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미분류2017. 4. 23. 23:15

저자 : 박종인 
출판사 : 북라이프
초판 1쇄 발행 : 2016년 5월 31일 

1. 어떻게 글을 쓸 것인가. 
전 블로그 글 쓸 때 항상 정해진 카테고리를 사용합니다. 이 포스팅도 마찬가지지만, 일단 책을 읽게 된 배경과 함께 책의 주제를 담는 본문이 첫 번째입니다. 두 번째론 문장들을 가져옵니다. 책 읽으면서 밑줄 쳐놨던 문장들을 잔뜩 가져오죠. 블로그 포스팅의 길이를 늘려주는 건 이 부분이 주 역할을 맡습니다. 책에 대해서 할 말이 별로 없을 땐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죠. 세 번째는 함께 생각해보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이 부분을 굳이 넣었던 이유는 누군가가 독서토론을 준비할 목적으로 제 블로그에 왔을 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었죠. 네 번째는 함께 읽거나 보면 좋을 콘텐츠입니다. 주로 비슷한 주제의 책들을 언급하는 용도로 쓰이는데, 사실 없어도 되는 부분이죠. 다섯 째, 3줄 요약입니다. 제 포스팅은 기본이 1000자가 넘고 많을 때는 4천 자가 넘어서, 블로그 포스팅치곤 쓸 때없이 긴 편이거든요. 특별히 학술적인 내용도 아닌데 말이죠. 그래서 간단히 3줄 요약 정도는 넣어야겠다는 생각에 넣고 있는 부분입니다.

이 정도 카테고리를 정해놨으면 어떤 책을 읽어도 포스팅은 적당히 만들 순 있습니다. 포스팅 본연의 목적인 '독후감'이라던가, '서평'이라던가 하는 역할은 다소 약해지는 걸 노렸을지도 모릅니다. 카테고리 때문에 책을 대충 읽고 '뭐, 이 정도만 문장을 우겨 넣으면 되겠지?'라는 생각을 할 때도 있죠. 문단과 문단의 구성 같은 것도 특별히 고민하지 않아도 됐고, 단어도 특별히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2달을 포스팅 했습니다. 2달 간 하루도 빼먹지 않고 블로그를 운영했죠. 꾸준히 해왔다는 것 자체에서는 꽤 만족하긴 했었는데, 막상 제가 쓴 글들을 다시 보니 이런 엉터리가 따로 없더군요. 서평이라 하기도 애매하고 독후감이라 하기도 애매한 글들 뿐입니다. 딱히 글들이 재미도 없고요.  

'기자의 글쓰기'에서 읽은 바에 따르면 이런 식으로 쓴 글들은 당연히 재미없을 수 밖에 없습니다. 애초에 구성 자체가 리듬을 완전히 상실했기 때문이죠. 어떤 글이든 글의 첫부분은 흥미로워야 할테고, 글의 끝부분은 좋은 결말을 맺어야 하는데, 이런 시작과 끝이 아무 것도 없었죠. 

저자가 몇 번이고 강조하는 '기승전결'도 제 포스팅에선 없었습니다. 이야기를 훅 끌어당기는 흥미로운 서론도 없었고, 전체 이야기를 잘 발전시키다가 갑자기 이야기를 뒤집는 승, 전도 없었습니다. 글을 깔끔하게 마무리 짓는 결 부분도 찾기 어려웠죠. 전체적인 구성을 잘 지키지 않다보니 글 읽는 맛이 나지 않았던 겁니다.

글 전체적으로 상당히 많았던 비문이나, 문법적인 실수들도 이 책을 보면서 깨닫게 되었던 부분들입니다.  

이런 얘기들 하나하나가 참 가슴에 와닿고 스스로 반성하게 만들긴 했는데 말이죠. 막상 책을 다 읽고 나서 포스팅 쓰기가 너무 어렵더군요. 사실 이 책 읽은 것도 벌써 4일 전인데 한참을 포스팅 못하다가 이제야 합니다. 이 책에 나온 법칙들을 하나하나 잘 지켜서 글을 써야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뭔 글을 써도 글 같지가 않아서 쓰는 거 자체를 포기하게 되더군요. 책은 좋은데 애초에 이런 부분들을 지키기가 너무 어려워요. 아마 이 책을 다 읽고 이 포스팅 읽으시면 지적하고 싶으신 부분이 한 두군데가 아닐 거에요. 

