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기타 잡문2018. 3. 29. 23:54
자괴감보다는 자신감이 더 좋은 것이고 능력을 키워서 더 많은 연봉을 받고자 하는 건 당연한 욕구이지만, 스스로를 되짚어 생각해볼 때 내가 과연 회사에서 충분히 대우받지 못하고 있는가를 생각해본다면 불만이 터져나오기보다는 스스로에 대한 걱정이 더 앞선다. 

회사가 위기라고 외치고, 많은 능력있는 사람들이 회사를 빠져나간다는 말이 나오고 있음에도 여전히 회사 안에는 뛰어난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들이 회사 안에 머물러 있는 건 그들이 한국인이라서 그럴 수도 있고, 환경의 변화를 그다지 즐기지 않아서일 수도 있으며, 욕심은 많지 않으나 능력은 뛰어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들이 어떻게 그런 능력을 길렀는지에 대해선 경우의 수가 많다. 시운이 맞아 이것저것 많은 경험을 쌓은 덕일 수도 있고, 원최 그들이 공부에 대한 욕심이 있는 사람이라서일 수도 있고, 날 때부터 똑똑한 사람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것이 어떤 것이든 간에 그들이 여전히 회사 안에 머물면서 좋은 능력을 발휘한다는 것, 그리고 날카로운 판단 능력을 보인다는 건 내게 부끄러움을 일으키는 요소이며 또한 즐거운 자극제가 된다. 

내 자신을 돌이켜 보았을 때 난 반대 입장에 있다. 회사에 머물러 있는 것이 오히려 다행일 것이다. 나라는 존재는 뛰어난 사람들의 어깨에 올라탄 난쟁이의 입장이다. 내가 능력을 갖추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역시 경우의 수가 많다. 시운이 맞지 않아 경험을 쌓지 못한 것일 수도 있고, 내 자신이 게으름이 많아서 퇴근한 이후에도 그리고 주말에도 충분히 공부하지 않은 탓이 있을 테고, 지식에 대한 욕심과 성실함이 부족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날 때부터 어리석은 사람일 수도 있다. 다만 어떤 이유에서든 간에 내가 회사 안에서 충분히 성취하지 못하고 좀먹고 있는 느낌이 지속되고 있을 때 난 다른 사람들을 부끄럽게 하기는 커녕, 다시금 나 자신을 부끄럽게 만드는 것이다. 

결국엔 이런 것들이 하루 아침에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짧게는 3~5년에서 길게는 10년에 걸쳐서 결정된다. 

고등학교 때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당시 난 수능 시험을 위해서 거의 매달 학교에서 모의고사를 치르곤 했다.  모의고사 성적은 나의 성실함을 꽤 솔직하게 반영했는데,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나의 3개월 전 성실함을 반영한다고 느껴졌다. 3개월 전에 열심히 하면, 그 노력은 3개월 후가 되어서야 반영이 되었다. 그래서 3개월 전까지 열심히만 했다면 최근 1~2개월 게으르게 지내더라도 나의 성적은 좋은 수준을 유지하다가도, 다시금 그 게으른 시간을 보낸 지 3개월이 되면 어김없이 성적이 나빠지는 것이다. 

모의고사라던가, 시험이라던가 하는 작은 것들은 정말 작은 일이다. 더 중요한 건 인생 전체에 대한 성실함이다. 인생에 걸쳐 성실한 이는 당장 좋지 않더라도, 10년 20년에 걸쳐 성취를 이뤄낸다. 

무엇을 위해 성실할 것이며, 어떤 식으로 성실할 것인지에 대해선 철학적으로 매일 고민해봐야 할 문제이지만, 그 역시도 성실함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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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