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외국소설2017. 4. 6. 23:11

저자 : 알베르 카뮈 / 옮긴이 : 김화영
출판사 : (주)민음사
초판 1쇄 발행 : 2011년 3월 25일 
전자책 발행 : 2012년 6월 30일 
(원본 발표 : 1942년) 

1. 1부에 관한 느낌  
(이 포스팅에는 대놓고 스포가 있습니다.)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 양로원으로부터 전보를 한 통 받았다. '모친 사망. 명일 장례식. 근조.' 그것만으로써는 아무런 뜻이 없다. 아마 어제였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 대한 해설에서 지적하고 있듯이 이 책은 3가지 죽음이 명확하게 무게 중심을 이루고 있습니다. 어머니의 죽음. 아랍인의 죽음. 주인공의 죽음. 책 안에서 같은 무게로 3명이 죽어가고 있는데도, 책 속에는 그 어떠한 슬픔도 후회도 보이지 않습니다. 마치 길을 걷다가 마음에 드는 꽃을 일순 뜯어 버린 것처럼, 사람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주체는 주인공 '뫼르소'입니다. 뫼르소가 바라보는 세상 속에서는 이런 것들이 아무런 감정 없이 다가오는 것처럼 보입니다. 

소설 전체에서 주인공을 묘사해보자면, 슬픔을 느끼지 못하고, 자기 중심적이며,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존재로 보입니다. 특별한 소설의 장치라고 생각할 것 없이, 그냥 단순하게 뫼르소는 사이코패스라는 생각이 들 뿐입니다. 사이코패스라는 용어만 들이밀고 보면 단순히 사이코패스=미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사이코패스라는 존재는 선천적으로 다른 종류의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성격장애)란 단순히 말해서 태어날 때부터 뇌 구조상 일반인과 다른 뇌구조를 가진 사람으로서, 타인에 대한 공감 기능을 가지고 있지 않고, 그런 능력을 갖고 있더라도 아주 한정적으로만 갖고 있는 사람을 말합니다. 사이코패스의 특징을 가장 단순하게 3가지만 들라고 한다면 '자기중심적 충동성', '겁 없는 우월성', '냉정함'을 이야기할 수 있는데, 소설 속 묘사된 뫼르소의 모습은 이 3가지를 상당 부분 충족시키고 있어 보입니다. 

(사이코패스라고 하는 존재가 세상에 모두 범죄자인 것은 아닙니다. 실제 현대 사회에서 상당히 많은 퍼센티지의 사람들이 사이코패스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전체 미국인의 3%가 사이코패스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관련하여서는 몇 가지 책을 추천합니다. 제임스 펠런의 '괴물의 심연', 케빈 더튼의 '천재의 두 얼굴, 사이코패스'라는 책이 재미있습니다.) 

주인공이 사이코패스라는 전제를 깔지 않고 있더라도 주인공의 시선은 사뭇 객관적으로 느껴지며, 그를 주변으로 하고 있는 다른 많은 사람들은 짙은 주관성으로 무장한 것처럼 느껴집니다. 이런 분위기는 책의 극초반 1페이지에서 이미 완성되어 있습니다. 

나는 2시에 버스를 탔다. 날씨가 몹시 더웠다. 나는 평소와 다름없이 셀레스트네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식당 사람들은 모두 나를 가엾게 여겨 매우 슬퍼해 주었고, 셀레스트는 나에게 말했다. "어머니란 단 한 분밖에 없는데." 내가 나올 때는 모두들 문간까지 바래다주었다. 나는 좀 어리방벙했다. 왜냐하면, 에마뉘엘의 집에 들러 검은 넥타이와 상장을 빌리지 않으면 안 되었기 때문이다. 

묘한 것은 뫼르소의 시선을 따라서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그가 하고 있는 행동들에서 괴리감을 느끼거나 혹은 인륜적으로 글러먹었다거나 혹은 뫼르소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기보다는 오히려 그가 너무나도 멀쩡하다는 생각이 앞서게 됩니다. 뫼르소를 안타깝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이고, 뫼르소의 시선들은 너무 당연한 것처럼 생각하게 되는 것이죠. 소설 절반에 해당하는 1부 내내 이런 부분들이 지속이 됩니다. 2부가 되면서 이런 시선들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하는 의견들이 등장하는데, 이 순간 당황하게 됩니다. 

어제 하루의 일로 피곤했기 때문에 일어나기가 힘들었다. 면도를 하면서 오늘 무엇을 할까 하고 생각하다가 수영을 하러 가기로 했다. 

