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기타 잡문2018. 3. 21. 23:41
인터넷에선 'vs 비교글' 놀이가 꽤 많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초능력을 갖는다면 어떤 능력을 가질 것인가? 순간 이동 하기 vs 변신 능력. vs 비교글이 한창 인기를 끌 때는 연애와 관련된 문제라던가 혹은 앞으로의 진로 문제에 대한 부분들도 꽤 많은 논의가 되었는데, 요즘엔 풍조가 조금 바뀐 탓인지 혹은 내가 자주 가는 사이트가 바뀐 탓인지 그런 글을 (전보다는) 덜 보게 된 것 같다. 

그래도 여전히 비교글은 가끔 보게 되는데, 최근 봤던 비교글 중에 신선했던 것이 최소 120살 까지는 장수하기 vs 원래 수명에 3억원 이라는 비교글을 봤던 것 같다. 코멘트는 대체적으로 원래 수명에 3억원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아무래도 후자 쪽에 리스크는 훨씬 적은 상태로 이익은 명확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전자를 선택했을 때 갖게 되는 부담감이라는 게 있으니까. 

요즘엔 120살은 커녕 80살까지 살아가는 것도 걱정 한가득이다. 이것저것 머릿속에 든 게 많은 탓인지, 아니면 나이가 들어서까지 돈을 모으지 못했다가 고통스러운 노후를 보내고 있는 주변 사람들을 본 탓인지는 몰라도, 과연 내가 노후에 제대로 밥 벌어먹고 살 수는 있는 걸까 하는 걱정이 든다. 학창 시절엔 이 정도까지라곤 상상 못했었는데, 직장 생활을 하면서 느끼게 되는 불안감이라는게 생각보다 훨씬 거대하다. 

공기업이라던가 공무원이라면 확실히 이런 걱정이 덜하다. 사기업에 다니게 될 때는 항상 생각이 든다. 나이 40살부터는 언제 잘리더라도 이상하지 않다. 아니 내가 잘리지 않더라도 회사가 망하거나 회사의 구조가 확 뒤바껴 버리는 것도 한 순간이다. 입사할 당시만 해도 탄탄하던 나의 진로는 나의 의지와 관계없이 이리 바뀌고 저리 바뀐다. 열심히 하려고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운이라는 녀석도 상당히 작용한다. 회사 안에서 제대로 살아남는다고 하더라도 혹은 이 직장 저 직장 옮긴다고 하더라도 돈은 제대로 모으고 있는지도 걱정이 잔뜩이다. 그렇게 다니더라도 결국 나이 50 이상 회사를 다니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그 뒤로는 계속 새로운 도전이다. 직장 생활을 잘 했든 못 했든, 자신이 갖춰놓은 것 아래에서 나이 80까지 계속 돈을 벌기 위해서 신경써야 한다. 사실 진짜로 돈을 많이 쓰게 되는 시점은 나이 50~80살 사이니까. 젊을 때는 나를 위해서 돈을 쓴다고 하지만, 나이 들어서는 내 의지와 관계없이 돈은 나가게 되는 것. 그것이 두렵다. 

80까지도 그럴 텐데, 그 시점이 느닷없이 40년 더 길어진다고 하면 사실 의지할 것이 없다. 국민연금? 그걸 믿고 있는 젊은이가 대체 몇 명이나 될까. 설령 받을 수 있게 되더라도 대체 언제부터 받을 수 있는 걸까. 어쩌면 점점 나이가 늦춰져서 100살 쯤에 받게 되는 시대가 올 수도 있지 않나. (라고 하면 너무 비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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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