더 그런 경향이 있다. 이미 대학 때부터 서로 이야기하면서 서로의 직업을 맞춰나간 건 아닌가 하는 생각조차 드는 데, 그런 부분은 조금 소름이 끼친다. 

학창 시절 어디에서도 어떤 정형화된 삶의 패턴을 배운 적이 없었지만, 그네들은 모두 비슷한 모습을 취하면서 평범함을 위해서 아둥바둥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라는 영화의 '안생' 같은 삶을 살아가면서 내가 혹시나 선택할 수 있었을 법한 '칠월'의 삶을 떠올린다. 영화는 아름답다. 아름다울 수 있는 이유는 내 주변에서 그런 우정의 관계를 지켜보기 어렵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대학교 쯤 되어서 만난 친구들 중에 드라마틱하게 새로운 삶을 선택한 친구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다들 비슷비슷하다. 

사람은 자유롭고, 자기 의지를 갖고 있으며, 어떤 조각이라기보다는 살아 숨쉬는 개별 생명체이다. 나는 자유롭다. 그런데 그런 자유로움에도 불구하고 정작 살아가면서 보여주는 패턴이라는 건 너무나 뻔한 기록의 연속이다. 선택을 할 수도 있을 법한데, 선택의 여지 자체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돈이라는 게 살면서 전부인 것처럼 이야기 하는데, 당장 내가 내일 죽는다고 한다면 단순히 돈을 많이 모으는 것은 어떤 목적이 되기는 애매하다. 뭐, 편하게 죽는 데에는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만. 

결혼이라는 걸 생각하면서 가장 먼저 떠올리는 조건은 아무래도 돈이다. 사람들이 행복하기 위해서 결혼을 한다고들 하는데, 정말 그렇게 생각하긴 하는 걸까. 그냥 남들이 다 하니까 하고 있는 건 아닐까. 남들이 하고 있으니까 나 혼자 그걸 하지 않고 있으면 불안하니까, 뒤쳐지기 싫어서 결혼해버리는 건 아닐까. 정말로 사람들은 결혼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긴 해본 걸까. 그런 고민이 없다보니 당장 손에 잡히는 돈에 집중해서 잣대를 세우고 있는 건 아닐까.

그냥 반항감이 든다. 네가 얼마나 살아봤다고, 뭘 안다고 떠들어대냐고 말한다면 할 말 없다. 솔직히 죽기 직전에 '내 삶은, 그리고 내 결혼은 결국 돈이 전부였어.'라고 말하면 폼이 안나잖아. 그게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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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케치*
잡문/기타 잡문2018. 1. 12. 23:49

IT와 관련된 뉴스를 즐겨 읽는다. 처음엔 네이버 IT란에 있는 뉴스를 읽곤 했다. 어느 순간 그곳에 나오는 정보들이라곤 갤럭시 핸드폰과 아이폰에 대한 정보 뿐이라는 걸 깨달았다. 


내팽겨치고 구글을 뒤적거렸다. 키워드를 모르니 내가 아는 정보들로 조금씩 조금씩 걸음을 옮겼다. 

사이트 몇 곳을 즐겨찾기 하고, 브라우저를 내가 원하는 것으로 바꾸고 커스터마이징도 좀 해보고, 이왕 안되겠으니 운영체제를 바꾼 다음에는, 성능 좋은 컴퓨터도 사보고, 컴퓨터로는 부족하겠다 싶어 태블릿을 이용해서 새로운 UX도 경험하도록 해보고, 앱도 새로 다운 받고 별별 지랄을 다 떠는데. 결국엔 그냥 뉴스일 뿐이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는 것 같고, 난 열심히 관찰만 하는 것 같다. 

나라는 사람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데,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만 변하고 있는 것 같다.

리디북스를 즐겨 읽는다. 작년 동안 읽은 책이 200권이 조금 안되는데, 그 중에 몇 권은 내 마음에 쏙 들어서 2번을 읽는다. 작년에 2번 넘게 읽은 책이 딱 3 권인데 그 중 IT와 관련된 책이라던가 생산성에 관련된 책은 아무 것도 없다. 모두 그냥 소설이다. 

소설을 읽으면 안심이 된다.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나만 이렇게 뒤쳐져 있는 게 아니구나. 모두가 안달 나 있고, 모두가 노력하고 있고, 동시에 모두가 게으름 피우고 있구나. 그냥 그 사람들도 그렇게 살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한다. 

라고 썼지만 이 글을 일단 포스팅 한 뒤에는 다시 IT 관련 글을 읽으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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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