2. 3줄 요약 
- 글 좀 잘 쓰고 싶어서 읽었습니다.
- 근데 글 쓰고 싶은 의욕을 바가지로 상실하게 되더군요. 
- 그래도 글쓰기 책으로 이거보다 나은 게 없는 것 같아요. 


Posted by 스케치*
독서/시, 에세이2017. 4. 22. 09:00

저자 : 김민섭
출판사 : (주)미래엔
초판 1쇄 발행 : 2016년 11월 28일 

1. 대리사회 
회사원 중에 이런 생각 안해본 사람 있을까요? '이건 내 일이 아니니까.' 학생 땐 취업해서 회사만 들어가면 정말 충성 다해 일할 거라 생각했었죠. 들어와 보니, 내 일이 없더군요. 누군가 시켜서 하는 일, 누군가를 대리해서 하는 일이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항상 이런 얘길 합니다. "우리 Sync 맞춰야지?" 내가 갖고 있는 생각이 정확하지 않을 때마다 내 윗사람의 생각에 맞춰야 하기 때문이죠. 이처럼 Sync를 맞추겠다고 하루에도 몇 번이나 회의를 합니다. 생각을 맞추고, 맞추고, 또 맞춥니다. 회사의 정점에서는 결국 회사의 오너가 서 있습니다. 그를 둘러 싼 수 천, 수 만 명의 직장인들은 그의 생각을 대리하는 대리인간이죠. 

깨어 있지 않은 자본주의 사회는 결국 돈을 가진 자의 생각을 대리하는 방식으로 흘러갑니다. 또한 권력을 가진 자의 생각을 대리하는 방식으로 흘러갑니다. 회사가 그러하고, 대학이 그러하며, 우리네 길거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작가 김민섭 씨는 참 특이한 사람입니다. 대학에서만 8년을 공부했던 사람인데, 시간강사 일론 가족 부양이 어려워서, 맥도날드에서 일했다고 하네요. 몸으로 뛰는 노동을 하며 자신이 있던 대학을 돌아 보게 되었고, 결국 대학을 그만뒀다고 합니다. 작가는 자신이 머물고 있는 공간을 바라보는 능력이 탁월합니다. 그가 썼던 지방시(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라는 책이 그랬습니다. 작가 자신이 머물던 대학이라는 공간, 맥도날드라는 공간을 상충시켜 그 안에서 자신이 어떤 의미였는지 고민하죠.

대리사회는 대학을 그만 둔 작가가 카카오 대리기사 일을 하며 써 나간 경험담집입니다. 대리기사 일을 하며 마주친 다양한 사람들에 대한 잡다한 썰로 가득 차 있죠. 동네 친한 형과 함께 소주 한 잔 하면서 흥미로운 이야기 보따리를 전해 듣는 느낌입니다. 

물론 책을 읽다보면 '이 작가 좀 이기적이다.'라고 생각되는 부분이 없잖아 있습니다. 카카오 드라이버와 기존 대리업체 기사들 과의 대립관계를 다룬 부분은 철저히 카카오 위주로 주장이 이뤄지죠. 실제 대리업체들이 처한 상황이나 입장들은 조금도 고려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기존 대리기사들이 어떤 입장인지 생각해보지 않고, 그들을 갑과 마주하려는 을의 앞을 막아서는 또 다른 을들이라고 묘사합니다. 삽화에서는 그들을 무슨 뿔 달린 도깨비 마냥 묘사했는데 이 부분은 굉장히 읽기 불편하더군요. 

대리기사를 하면서 만났던 좋은 손님들과 불편한 손님들도 철저히 대리기사의 입장에서 그려집니다. 팁 하나 더 주고, 선물 더 주고, 편한 말 해주는 그런 손님이 좋은 손님입니다. 대리기사를 불편하게 하는 손님들, 방구 끼는 손님들, 팁 안주는 손님들, 너무 먼 위치에 사는 손님들은 불편한 손님들이죠. 그 모든 손님들도 각자가 사정이 있었을 테고, 또 어디에서는 좋은 사람이었을 것인데 철저히 대리기사 위주로 평가 받고 있죠. 만일 작가의 차를 탔던 손님 중 한 사람이 이 책을 읽었다면 그 또한 큰 모욕감을 느꼈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뭐, 책이란 것이 다 그런 면이 있는 거죠. 다른 사람 입장까지 모두 고려해서 글을 쓴다면 그게 글이 될까요. '네 말도 옳고, 네 말도 맞다.'라고 외치는 황희 정승도 아니고, 어떻게 그런 걸 다 얘기하겠어요. 애초에 대리기사 세계를 다룬 책을 읽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겠죠. 그런 면에선 이 책은 참 보기드문 책이긴 합니다. 

