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기타 잡문2018. 3. 15. 23:50
어렸을 땐 누구나 어른이 되고 싶어하고, 나이가 들면 다시 어린 시절을 그리워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근데 막상 내가 사회에 나와서 돈을 벌고 내 삶에 대해 책임을 지는 어른이 되고 나니,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기보단 더 성장한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서 '성장한 어른'이라는 건 '부끄럽지 않는 사람'이다. 내가 한 판단과 생각에 대해서 부끄럽지 않게 남들에게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진짜 어른이라 생각했다. 

어렸을 때도 비슷한 이유로 어른이 되고 싶었다. 

어릴 땐 정말 실수를 많이 했다. 말 한 마디 잘못해서 친구와 절교한 경험도 여러 번이었고, 잘 알지도 못하는 주제에 대해서 논리없이 지껄이다가 논파당한 경우도 여러 번 있었다. 친구든 부모든 내가 아는 누구든, 내가 만났을 때 어떤 말을 하더라도 실수하지 않고 오히려 그 사람을 배려할 수 있는 괜찮은 사람이고 싶었다. 학창시절엔 그런 경험을 워낙 많이 하다보니, 나라는 인간이 애초에 글러먹은 게 아닐까 라는 생각도 많이 했다. 

문제는 이런 점에 있어서 어렸을 때와 비교해서 지금도 크게 나아진 게 없다는 것이다. 지금도 매번 새로운 실수를 하게 되고, 실수했던 부분에 대해선 반성한답시고 소심해지며, 그 때문에 애초에 사람과 자꾸 부딪칠 상황을 만들면 안되는 걸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그런 와중에 이런 문구를 보다보니, 나만 부끄럽고 힘든 게 아니었나 싶기도 해서, 조금은 위로 받은 기분이 들었다. \

인식에 이르는 길 위에서 그렇게 많은 부끄러움을 극복할 수 없다면 인식의 매력은 적을 것이다. 

1. 은유 <쓰기의 말들>, 도서출판 유유, 2016 (은유 작가가 인용한 '니체'의 문구라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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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케치*