우리 둘이 옷을 다 입었을 때, 내가 검은 넥타이를 맨 것을 보고 마리는 매우 놀라는 표정이 되면서, 상을 당했느냐고 물었다. 나는 엄마가 죽었다고 대답했다. 언제 그런 일을 겪었는지 알고 싶어 하기에, 나는 "어제."라고 대답했다. 그녀는 흠칫 뒤로 물러섰으나, 아무런 나무람도 하지 않았다. 

3. 2부에 관한 느낌 
1부에서 뫼르소는 죄를 저지르게 되고, 2부는 뫼르소를 단죄하는 재판과정이 진행됩니다. 그런데 이 재판 과정이라는 것이 참 미묘합니다. 검사와 판사는 주인공이 살인을 저지른 정황에 대해서 논리적으로 파고들지 않습니다. 주인공이 어머니를 양로원에 맡겨버린 사실, 어머니가 죽을 때 주인공이 눈물 짓지 않았다는 사실, 주인공이 신을 믿지 않는다는 사실, 주인공이 어머니가 죽었을 때 여자를 만났다는 사실들을 토대로 주인공을 비난합니다. 주인공은 살인 사건과는 별개인 자신의 철저히 개인적인 사생활과 판단으로 인하여 단죄를 당합니다. (마치 우리가 정치인을 비난하거나, 연예인을 비난하는 과정에서 객관적인 그의 잘못을 보기보다는 그의 흠을 추측해나가면 그를 비난하는 것처럼 말이죠.) 

그러자 검사는 일어서서 심각하게, 참으로 감동한 듯한 목소리로, 나에게로 손가락질을 하면서 천천히 또박또박 끊어 말했다. "배심원 여러분, 어머니가 사망한 바로 그 다음 날에 이 사람은 해수욕을 하고, 난잡한 관계를 맺기 시작했으며, 희극영화를 보러 가서 시시덕거린 것입니다. 나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습니다."

이런 심판 과정에 대하여 주인공은 특별한 변론을 하지 않고, 상고도 하지 않습니다. 그저 지나가는 재판 과정들이 그에게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반복합니다. 하지만 소설의 마지막 부분 '사제'가 주인공을 향해 신에게 참회하라며 신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반복하는 과정에서 주인공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이야기를 합니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에서 주인공이 분노를 하는 모습은 지금까지의 주인공의 모습 상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었습니다. 어쩌면 이 부분에서 말한 주인공의 대사는 주인공의 말이라기보다는 주인공의 입을 빌린 작가의 말이 아니었을까요? 애초에 소설 속에서도 "" 따옴표가 나와 있지 않은 것을 보면 이런 추측이 맞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주인공의 마지막 독백은 신이 죽어버린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의 용기? 혹은 의지? 또는 표망? 이런 것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런 종류의 독백을 두고 우리가 보통 '실존주의'라고 하는 것일까요? 실존주의가 정확히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되지 않아서 저도 이 용어를 쓰지는 못하겠습니다. 다만 이 부분에서 니체가 강하게 생각나긴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이 그다지 재밌지는 않았습니다만, 좋은 책이라는 생각은 듭니다. 차라리 고등학교 때 읽었다면 훨씬 좋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4. 함께 생각해보고 싶은 이야기 
1) 마리가 주인공 '뫼르소'에게 느꼈던 감정은 어떤 것이었을까? 어째서 그녀는 뫼르소가 어머니의 장례식 날 자신을 만나는 것에 대해서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을까? 어째서 그녀는 감옥에 갇힌 뫼르소에게 나와서 같이 결혼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을까? 어째서 그녀는 마지막에 편지를 쓰지 않았을까? 

2) 주인공 '뫼르소'가 이글거리는 태양에서 총을 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여기서 5발의 총알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5. 함께 읽거나 보면 좋을 콘텐츠
- 책 : 카프카의 '변신' (저자의 서문에서 이 글이 카프카의 글들과는 구분지어서 읽히기를 바란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 책 : 프리드리히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책을 읽으면서 계속 니체에 대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니체는 아주 얄팍하게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니체를 생각하지 않으면서 이 책을 감히 읽을 수 있을까, 라는 생각도 하였습니다.) 
- 책 : 제임스 펠런의 '괴물의 심연'
- 책 : 케빈 더튼의 '천재의 두 얼굴, 사이코패스'

6. 3줄 요약
- 뫼르소는 사이코패스가 아니었을까. 굳이 다른 해석이 더 필요할까.  
- 누군가를 비난할 때 그 비난이 적확한 비난인지에 대해서 스스로 비판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글. 
- 신이 죽어버린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에 관한 책. 


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