2. 인상 깊은 문장들
손님이 조수석에 오르는 순간, 택시 기사는 그를 거기에서의 모든 주도권을 자연스럽게 자신이 가져오는 것이다. 대화뿐만 아니라 라디오, 에어컨, 창문 등, 내부와 외부의 모든 것을 자연스럽게 통제해 나간다. 자기 방식대로 운전하다가 다른 운전자와 싸움이 나더라도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대리기사에게 운전석이란 온전한 타인의 공간이다. 

면접관은 손님이 '갑질'을 하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다시 물었다. 나와 다른 지원자는 모두 대화로 잘 해결하겠다는 내용의 답을 했다. 그에게 가까운 경찰서로 차를 몰고 가면 어떨까요, 하는 말을 할 수는 없었다. 면접관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갑자기 "우리 사회 참 갑질이 문제야......"라면서 자신의 '갑질론'을 펼치기 시작했다. 대한항공의 '땅콩 회항'을 예로 들기도 했고, 대리운전에서 일어날 여러 상황에 대해 걱정하기도 했다. 그것이 꽤나 길어서, 나는 자꾸만 병원에 있을 아내와 아이가 떠올랐다. 10분이 넘어가자 '저 선생님, 이게 '갑질'이 아닌가 생각합니다'라고 말해 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삶의 무게는 힘겹지만, 어떻게든 그 누구도 넘어지지 않아야 한다. 당신도 나도 잘 버텨내기를 바란다. 어서 돌아가 물동이의 무거운 부분을 내가 받치고 싶다. 서로를 삶의 주체로 두는 가운데 글쓰기도 그 무엇도 계속해 나가고 싶다. 

3. 함께 생각해보고 싶은 이야기 
1) 당신이 현재 하는 일은 당신이 원해서 하는 것인가요? 아니면 누군가를 대신해서 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만일 대신하고 있다면, 왜 그런가요? 

4. 함께 읽거나 보면 좋을 콘텐츠
- 책 : 같은 저자의 '지방시(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라는 책을 한 번 읽어보고 싶네요. 저도 아직 못 읽어봤습니다. 

5. 3줄 요약 
- 대학에서 8년간 공부한 학자가 대학을 때려치고, 대리기사 일을 하며 적어나간 경험담 
- 대리기사를 하며, '누군가를 대리하며 살아간다'라는 개념에 대해서 여러 차례 고민한 흔적이 돋보입니다. 
- 작가 위주로 편파적인 부분도 눈에 띄는데, 이런 글에선 충분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되네요. 


Posted by 스케치*
독서/미분류2017. 4. 21. 09:00

저자 : 송길영
출판사 : 북스톤
초판 1쇄 발행 : 2016년 3월 15일 

1. 어떤 책인가요? 
마케팅이나 상품기획을 업으로 삼고 있다면 한 번 쯤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자인 송길영씨는 다음소프트의 부사장을 역임하고 있는 국내 '빅데이터 분야'의 전문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책에서 스스로에 대해서 서술하는 내용에 따르면, 그가 하는 일은 수많은 SNS 데이터들 안에서 사람을 관찰하고,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는 일이라고 합니다. 

몇 달 전에 저자의 강의를 직접 들어볼 기회가 있었는데요. 굉장히 유쾌하고 재밌더라고요. 많은 데이터들을 경험하면서, 정말 많은 고민을 했던 사람이라고 느꼈습니다. 

이 책엔 그런 송길영 씨의 철학과 방법론이 담겨 있습니다. 물론 그 가운데에서 현대 한국 사회를 바라보는 냉철한 통찰도 함께 곁들여 있고요. 그래서 이 책은 유통기한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3년 정도? 그 정도 시간이 흐르고 나면, 사회는 빠른 속도로 바뀌기 때문에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은 과거의 것이 되어버리고 말 것입니다. (한류를 설명하는 부분에 한해서는 이미 과거가 되어버리기도 했지요.) 

