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외국소설2017. 4. 8. 23:42


저자 : 우에하시 나호코 / 옮긴이 : 김옥희
출판사 : 스토리존
초판 1쇄 발행 : 2016년 4월 29일 

1. 책에 대한 소개와 감상 
'정령의 수호자'는 총 10편으로 구성되는 <수호자> 시리즈의 첫 번째 책입니다. <정령의 수호자>, <어둠의 수호자>, <꿈의 수호자>, <신의 수호자>, <허공의 수호자>, <푸른 길의 여행자>, 마지막 편인 <하늘과 땅의 수호자 총 3편>까지 완성되는 대서사시이죠. 

이 책을 통해 우에하시 나호코는 각종 판타지, 아동 문학상을 대거 휩쓸었습니다. 일본에서는 그 인기가 대단해서, 국영방송 NHK에서도 작년 즈음에 실사 드라마를 만들어서 방영했다고 합니다. 일드 팬들에게는 건어물녀로 아주 친숙한 '아야세 하루카'가 주연을 했다고 하네요. (따로 챙겨 보진 못했습니다만, 개인적인 판단으로 일본 판타지 드라마는 그 퀄리티가 매우 낮은 편이라 기대하고 있지는 않지만요.) 

판타지를 좋아하고, 새로운 세계에서 살아숨쉬는 역동적인 캐릭터들을 만나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할 만 합니다. 판타지 소설이라고 하면 무엇보다 중요한 '독특한 세계 설정'도 흥미롭고 탄탄한 편입니다. 스토리의 완성도 역시 한국의 흔한 양판소들과 비교할 수준이 아닙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책 자체는 흥미롭지 않았습니다. 저자가 어떤 주제 의식으로 이 책을 썼는지 잘 모르겠더군요. 특별한 주제 의식을 갖고 쓴 책이 아니라면 적어도 한국의 양판소들이 그러하듯 현실에서 이루기 어려운 부분들을 긁어주는 흥미 요소라도 있어야 할 텐데 그런 부분들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어쩌면 이 책이 전체 <수호자>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이라서 그럴지도 모릅니다. 아직 다른 시리즈들을 읽어보지는 못했습니다만 이 책은 어떤 시리즈물의 서론 격에 가까운 것 같더군요. 

이 책에서 '스토리', '캐릭터', '주제의식' 3 가지 중에 가장 중요하게 다뤄진 부분은 '캐릭터'였습니다. 흥미로운 배경요소들을 설명하고, 그 안에서 캐릭터에 개성을 불어 넣은 후 어떻게 이야기가 움직이나 한 번 보자, 뭐 이런 느낌이었습니다. 남성, 여성에 대한 역할 배분도 캐릭터를 흥미롭게 설정하기 위해서 독특하게 바꿔 넣은 것처럼 보입니다. 이 이야기는 조금 뒤에 다시 다뤄보겠습니다.  

책의 전체적인 스토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챠그무'라는 신요고 황국의 제2황자의 몸에 정령의 알이 들어가게 됩니다. 이를 알게된 이들이 그를 세상에 안좋은 존재로 알게 되어 죽이려 하게 됩니다. 제2황자의 어머니 제2황비의 부탁에 따라 여전사인 '바르사'가 챠그무를 데리고 탈출하게 됩니다. 이후 '챠그무'가 잉태한 정령의 알이 세상에 중요한 존재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이 알을 낳도록 도와주는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2. 생명에 대한 갈구 
영화 '라이프'를 막 보고 와서 그런지 괜히 '생명'이라는 용어에 더 신경쓰게 되는 것 같습니다. 소설 속 주인공들, 그를 죽이려는 사람들, 그들 모두를 죽이려는 생명체, 그리고 이런 모든 문제를 일으키게 된 발단이 된 정령의 알까지 모든 생명체들은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씁니다. 누구 하나 '악하다'고 가치 판단을 할 수가 없습니다. 단지 그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최선을 다합니다. 이런 바탕 속에서 글을 읽어나가다 보면, 소설 속에 있는 존재들에 대해서 쉽게 미워하기 어렵습니다. 

"먹고 먹히고. 달아나고 붙잡히고." 나지막이 내뱉은 탄다가 다시 챠그무를 바라봤다. "당사자에게는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인데도 어쩜 그렇게 흔해 빠진 일인지. 그렇지?"

"그래서 늉가로임은 충분히 보호받는 나에게 알을 맡길 생각을 한 게 아닐까? 틀림없이 알을 지켜 살아남을 가능성이 가장 큰 생명이 나였던 거라고 생각해. 어떻게 잉태시켰는지는 모르겠지만."
 
3. 책에서 느껴지는 남녀 역할 변경
이 책을 읽다보면 오노 후유미가 쓴 '십이국기'라는 일본 판타지 소설이 떠오릅니다. 두 책이 갖는 공통점은 '여자 무사'를 주인공으로 한다는 점, 동양 판타지 배경을 갖고 있다는 점, 소년 같은 남자 아이들이 등장한다는 점 정도가 되겠습니다. 남자보다도 더 다부진 역할을 맡는 여성상이 그려진다는 점에서 이런 종류의 책들은 기존의 히어로물의 공식들을 깨부수고,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이런 남녀 역할이 뒤바뀐 것 같은 구도를 그려냈다고 느껴지는 건 여주인공의 역할 뿐이 아닙니다. 남자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두 명, '탄다'라는 약초사와 '챠그무'라는 황자 역시 소설 속에서 어딘지 모르게 보호 받는다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심지어 12살의 '챠그무'라는 황자는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정령의 알을 잉태하게 됩니다. (대체 알을 어떻게 잉태했다는 것인지, 배가 튀어나왔다는 것인지 아니면 알이 매우 작아서 그런 것은 상관 없는 것인지 알 수가 없네요.) 흥미로운 것은 기존 남성관에서는 용납하기 싫은 '알에 대한 잉태'를 정면으로 그려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챠그무'라는 황자가 갖게 되는 거부감은 "왜 난 남자인데 알을 잉태한거야!"가 아니라, "왜 다른 사람은 다 멀쩡한데, 내가 알을 잉태한거야!"라는 쪽으로 움직입니다. 오히려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이상하게 여겨질 정도입니다. 

3. 함께 생각해보고 싶은 이야기 
1) 만일 당신이 챠그무의 입장이 되었다면, 어떤 식으로 행동하게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2)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 다른 생명체를 죽여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을 때 이것을 '악'한 행동이라고 생각하나요? 

4. 함께 읽거나 보면 좋을 콘텐츠
- 영화 : 라이프 
- 책 : 오노 후유미의 '십이국기' 
- 드라마 : 정령의 수호자 드라마 

5. 3줄 요약
- 일본에서 쓰여진 성공한 동양 판타지 소설 
- 서로가 서로를 잡아 먹으며 살아 남는 세상, 그 안에서 살아남고자 애쓰는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 
- 남녀의 성적 역할이 뒤바뀐 모습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묘사된 소설. 


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