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기타 잡문2017. 12. 1. 23:42
안다는 것과 설명한다는 것 
처음 누군가에게 내가 아는 걸 가르쳐 보았던 경험은 10살 때로 기억한다. 당시 내 짝은 수학 진도를 쫓아오지 못해서 쩔쩔 매고 있었는데, 이걸 알았던 선생님이 내게 짝을 도와서 일대일로 공부해보라는 지시를 내렸었다. 그 때까지만 해도 나도 누군가에게 지식을 배우기만 했었지, 남에게 아는 걸 가르쳐본 경험이 없었다. 그래서 꽤 허둥댔던 기억이 난다. 학교 선생님처럼 알기 쉽게 설명하려고는 했는데, 막상 내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도 아는 것이라기보단 적당히 지레짐작 하는 경우가 꽤 많았었기 때문이었다. 친구에게 설명해주는 건 무엇보다도 내가 명확히 알고 있어야 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었다. 

회사에서 시장 조사나 리서치를 할 때에도 비슷한 일이 정말 자주 발생한다. 말이 리서치이지, 내가 그 시장 아이템에 대해서 기본적인 동작 원리나 벨류 체인을 이해하고 있지 않다면, 감히 조사해서 누군가에게 설명한다는 건 상당히 버거운 일이다. 적당히 다른 사람이 조사해놓은 자료를 읽으면서 그 사람이 했던 언어를 반복해봤자, 그것이 수박 겉핥기라는 것은 조사 발표를 듣는 사람이 더 명확하게 알기 마련이다. 

겉에서 보기엔 그럴싸해 보이는 정보들도 그 속 내용을 깊게 들여다보면 겉에 보이는 것과 전혀 다른 양상을 취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오늘 그런 일을 경험했기 때문에 더더욱 절감하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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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케치*
카테고리 없음2017. 11. 30. 23:51


쿤데라 식으로 말하면, 생은 다른 곳에, '정말' 존재했던 것이다. 

1. 김연수 <여행할 권리> 中, (주)창비, 2008 


Posted by 스케치*
잡문/기타 잡문2017. 11. 29. 23:52
가끔은 술이 필요한 걸까 
혼술 말이다. 늦은 밤에 혼자 술을 마시면서 책을 읽고 생각하는 건, 몸에게는 상당한 무리가 가는 좋지 않은 습관이긴 하지만 정신적으로는 꽤 즐거운 일이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저녁 11시만 되면 간식을 주곤 했는데, 그 때 이후로 난 야식을 먹는 습관이 박히고 말았다. (애초에 저녁 11시까지 학교에 붙잡아 놓고 공부를 시킨다는 일이 소름끼치는 일이다만) 그래서 그렇게 먹던 야식이 대학생이 된 이후에는 가벼운 캔맥주로 변했고, 폭식을 즐겨할 때에는 틈만 나면 같이 피자, 치킨, 라면 등의 야식을 즐겨 먹게 되었다. 

저녁에 엄청난 칼로리를 섭취하면 이상하리만치 아침에 배가 고프다. 저녁 내내 쫄쫄 굶으면, 그 다음날 아침에도 몸이 적응한 것인지 전혀 배고프다는 신호를 보내지 않는다. 그래서 소화기관은 밤새 엄청난 양의 음식을 소화시켰음에도 바로 그 다음날 쉴 틈 없이 새로운 음식을 소화하는데에 힘을 쏟아야 한다. 

사실 저녁에 음식을 먹는 건 일반적인 식습관도 아닐 뿐더러, 평소에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문제는 술이 섞였을 때이다. 딱 맥주 반 캔 정도만 마셔도 몸이 마르고, 허기가 지며, 자극적인 음식을 찾게 된다. 그래서 술을 마시면 사실 상 야식 먹는 습관으로 이어지곤 한다. 

근데 가까스로 야식을 먹는 매우 좋지 않은 경향만 제외한다면, 술은 그 자체로 왠지 로망이 있다. 흔히 영화나 미드 같은 곳에서도 등장인물들이 안주 없이 술을 즐겨 마신다. 술을 마시면서 토론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일을 하는 모습도 자주 등장하는데 이런 이미지들은 어느 순간 내제화 되어서, '나도 술 마시면 저런 상태로 있을 수 있는 거겠지?'라고 생각하고 어리석은 선택을 하게 된다. 

이성적인 판단은 술을 마시는 순간 완전히 무너지게 되는데, 그 때부턴 이성이 없고 그저 본능에만 충실할 뿐이다. 사실 그런 식으로 본다면, 애초에 술을 마시기로 마음 먹었을 때부터 이미 이성이 없는 상태이긴 하다. 이런 걸 뻔히 알면서도 그런 판단을 내렸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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