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기타 잡문2018. 3. 31. 23:59
어렸을 때부터 젓가락질을 못했다. 젓가락질을 못한다는 말은 듣지만, 정작 젓가락을 이용해서 음식을 집어 먹는 건 아무런 문제없는 사람들은 대개 비슷한 방식을 이용하는데, 약지나 중지에 젓가락을 받치고 음식을 먹는 방식을 선택한다. 젓가락질을 한다고는 하지만, 연필을 짚는 방식과 유사하다. 글을 쓰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음식을 먹는다. 

사람들이 젓가락질을 못한다고 말하는 건, 이 방식이 아름다운 방식은 아니기 때문이다. 보는 사람 입장에선 'X'자로 늘어선 젓가락이 꽤 불안해 보여서, 조금만 힘을 빼도 젓가락이 손가락에서 빠질 것처럼 보인다. 제대로 된 젓가락질이라고 한다면 하나의 초점에 젓가락이 모여서 음식을 짚기 때문에 그 형태가 정교하고 아름답다. 외국인들이 젓가락질을 배운다고 한다면 이런 방식을 선택하곤 한다. 

그런데 어디에서 제대로 배운 것이 아니라면 'X'자로 젓가락을 짚는 게 본능적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런 방식으로 젓가락을 짚으면 무엇보다도 힘이 잘 들어간다. 아슬아슬해 보인다는 의견과는 달리 실제론 정상적인 젓가락질보다 단단하게 음식을 짚는다. 가끔은 그 힘이 과도해서 묵 같은 부드러운 음식을 짚는 데에는 어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무게가 있는 음식을 들어올릴 땐 이런 방식이 더 적절하다는 생각도 든다. 

올바른 젓가락질을 배우지 못하면 여기저기서 지적도 많이 받긴 한다. 같은 또래끼리는 특별히 지적받을 사항이 아니지만, 어른들과 함께 식사를 할 때면 어김없이 그런 이야기가 나온다. 친척들과 함께 밥을 먹거나 혹은 회사 상사와 밥을 먹을 때도 이런 이야기를 받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나의 실생활에는 별 지장을 주지 않는 것임에도 이런 부분에 대해서 지적을 받게 되면 어떤 애매한 도덕성을 공격받은 기분이 드는데, 그런 기분 때문에 요즘 말로 꼰대라는 단어가 생각나기는 하지만 입밖으로 내지는 않는다. 

한 편으론 'X'자 젓가락질을 하는 다른 사람을 만나게 되면 묘한 동질감을 느끼기도 한다. 어른들에게 가끔 강한 비판을 받는 와중에도 고집을 꺾지 않고 자신의 젓가락질을 고집한 사람들인 셈이다. 자기 주장이 강할 것 같기도 하고, 남들에게 휩쓸리지 않는 사람일 것 같기도 하다. 그런 미묘함을 젓가락질을 통해서 느끼곤 한다. 


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