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으로 가주세요.비가 담벼락을 적신다 불 꺼진 상점들이환해졌다가 더 어두워진다 소스라치게 놀라는 마네킹들부러진 담배와 물에 젖은 라이터아무 말도 없는 택시 기사의 뒤통수,그 따스한 무관심택시는 차선을 넘나든다 부러진 펜촉으로젖은 손바닥에 쓴다네가 보낼 이국의 밤들에 대해부어오르는 잇몸과 위장의 더부룩함에 대해차내등을 끄고 차량 기지로 돌아가는 버스에 대해쉼 없이 쌍무지개를 그리는 와이퍼에 대해뜨거운 심장과 시린 발끝에 대해나와 다른 시간에 잠들고 눈뜰 너에 대해와이퍼가 계속 길을 지우고맞은편에서 달려오는 전조등이 어두운택시 안을 훑고 간다기억의 방충망을 뚫고 들어온 나방 한 마리가 퍼덕거린다검은 연기를 내며 타오르던 경찰 버스티베트 승려의 얼굴 위로 흘러내리던 검붉은 피군사분계선 주위에서 살점을 쪼고 있는 까마귀들가도 가도 국경은 멀기만 하다너와 나의 국경은 언제쯤 만날 수 있을까얼마나 많은 검문소를 지나야 너에게 닿을까택시는 다시 등을 켜고비에 젖고 있을 누군가를 향해 달려간다구부러진 우산 속으로 비가 들이친다와이셔츠 주머니에 푸른 꽃이 번진다- 신철규, 시집 <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 中 -
엉뚱한 얘기이긴 하지만,
지저세계 텔로스로 가는 국경은 어떤 느낌일까.
4차원의 물리적 법칙을 벗어난 곳이라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