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기타 잡문2018. 1. 17. 23:33
대중이 생성하는 콘텐츠의 등장이 점차 늘어나는 현상에 대해 코웃음 치는 전문가들이 있긴 하지만, 결국은 
대중이 생성한 콘텐츠가 전통적으로 창출되는 콘텐츠를 대체할 거라 믿는 사람들도 있다.
1. 바라트 아난드 <콘텐츠의 미래>, (주)웅진씽크빅, 2017

나 역시 대중이 생산하는 콘텐츠가 전통 콘텐츠를 대체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런데 엄밀히 이야기 하자면, 내가 생각하는 대중은 과거의 TV를 보고 즐기던 평범한 대중과는 다르다. 어중이 떠중이 모여서 콘텐츠를 만들어봤자 그건 그저 취미활동에 불과하다. 그런 콘텐츠는 경쟁력도 없고 재미도 없다. 마치 이 블로그의 포스팅들처럼. 

내가 생각하는 대중이란 일종의 전문가 집단이다. 기존의 전통 방송국은 조금씩 해체될 것이라 생각한다. 완전히 사라지기보단 그 형태가 바뀌지 않을까? 기존엔 자금 수급, 기획, 제작, 유통, 판매까지 전부 담당했다면 방송국은 일부만을 담당하면서 기존 방송국이 하던 역할을 대체하는 업체들이 등장할 것이라 생각한다. 

유튜브가 성장하면서 MCN(Multi Channel Network)이 떠올랐다. MCN이 조직화되고, 기존에 혼자서 방송을 찍던 인터넷 BJ들이 팀을 이뤄서 방송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 덕분에 영상의 소재는 더 다양해지고, 영상의 편집은 매끈해지며, 배포되는 기간도 더 빨라졌다. 이게 더 가속화되기 시작하고 기존 방송국 인력을 흡수하기 시작하면 기존 방송이 담당하던 드라마, 다큐멘터리,  뉴스의 영역까지도 침범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그 형태는 기존의 콘텐츠와는 다른 형태이겠지만. 

물론 이런 분업화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콘텐츠 제작을 분업화 하겠다는 이야기는 몇 년 전부터 들려오던 이야기이다. 전통적인 신문사나 방송국은 새로운 대체재에 의해서 하나하나 분할되고 있다. 콘텐츠 기업들은 카르텔을 상실할 것이고, 실력있는 개인이 살아남을 것이다. 개인들에겐 돈이 없다? 돈이 없으면 모으면 된다. 그런 건 P2P로 기획안을 올려서 모으면 된다. 중간 유통이 어렵다? 
유통을 전문으로 해주는 회사가 발달할 것이다. 배우가 없고, 제작이 어렵다? 그것도 다 중간중간에서 분할되어 하는 업체들이 등장할 것이라 생각한다.

인터넷을 통해서 네트워크가 강화되기 시작하면서 중앙집권적인 형태의 기업들이 점차 네트워크 형태의 기업으로 변모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주체가 되는 건 점점 기업이 아니라 개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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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케치*
잡문/기타 잡문2018. 1. 16. 23:52
나중에 혹여나 그 시간이 오려나 모르겠지만, 마음껏 여행할 수 있는 자유가 내게 주어진다면 모로코에 가보고 싶다. 처음엔 스페인 마드리에서 시작해서 코르도바를 지난 후 지브롤터 해협에 들러서 오버워치에 나오는 그곳의 풍경을 감상하고 싶다. 그런 뒤에 세우타에 가보고 싶다. 

세우타에 대해선 아는 것이 아무 것도 없지만 그래도 단 하나 아는 건 내가 대항해시대라는 게임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들렀던 항구라는 것이다. 가상 세계에서 가장 많이 들렀던 그곳은 현실에선 주변 사람 누구도 가본 적 없는 공간이다. 

그러고 나면 일정은 뻔하다. 대서양을 가로질러서 카사블랑카에 들르겠다. 특별히 뭘 먹거나 맛보지 않아도 되니까 그냥 해안가를 따라서 걸어다녀보고 싶다. 여기가 대륙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이구나. 그리고 이곳에 서면 왠지 모르게 남쪽으로 흘러가고 싶구나. 그런 생각이 들 것 같다. 

