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기타 잡문2017. 11. 27. 23:47
라오스 여행기-1 
저녁 7시 10분 비행기였다. 전날 부랴부랴 가방, 수영복, 아쿠아슈즈까지 새로 장만해서 짐꾸리기까지 만반의 준비를 해뒀다. 이것저것 걱정이 될만한 요소를 없애려고 새벽까지 블로그들을 뒤적거렸던 탓에 아침엔 늦게 일어날 요량이었다. 

아침 8시부터 내 방 바깥은 소란스러웠다. 그날 따라 부산에서 서울로 볼 일 보러 온 작은아버지와 친척형이 할머니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본의 아니게 늦잠을 자려는 계획이 파토났다. 애초에 아직 여행 전 블로그 작성도 못해뒀던 터라 여행 5일치 포스팅이나 미리 해두기로 마음먹었다. 멍한 상태로 글을 썼다. 그제 읽어뒀던 책에 대한 내용과 몇 가지 잡상에 대해서 대충 글을 쓰고 나니 시간은 벌써 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공항에서 J와 만나 환전을 마치고 겨울 외투를 맡긴 후에 서둘러 수속을 처리했다. 시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래저래 시간이 많이 남아서 대충 1시간 반은 빈둥댈 여유가 생겼다. 비즈니스 라운지를 쓸 수 있는 P.P카드가 있던 터라 우리는 라운지로 가서 저녁을 떼우기로 했다. 오랫동안 술에 굶었던 건지 코냑, 위스키, 와인까지 종류별로 많은 술을 마셨다. 기분도 좋고 여행도 순조로운 것 같아서 적당히 여유를 챙겨 40분 전에 게이트로 이동했다. 

원래 게이트는 102번이었다. 내 티켓에도 그렇게 써있었는데, 막상 도착하니 완전히 엉뚱한 항공편이 있는 것 아닌가? 당황하여 직원에게 물어보니 118번으로 변경되었다는 것이다. 당장 탑승완료 시간이 10분을 남긴 상황에서 마음이 괜히 급해졌다. 

그래도 이런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야말로 여행의 묘미아닐까, 라는 생각에 "재밌다,그치?"라며 J에게 물었다. J는 열심히 뛰어가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118번 게이트에 도착하니 우리같은 사람들이 몇 있었다. 굳이 뛰지 않아도 될 정도로 줄도 서 있었다. 102번 게이트와 118번 게이트 사이 거리가 꽤 멀었던 터라 이미 탑승 완료시각을 5분 정도 지난 상황이었는데도 말이다. 

내 앞에선 승무원 직원과 실랑이를 벌이는 사람도 있었다. 

" 아니, 이걸 미리 말해줬어야지, 이게 뭐 하는 거에요! "
" 저희가 중앙 방송으로 알려드리긴 했습니다. 개인으로 하나하나 연락 드릴 수가 없었습니다. "

승무원의 표정은 난처하다기보단 이미 불평하는 사람을 너무 많이 겪다보니 귀찮다는 표정에 가까워져 있었다. 불평하는 사람은 그렇게 짜증을 내서라도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듣고 싶었던 것 같은데 승무원은 교묘하게 그 말을 피하고 있었다. 죄송하다는 말을 꺼내는 순간 그것이 어떤 보상체계와 연결될 거라는 우려 때문이었을까.

심지어 늦게 도착하다보니 짐칸엔 짐을 놓을 공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우리 앞에서 불평하던 여자가 다시 짜증을 내며 멈춰섰다. 여기서 그녀를 상대하는 승무원은 열심히 죄송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열심히 변명을 했다. 

길이 막혀서 좀 짜증이 난 터라 난 더 들어주지 못하고 비켜달라고 했다. 짜증난 여자는 차마 그 짜증의 여파를 내게까지 넘겨주지 못하고 못마땅한듯 몸을 비켜섰다. 

비행기 안은 좁았다. 우린 차곡차곡 자리에 쌓였다. 6시간 비행시간동안 몸은 잔뜩 낑기고 불편해서 뒤척거리고 싶은데, 뒤척일만한 여유공간이 거의 없었다. 

솔직히 6시간 정도 가는 거면 정말 짧은 거리라 뭘 먹거나 할 필요가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사람들은 그 좁아터진 자리에서 이것저것 주문해서 먹고 있었다. 맥주 마시는 사람도 꽤 많았고, 과자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었다. 메뉴판을 보니 치맥세트도 있었다. 나와 J는 설마 이걸 먹으면서 주변에 민폐끼치는 사람은 없겠거니했는데, 비행한지 3시간쯤 지나자 두 자리 앞에서 그걸 시켜놓고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아저씨들도 있었다. 세상에, 3시간만 지나면 라오스에서 현지 음식에 맥주를 마실 수 있을텐데 그샐 못 참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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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