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기타 잡문2018. 3. 28. 23:54
회사에서 리서치활동의 일환으로 신문기사들을 읽고, 스크랩하고, 정리한다.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회사 사람들 사이에선 진짜 정보는 신문에 있는 게 아니라, 영업 활동에서 구두로 나누는 대화에 담겨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어떤 사람들은 회사에서 가치있는 정보와 기술이 대학에 있다고도 말한다. 시장에서 활용될 수 있는 가장 첨단의 기술은 모두 대학에 있으며, 그 대학에 투자하고 교류하고 있는 대기업으로 지식이 쏠린다고 한다. 

신문은 항상 뒤늦은 정보를 상징한다. 주식시장에서 투자하고 있을 때도 '신문 기사를 보고 투자하지 말라'라고 한다. 실제 정보는 주주총회에서 들리고, 그보다 앞서서 정보기관지와 일부 대주주에게 정보가 쏠리고, 그보다 더 앞서서 실제 일을 진행하고 있는 내부 인원들에게 정보가 공개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나 자신도 한 회사에 다니고, 그 안에서 내부자 정보를 갖고 있는 입장에서 보았을 때, 꼭 정보가 빨리 오는 것이 정확한 판단을 이끌어 내는 건 아니라 생각한다. 작년도 삼성전자 주식이 급등했을 때에도 많은 삼성전자 임원들이 어느 정도 올랐을 때 이 때가 고점이라 생각하며 주식을 팔아치웠지만, 결국엔 그보다 더 높은 수준까지 올라갔던 이력이 있다. 

정보는 많이 모으고, 빠르게 모으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늦더라도 정확하게 짚어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신문 기사를 읽을 때도 처음보는, 자극적인, 신선한 기사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라 하더라도 맥락을 짚어내는 기사를 읽고 이미 알고있는 다른 정보들과 연관짓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당연히 이미 많은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일 수록 이런 작업을 수월히 할 수 있겠지만, 평범한 사람이더라도 정성을 다해 작업한다면 눈덩이 굴리듯 정보를 키워나갈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난 너무 아는 게 없어.', '어차피 뻔한 얘길 이렇게 정리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지?', '난 못할 거야'라고 자책한다면 다른 어떤 일을 하더라도 뭘 더 해낼 수 있을까. 뚜벅뚜벅 소의 걸음으로 해나가는 자세가 중요하다. 


'잡문 > 기타 잡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전하고 확실하게  (0) 2018.03.30
부끄러움과 성실함에 대해  (0) 2018.03.29
비교우위론  (0) 2018.03.27
한 이불  (0) 2018.03.25
만 원짜리 허세  (0) 2018.03.23
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