그런 뒤엔 세네갈의 해안도시 다카르이다. 프랑스 식민지였던 곳이니만큼 바게트도 맛볼 수 있을 것 같고, 와인도 맛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기대하고 가면 막상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각종 해산물만 잔뜩 있을 것 같다. 해안도시의 음식이라는게 다 그런 종류이지 않을까? 

서아프리카는 비행기가 직항으로 연결되는 곳이 없다보니 한국에선 가기가 어렵다. 특별히 관광지가 발달한 것도 아니고 경제적으로도 중요한 곳도 아니다보니 주변에서 이집트 같은 곳을 갔다왔다는 사람은 많아도 서아프리카를 갔다온 사람은 거의 없다. 심리적 거리로는 남아메리카나 남아프리카 같은 곳보다도 훨씬 먼 것 같다. 게다가 아프리카라는 특유의 느낌 때문에 엄청나게 위험함이 느껴진다. 막상 내전이 일어나는 곳은 서아프리카와는 멀리 떨어진 곳임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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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국내소설2018. 1. 15. 23:35

저자: 정세랑
출판사: 은행나무
초판 1쇄 발행: 2014년 12월 17일
전자책 발행: 2014년 12월 22일 

1. 작은 초능력과 다정함에 대하여 
<재인, 재욱, 채훈>은 짜임새가 명쾌한 소설이다. 제목에 등장하는 세 주인공은 삼남매인데, 세 주인공의 이야기가 파트 별로 등장하며 사건의 발단-전개-위기-극복으로 이뤄지는 깔끔한 구조이다. 이야기의 발단은 삼남매가 어느 날 형광빛으로 빛나는 바지락 칼국수를 먹으면서 발생한다. 형광빛 바지락을 먹은 이후 그들에겐 아주 소소한 초능력이 생겨난다. 삼남매는 각자 멀리 떨어진 공간(중동, 미국, 한국) 세 곳에서 어떤 위기를 맞이한다. 그리고 그 위기를 자신이 가진 아주 사소한 초능력으로 헤쳐나가면서 누군가를 구하게 된다. 

소설의 분위기는 담담하면서도 겸손함이 느껴진다. "누군가를 구한다"라는 개념에 대해서도 함부로 자만하지 않는다. 

세 사람은 각자 자기가 구한 사람들을 떠올렸다. 
"게다가 어쩌면 구해지는 쪽은 구조자 쪽인지도 몰라."
재인과 재훈은 재욱이 덧붙인 말을 도움을 준 사람 쪽의 심리적인 보상을 뜻하는 것으로 알아들었지만, 사실 직접적인 의미였다. 재욱과 산제이가 수도에 가 있는 동안 플랜트에서 사고가 있었던 것이다. 용접 중에 감전 사고가 일어나 사람들이 다쳤는데 목숨을 건진 게 다행일 정도로 심각한 부상이었다. 사고가 일어난 구역은 휴가를 쓰지 않았더라면 그들이 담당했을 구역이었다. 두 사람이 아이들을 구한 게 아니라 아이들이 두 사람을 구한 걸지도 몰랐다. 어느 쪽 둘이었습니까, 재욱은 가끔 궁금했다. 

작가의 인터뷰를 보면 그가 소설을 썼던 의도는 꽤 명쾌하다. 다정함에 대한 이야기라고 한다. 다정함이라는 이야기를 어떻게 재밌게 풀어나갈 수 있었을지 많은 고민이 있었던 것 같다. 다양한 직업, 다양한 공간, 다양한 능력, 다양한 상황에 대해서 폭넓게 풀어나가려고 했던 것이 느껴진다. 짧은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등장인물들의 운신의 폭이 여느 장편 소설 못지않게 아니 더 넓다. 

한 편으로 생각해보면, 초능력에 대해서 이런 식으로 다룬 소설을 쉽게 찾기 어려웠던 것 같다. 초능력이라고 한다면 언제나 어떤 위대한 성취를 이룬다거나, 이권 다툼이나 탐욕이라는 것이 항상 엉켰던 것 같다. 이 소설에선 내가 그간 생각해왔던 초능력에 대한 사용처를 조금 뒤틀어 본 느낌이 든다. 그 점이 재밌었다.  

2. '재인, 재욱, 채훈' 3줄 평 
- 오밀조밀한 소재로 소소한 즐거움을 주는 소설 
- 분량이 짧아서 마음 편히 읽을 수 있는데, 꽤 짜임새가 있어서 더욱 좋았다. 
- 내게 초능력이 생기면 그건 어떤 느낌일까 


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