그러니 빨리 이 책을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2. 관찰. 그리고 요즘 한국 사회 
저자는 이 책에서 한국 사회의 이곳 저곳을 속속들이 파헤칩니다. 쇼핑몰에서 출발하여, 스마트폰을 쓰는 우리집 한복판으로 도착합니다. 유부남과 결혼한 사람을 비교해보기도 하고, 학교를 다니는 청소년들이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도 살펴봅니다. 갑자기 나이드신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하다가도, 카페를 드나드며 떠들어대는 젊은이들 회사원들의 이야기도 다룹니다. 

개인적으로 아래와 같은 문구들이 인상깊어 밑줄 치며 읽어보았습니다. 
(이 책은 밑줄치기가 다소 어려운 편에 속합니다. 딱히 맘에 드는 문구가 없어서가 아니라, 죄다 맘에 들어서 어떤 걸 짤라서 밑줄쳐야 할 지 모르겠어서요.) 

쇼핑몰에 음식점이 늘어난 것이 비단 매장이 넓어져서 쇼핑이 힘들기 때문만은 아니다. 사람들더러 음식 먹으러 쇼핑몰로 나오라는 유인책이다. 

바쁜 손놀림과 수많은 네트워킹, 이 모든 것이 오늘날의 '휴식'이다. 

하여튼 한국의 현실이 이렇다. 유부남들은 돈이 없다. 오히려 싱글들이 돈이 많다. 월급은 적지만 혼자 쓸 자유가 있으니. 그래서 비싼 물건은 오히려 싱글들이 산다. 

세상에서 가장 편한 마케팅이 무엇인가 하면, 이미 있는 민낯을 보여주는 것이다. 대부분 없는 것을 억지로 상상해서 만들려다가 실패하는데, 이미 있는 것을 건드려주면 실패하기 어렵다. 

출근해서 9시에는 커피를 한잔 마시고, 10시부터는 점심에 뭘 먹을지 고민한다. 점심을 먹고 나서는 다시 커피를 한잔 마시고, 오후 4시에는 딴 짓을 하거나 동료들끼리 모여 마음에 안 드는 윗사람 흉을 본다. 6시에는 상사가 퇴근하기만을 기다린다. 9시에는 나에 대한 보상으로 옷을 지른다. 11시에는 잠깐 책을 읽기도 하지만, 자정에는 또다시 잠이 오기를 기다리며 TV를 본다. 작은 차이는 있지만, 큰 틀에서 한국 직장인들의 일상은 대개 이러하다. 

그러니 사고의 중심을 기술에 놓지 말고 그것을 쓰는 사람의 일상생활에 놓아야 한다. 무엇을 만들든, 무엇을 팔든 마찬가지다. 돈 쓰는 싱글에게 물건을 팔고 싶다면 싱글이 즐기는 레저, 그들이 중시하는 네트워크, 그들에게 더욱 절실한 생존의 고민을 들여다봐야 한다. 사람을 보면 그 안에 들어 있는 모든 것들을 이해할 수 있다.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는 책이긴 합니다만, 결국 말하고자 하는 건 단순하고 명쾌하더군요. '상상하지 말고 사람들을 관찰하라. 깊이 관찰하라. 관찰하고, 관찰하라.' 어찌 보면 너무 당연한 얘기인데, 막상 현실에서는 회사의 논리로만 움직였던 스스로를 반성하게 됩니다. 

물성은 보지 말라. 물성은 아무것도 아니다. 거기에 부여하는 의미, 즉 상대방의 마음에 대해 깊게 보아야 한다. 그때부터 답이 보인다. 같은 마케터라도 누구는 기능을 말하고, 누구는 제품을 말하고, 누구는 소비자를 말한다. 이 와중에 소비자도 아닌 인간을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누구도 그를 이기지 못할 것이다. 생각의 지평이 그만큼 넓고 깊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3. 함께 생각해보고 싶은 이야기 
1) 일상에서 진지한 관찰을 통해서 놀라운 발견을 했던 경험이 있나요? 

2) 저자가 이야기 했던 다양한 사례들에 대해서 혹시 반대 의견을 갖고 있는 것은 없나요? 

4. 함께 읽거나 보면 좋을 콘텐츠
(링크로 한 번 송길영씨의 강의를 직접 들어보시길 권합니다. 재밌어요.) 

5. 3줄 요약 
- 상상하기 전에 먼저 관찰하라. 그리고 상상하라. 
- 물건을 보기 전에 우선 사람을 보라. 더 넘어 그 사람을 보는 사람을 보라. 
- 물건은 파는 것이 아니라 배려이다. 


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