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시, 에세이2017. 4. 14. 21:42


저자 : 무라카미 하루키 / 옮긴이 : 권남희
출판사 : 비채 (김영사) 
초판 1쇄 인쇄 : 2012년 6월 27일 

1.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  
이 블로그에서도 벌써 3번 째로 다루는 '무라카미 하루키'입니다. 명색이 소설가가 직업인데, 그의 소설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주구장창 그의 수필만 포스팅 하고 있네요. 그도 그럴 것이 소설은 한 번 읽는 것이 너무 오래 걸리기 때문입니다. 수필은 적당한 기분으로 지하철 의자에 걸터 앉아 쓱 쳐다 보기만 해도 가볍게 한 편이 읽혀집니다. 별 노력을 해도 읽는 것이 어렵지 않다는 것. 이런 부분이 제 마음에 쏙 듭니다. 

블로그 글을 쓰다 보면 스스로의 문장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자꾸 하게 됩니다. 그래서 좋은 문장을 보면 어딘지 모르게 닮고 싶다는 생각을 하죠. 물론 그건 그런 생각을 할 때 뿐입니다. 막상 쓰려고 컴퓨터 앞에 앉으면 아무런 생각도 안하고 키보드만 두드리고 앉아 있습니다. 무라카미 씨는 어떤 생각을 하며 글을 쓰고 있을까요? 무라카미 씨도 에세이를 쓸 때는 상당히 가벼운 마음으로 펜대를 돌리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왠지 무라카미 씨는 키보드는 안 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반면 소설을 쓸 때는 한 없이 진지한 형태로 글을 쓰고 있으리라 짐작해봅니다. 제가 소설을 쓰질 않아서 어떤 기분일지 짐작하기가 어렵네요. 

무라카미씨가 가벼운 마음으로 수필을 쓸 거라고 생각하는 건 사실 그의 수필들을 읽어봤기 때문에 드는 생각입니다. '가벼운 마음 = 모자른 작품성'이라는 공식이 성립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젠 체하는 구석이 없는 상큼함이 무라카미 씨 수필의 매력입니다. 

무라카미 씨의 에세이를 읽어보면 이 사람이 '음악, 고양이, 먹는 것, 해외의 별별 잡지식'에 관심이 많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경쾌한 문장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소재들을 써내려가고 있는 글을 읽다보면 정말 닮고 싶어 집니다. 이런 훌륭한 태도로 포스팅을 쓰고 싶다. 누군가에게 거부감이 드는 글은 쓰고 싶지 않다. 누굴 가르치는 말투 함부로 쓰지 말자. 뭐, 이런 종류의 생각들입니다. 

아래 문구들은 제가 글을 읽으면서 밑줄 치며 보았던 부분들입니다. 멋진 말이라서 밑줄을 쳤다기 보다는 왠지 모르게 끌려서 마음이 간 문장들입니다. 이미 이 수필을 읽어보신 분들은 어떤 문장들이 매력적이었을지 궁금하네요. 

내 경험으로 보자면 가방이라는 것은 목적과 내용에 맞춰 거기에 딱 맞는 것을 사도 별로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것 같다. 그보다는 오히려 그냥 무심코 사거나 시간에 쫓겨 적당히 대충대충 고른 것이 의외로 두고두고 보물이 된다. 

옛날에 볼보가 미국 시장에 팔리지 않아 그 원인을 철저히 조사했더니 '컵홀더가 달려 있지 않아서'라는 이유뿐이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작은 편리가 의외로 큰 차이를 만드는 것이겠죠. 

쿠바의 제시 러지어 박사는 황열병의 원인이 모기라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환자의 피를 빨아먹은 모기에게 자신을 물게 했다. 실험은 성공하여 가설은 멋지게 증명됐지만, 박사는 고통 속에 죽어갔다. 굉장하다. 

신랄한 말투로 이름을 떨친 도로시 파커라는 미국 여성작가가 이런 말을 했다. "내가 죽으면 묘비에 이렇게 새겨주기 바란다. '이 글씨를 읽을 수 있다면 당신은 내게 너무 가까이 와 있다'라고."

2. 함께 생각해보고 싶은 이야기 
1)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롭게 읽은 에피소드는 어떤 것이었나요?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2) 개미와 베짱이가 실은 개미와 매미였다는 에피소드 읽어보셨나요? 정말 놀랍지 않나요? 전 정말 충격이었습니다. 

3. 함께 읽거나 보면 좋을 콘텐츠
- 책 : 무라카미 하루키의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포스팅했습니다.) 
- 책 : 무라카미 하루키의 잡문집 (이것도 포스팅했습니다.) 

4. 3줄 요약
- 역시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은 애정합니다. 
- 개인적으로 이전에 읽었던 수필보다 이 수필집의 에피소드들이 더 알찼습니다. 
- 저도 이런 수필집을 출판해보고 싶은 생각도 드네요. 과연 가능할런지. 


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